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노신사」
사전적 의미는 비슷하지만, 어감은 매우 다른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다.
노인이란 1889년 독일의 노령연금법상 노령 연금 수혜자격이 65세로 정해진 것을 시초로 서구에서는 65세 이상의 사람을 가리키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60세를 노인의 시작연령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전통적인 회갑연령(60세), 퇴직정년(55세-60세), 국민연금법상 정상 연금수급 연령 규정(60세)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생성된 노인관련 복지제도의 연령기준이 대부분 65세 이상이고, 2013년 부터는 연금수령 연령 기준도 65세로 바뀔 예정이므로, 당분간은 노인의 기준을 정할 때 두 기준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노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느낌은 긍정 보다는 부정에 가깝고 밝은 느낌 보
다는 어두운 느낌에 가까울 것이다.
치매, 고집, 완고, 독거, 실직, 지팡이, 노약자석, 알츠하이머병, 노인학대, 경제적 궁핍 등
노인 중에서 부정적 이미지 보다 긍정적 이미지에 가깝고 어두운 느낌 보다 밝은 느낌에 가까운 노인을 특별히 노신사라고 지칭 할 수 있는데, 노신사의 이미지는 품위와 기품이 느껴지며 아름답고 우아한 노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노인은 아무런 준비와 대책 없이 맞게 되지만, 노신사는 계획과 준비에 의해 만들어진다.
노인을 노신사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은퇴설계라 할 수 있다.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다.
즉, 고용상태의 어떤 직위에서 물러나 그 직위에 관련된 역할수행을 중단하게 된 상태를 의미하며 고용에 의한 유급의 직위에서 물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은퇴는 산업사회와 더불어 나타난 현상으로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산업사회 이전에 평균수명이 길지 않았던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은퇴 없이 일을 하였으나 산업화와 더불어 ‘은퇴’라는 사회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은 점점 증가하게 되고 이것은 그만큼 노후생활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퇴직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은퇴시기가 앞당겨지기 때문에 은퇴후 생활기간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2007년 현재 평균수명은 남자 76.1세, 여자는 82.7세로 평균수명 까지만 살고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해도 은퇴 이후 생활해야 하는 기간은 20년 가까이 된다.
즉, 은퇴 이전에 모아두었던 자산으로 20년을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균수명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퇴직연령이 낮아질수록 은퇴기간은 길어지고 그럴수록 필요한 자산은 증가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돈버는 시간과 돈쓰는 시간의 차이가 점 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은퇴설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인생과업인 것이다.
은퇴설계는 은퇴라는 사건의 발생과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계산하여,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전략을 동원해서 그것에 합리적으로 대비하는 과정이다.
즉, 은퇴설계는 특정한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 이후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각종 연금제도와 건강보험과 같은 보장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은퇴설계는 인생설계의 의미로 은퇴 이후의 생활과 활동을 위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은퇴설계는 은퇴 이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활동기의 재무적 준비 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준비 까지도 포함하는 과정이고, 장기적인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여,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설계를 해야하는 필요성은 무엇일까?
첫째, 평균수명 증가와 출산율의 저하.
둘째, 저금리와 인플레이션.
셋째, 돈을 버는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시간과의 차이.
넷째, 예기치 못한 퇴직과 조기정년.
다섯째, 부족한 국민연금과 늘어나는 의료비.
여섯째, 부모 봉양의식의 변화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은퇴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은퇴후 삶에 소요되는 재정에 관련되는 문제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6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65세 연령계층의 가장 어려운 점이 경제적 어려움(44.6%)이라고 답하였다. 이는 2002년에 비해 10.7%가 상승한 수치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인해 은퇴 후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은퇴 전 은퇴자금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2006)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50세 동갑내기 부부가 60세에 은퇴한 뒤 서울에 거주하면서 ‘평균적인 노후 생활’을 할 경우 노후생활비 총액은 3억 1,370만원(연평균 물가상승률 3%로 가정)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이 액수는 궁핍하지 않은 생활을 위한 최소 금액으로 부부가 매월 한 번 음악회나 영화관에 가고 1년에 한차례 종합 건강검진을 받고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품위있는 노후 생활(여유생활비 월 100만원)을 누리려면 60세에 5억 4,184만원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수명 연장과 높아지는 생활수준을 반영하면 노후에 필요한 자금은 더욱 늘어난다.
