[기타] 종잣돈 마련을 위한 최고의 상품 '마쿠사바루 적금'

작성자
구재성
등록일
2004/04/19
조회수
16655

  '마쿠사바루' 는 원래 조선시대의 그릇인 ‘막사발’ 인데, 일본 애들은 원래 혀가 꼬부라진 건지 아니면 레미콘을 비벼먹어서 혀가 굳어서 그런 것인지 남의 나라의 고유명사조차도 무시하고 지들 맘대로 발음한다.

 ‘마쿠사바루’. 아니 ‘막사발’ 은 이름만 보자면 ‘마구 찍어낸 사발’ 이란 뜻이 된다.

 

 생겨먹은 것이 멋대가리가 하나도 없고, 무늬나 색깔 또한 무어라 표현할 방법조차 없이 밋밋한 이것을, 임진왜란이 발발하던 16세기말에 조선땅에서 설치던 일본 애들은 노략질을 할 때, 좀 있어 뵈거나 양반집 보다는 민가를 더 자주 털었다고 한다.  특히 민가의 부엌과 개(犬)집이 주요 타겟 이었다지??

 

 최근에 읽은 역사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막사발은 주로 민초들의 가정에서 밥그릇, 국그릇, 김치그릇, 막걸리그릇으로도 쓰였었고, 심지어는 개밥그릇으로까지 쓰던 전천후 사발이었다는데, 일본 애들은 뭐가 좋다고 그리도 막사발에 집착했을까?

 

 도예나 미술, 문화에는 장님이나 다름없는 터팬이 이번엔 왜 이리 어줍잖게 막사발 까지 들먹이면서 예찬을 하는지 궁금들 하시리라.   

 

첫째, 우리는 너무도 쉽게 찍어낼 수 있는 막사발을 일본 애들은 절대 못만들었다는 점이  왠지 우쭐한 문화적 자긍심마저 생기게 돼서 더욱 그렇다.

둘째, 막사발의 생애가 왠지 터팬도 따르고 싶기도 해서 끌린다.

셋째, 터팬이 제일 좋아하는 정기적금과도 많이 닮기도 했다.

 조선 중기. 일본의 막부영주나 부자들은 조선의 도예문화에 흠뻑 취해 있었다.  특히 청자와 백자라면 모든 재산과 城을 내어놓더라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어떤 역사가들은 임진왜란은 이 정신 나간 도예狂 신디케이트가 일으킨 것이라고 추정할 정도이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해서 막사발을 보고서는 까무러칠 정도로 경탄을 금치 못했단다.

 

 당시 조선백성들에게는 널리고 널려서 개밥그릇으로까지 쓰이던 막사발이 어떤 가치가 있었으랴 싶었겠지만, 일본 애들 눈에는 막사발 이야말로 無作爲, 無爲自然의 창조물 이면서도 결코 같은 특징이나 같은 모양으로 본 뜰수 없는 독창적인 예술품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닥치는 대로 막사발을 훔치고, 지들끼리 차지하겠다고 칼 싸움도 하고, 銀 열 덩어리 이상을 지불해서라도 장만하려고 발악을 했었단다.  

 

 그걸 용케 구한 쫄따구들은 일본 내 영주나 부자들에게 바치면 집이나 마누라까지 챙길 만큼 귀하게 여겨졌고, 그 중 쓸만한 어떤 것을 소장한 사람은 그걸 보면서 한없이 기뻐하고 편안해 하면서 가문의 보물로 까지 여겼다 한다. 그 쓸만한 것의 기준은 아마도 제일 못생긴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

 

 그런 기가 막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자 터팬은 막사발 관련자료를 검색하고 수십 개의 사진을 살펴보았다. 한눈에 봐도 개밥그릇 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상대적으로 문화후진국이라며 무시했던 일본애들은 그것을 예술품으로 보았을까?  

 

 매끈하지도 않고 색깔도 누리끼리 하면서도 락스에 담궈서 금방 꺼낸 듯 얼룩덜룩 희미한 무늬도 있고, 모양 또한 지가 생기고 싶은 만큼만 생겼다. 상하좌우 균형도 안 맞고 동그란 모양조차 반듯하지 않고 일그러진 타원형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시각에서는 조선 도공들이 눈대중으로 대충 구워 빚어낸 그것을 마치 神佛이라도 되는 양, 감히 맨손으로는 만지기조차 어려워할 만큼 귀한 것으로 여겼다 한다. 막사발이 생명이 있어서 감정이 있다면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을 만나게 되어 무척 행복해 했으리라.

