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두 남자 이야기

작성자
강준현
등록일
2012/03/15
조회수
5176

  1890, 미국에서 커넬 할랜드 샌더스라는 사람이 태어났습니다. 그가 6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이후 그는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을 위해 집안의 요리를 도맡아 했고, 10살부터는 농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12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재혼을 하였고 그때 그는 고향을 떠나서 페인트공, 타이어 영업, 보험판매원, 주유소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40세가 된 그는 주유소 한켠에서 자신이 개발한 닭요리를 팔기 시작했는데 이게 꽤 인기를 얻어서 나름 잘 나가는 식당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식당에 불이 나서 모든 걸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재기에 성공해서 도로변에 샌더스카페를 차렸고 압력솥 닭튀김으로 한동안 호황을 맞았지만 그 도로에 고속도로가 깔리는 바람에 건너편 손님을 잃게 되어 또 한번 파산을 하게 됩니다. 이 때 그의 나이 65. 파산절차를 완료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낡은 트럭 한대와 사회보장비 명목으로 나온 105달러짜리 수표 한 장뿐이었습니다. 그는 그 돈으로 압력솥을 하나 사서 자신이 개발한 닭튀김의 레시피를 다른 식당에 판매할 목적으로 2년이 넘게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1,008번의 거절이었습니다. 그가 68세일 때 1,009번째의 식당사장인 피터 하먼이라는 사람이 드디어 그의 레시피를 샀고, 닭튀김 한 마리당 4센트의 로열티를 받기로 한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이 때가 KFC 1호점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KFC 매장에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흰색양복을 입은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서있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커넬 할랜드 샌더스입니다. 1955년의 105달러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4%로 계산하면 현재가치로 982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 돈이지요. 100만원이 57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 110여 개국, 13,000여 개의 매장, 하루 평균 12,000,000명이 찾는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종자돈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할아버지는 후세에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소개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1809년에 태어난 그는, ‘1816년 가족의 파산 – 1818년 어머니 우유병으로 사망 - 1828년 그의 누나 출산 중 사망 - 1831년 그의 사업 파산 - 1832년 주 의회 선거 낙선 - 1833년 친구에게 돈을 빌려 다시 사업했으나 파산 - 1835년 그의 첫사랑 장티푸스로 사망 - 1836년 우울증으로 정신병원 입원 - 1838년 주의회 대변인 선거 낙선 - 1840년 정부통령 선거위원 낙선 - 1843년 하원의원 선거 낙선 - 1848년 하원의원 재선거 낙선 - 1854년 상원의원 선거 낙선 - 1856년 부통령후보 지명선거 낙선 - 1858년 상원의원 선거 재출마 낙선이라는 믿기 어려운 좌절 테크트리(techtree)를 탑니다. 핵심내용만 소개했는데, 50년 동안의 인생에서 그는 8번의 낙선과 2번의 파산을 경험했고 정신병원까지 들락거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2년 후인 1860년에 제 16대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는 에이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입니다. 얼마 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극뽁~’이란 말을 유행시켰던 독고진이라는 캐릭터를 기억하시죠?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링컨이야말로 극뽁대마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후세에, “내가 걷는 길은 험난하고 미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미끄러지고 길바닥에 엎어지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 기운을 차리고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길이 미끄럽긴 해도 낭떠러지는 아니잖아!”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두 남자의 이야기에서 여러분은 뭔가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샌더스는 65세의 나이에 수중에는 트럭 한대와 단돈 100만원 밖에 없었습니다. 이젠 끝(end)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대부분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는 계속(and)을 선택했습니다. 그가 ‘end’를 선택했다면 KFC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링컨은 50년을 파산과 낙선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게다가 우울증까지 앓았고 그것은 그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패배주의에 빠져 있어야 정상 아닌가요? 하지만 그는 다시(and)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장선거까지 조사해 보지는 못했지만 필자가 아는 한 대통령 당선은 링컨 인생에서 유일한 당선이었습니다. 그가 ‘end’를 선택했다면 미국에는 어쩌면 지금까지 노예가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이 1위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하루 평균 42, 연간 15,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합니다.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자살은 스스로 end를 선택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들이 end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and의 길이 보이지 않아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샌더스와 링컨에게는 항상 and만 보였을까요? 샌더스와 링컨에게는 end를 선택하고 싶은 순간이 단 한번도 없었을까요? 여러 가지 의문이 들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 두 가지는 있습니다. end and는 동시적(同時的)으로 존재하고 항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과, 정확한 end가 언제인지는 내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and를 선택하는 순간, 이전에 end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은 더 이상 end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살아가면서 end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여러 번 있겠지만 그게 맞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말입니다. 만약, 평생에 end라고 느낄 때가 10번이 있었고 그 중에 한번이 진짜 end라면 매 번의 확률은 10%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end라고 느꼈던 것이 실상은 and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end일지 and일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 스스로 end를 선택하는 것은 낮은 확률에 베팅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end=and’라는 공식이 성립한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딱 한번, end=end인 경우만 제외하면 저 공식은 항상 맞으니까요. 투자에 실패했을 때, 사업에 실패했을 때, 사랑에 실패했을 때, 시험을 망쳤을 때, 취업에 실패했을 때, 믿었던 사람이 배신했을 때 등이 끝(end)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and)이라는 것을 필자는 말하고 싶습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라는 사람이 했던 말입니다. 비단 야구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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