위에서 제시한 평균 수준의 노후를 위해서는 현재 서울에 사는 50세 동갑내기 부부의 경우 연 5.37%의 수익률을 가정시 매달 198만원을 적립해야 한다. 결국 5.37%의 수익률과 3%의 물가상승률을 고려시 50세 부부는 10년간 매월 198만원을 저축해서 60세부터 80세 까지 매월 60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받게 된다.
매월 60만원의 금액은 어디까지나 2인 가족의 최저생계비 수준이며, 최소한의 생존에 요구되는 금액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처럼, 은퇴에 있어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것을 미리 예상하고 계획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특히, 자녀의 교육비와 양육비로 인해 은퇴자금 마련은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하나은행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2007)에 따르면 예비 은퇴자들의 62%가 자녀 양육비 때문에 은퇴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나, 73%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녀 양육비를 줄일 생각은 없다는 응답을 하였다.
지금 당장 사용할 돈도 없는데 20년, 30년 후를 위해서 돈을 모은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돈을 벌고 있어도 쓸 돈이 항상 부족한데, 나중에 퇴직을 하고 나면 그때는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이야 자녀의 교육비와 주택 대출을 상환하느라 돈이 많이 드는 것이고, 나이가 들면, 돈 쓸 일이 별로 없을 거라 스스로 합리화 시켜보기도 하지만, 개인이나 가계에 따라 사정은 다르겠으나, 노후에는 오히려 시간이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돈을 쓸 기회가 무궁무진할 수가 있다.
은퇴설계 뿐만 아니라, 적합한 투자방법을 선택할때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폐의 가치가 변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돈은 그냥 두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의해 그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저축을 하면 복리가 적용되어 그 가치가 상승한다.
그리고, 그 상승분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는 투자대안인지, 그리고 얼마나 긴 시간을 투자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수익률에 큰 관심을 갖는 것에 비해, 투자 기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의 예를 생각해 보자.
어떤 직장인이 부동산이나 연금 등을 감안하더라도 60세에 은퇴할 때까지 3억원의 목돈을 모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 수익률이 8%인 적립식 상품에 매달 저축을 한다고 가정할 때, 20세부터 시작한다면, 매달 8만6천원씩 저축하면 되고, 30세부터 시작한다면 매달 20만 2천원을 적립해야 한다.
또한, 40세에 시작한다면 매달 50만 9천원을 적립해야하고, 50세에 시작한다면 매달 무려 164만원을 적립해야 한다. 시작 시기가 늦어질수록 매달 적립해야 하는 금액은 점 점 더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세에 저축을 시작해서 매달 8만 6천원씩 20년 동안 저축을 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더 이상 적립을 못하더라도 그 돈을 이후 20년 동안 인출하지 않고 그냥 두면, 은퇴 시점에 2억3천6백만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게된다.
그러므로 은퇴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진리에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즉, 한달에 몇 만원일지언정 화폐의 시간가치가 결합되면, 그 돈이 노후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실무경험을 통해 예비은퇴자들에게 설명하는 은퇴설계 10계명이 있다.
첫째, 노후준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둘째,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라.
셋째, 투자수익률, 물가 상승률 등 변수들을 잘 고려하라.
넷째, 세금을 계산하라.
다섯째, 덜 쓰고 투자하라.
여섯째, 오래사는 위험에 대비하라.
일곱째, 가족과 함께 플랜을 계획하라.
여덟째, 분산 투자하라.
아홉째, 건강이 최고의 재테크다.
열번째, 유능한 은퇴설계 전문가를 곁에 두어라.
은퇴를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극대화 될 것이며 이는 전반적인 삶의 질 하락을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근로기간 동안 은퇴에 대한 충분한 개인적인 준비와 더불어 여러가지 사회의 지원체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은퇴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그만큼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은퇴설계를 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투자설계, 대출설계,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조정 등 통합적인 과정으로 수행 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인이 될 것인가? 노신사가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전적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당신의 준비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메트라이프생명 피닉스 MGA 부지점장 선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