 

 35년을 살아오면서 터팬은 스스로가 귀한 사람이라고 여겨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냥 신체발부가 수지부모니깐 내 몸과 건강을 챙길 뿐이고, 남들처럼 먹고 살만한 머슴이라도 되고자 대학까지도 나와서 적지 않은 세월을 머슴생활을 자청하며 툴툴대기는 했으되, 감히 막사발 수준을 넘어선 명품인생은 언감생심 일 뿐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묘하게도 이 막사발의 사연을 알게 되자 알지 못할 자신감이 생겼다.  곰탱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하고,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 하지 않던가?

 

  터팬이 비록 돈 될만한 재주는 눈꼽 만큼도 없고,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능력 또한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뒤늦게나마 일본 애들이 그 막사발의 가치를 알아주어 최고 명물로 인정 받듯이,   언젠가는 ?설령 죽고 나서라도- 터팬의 가치를 알아주는 임자가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불쑥 솟는다. 갑작스레 지금 나의 삶이 별로 부끄럽지가 않다.

 

 불가마에서 나오자마자 도매금으로 헐값에 팔렸지만 가장 많은 서민들의 곁에서 필수품으로 쓰이는 막사발이 차라리 온갖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만 감히 물도 담지 못하고 고이 모셔져서 눈팅이 대상으로만 제값하는 고려청자&이조백자 보다는 낫겠다 싶다.  

 

 그런 맥락에서 보니 요즘 재테크의 사정권에서 갈수록 멀어지는 '적금'이 막사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적금은 종잣돈부터 시작하려는 초짜들에게 으뜸가는 금융상품이다. 한두 푼 생기는 대로 차곡차곡 쌓으라고 해서 ‘적금’이라는 이름이 지어졌건만, 언젠가부터 채권이니 주식, 펀드 따위에 밀려서 재테크를 논할 때 명함조차도 못 내밀게 되었다.    그나마 세금우대와 주택청약, 비과세 따위로 포장되어서 간신히 피박은 면하고 있지만, 워낙 볼품없는 수익률이라 여전히 찬밥이다.  

 

 그렇지만 재테크를 제대로 해보고자 하는 우리 초짜들에게 적금만한 게 또 있을까?    적금이 10원과 100만원을 가리던가?  아니면 가진 사람만 가입하라고 하던가? 시류를 쫓아 경기가 안좋다는 이유로 피같이 모은 원금을 감히 겁탈한 적이 있던가?

 

 우리들의 '적금'은 막사발처럼  그 얼마를 집어넣던지 가리지 않고 우리 초짜들을 위해 늘 가까이서 어서옵셔~ 하지 않던가? 마치 밥 주던 주인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진돗개처럼 말이다.  

 

 가진 것 없는 백성들을 위해 막사발이 존재하듯이 우리 초짜들을 위해서는 ‘적금’이 있다.

 터팬이 알기로는 우리 부모님 세대와 소위 전통있는(?) 부자들 대부분은 이 적금으로 집도 사고 땅도 사고 부자도 되었다.  몇 푼 더 챙길 수도 있다는 미끼를 던지지만 언젠가는 뒤통수 때릴지도 모를 주식, 채권 따위는 믿지도 않았고 관심도 안가졌단 말이다.

 

 막사발 정신이 듬뿍 담긴 ‘적금’을 무시하지 마라. 적금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아끼고 원금모으는 것이 재테크의 왕도' 라는 것조차도 모르는 진짜 바보들이다.

 

 터팬은 초짜들이 제대로 된 재테크를 하자면, 이 놈보다 만만한 것이 없을거라고 감히 장담한다.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 초짜들의 곁에서 소박한 꿈을 지켜주는 ‘막사발표 적금’ 의 진가를 꼭 알아주자는 것이다.  

 

 아시는 분들께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점점 살쪄가는 통장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짜릿한 건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시리라. 터팬은 가끔 우울해지거나 기분나쁜 일이 생기면 인터넷뱅킹에 Log-In해서 잔고를 훑어보면서 마치 뽕맞은 놈처럼 실실 쪼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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