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청약통장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

작성자
최성준
등록일
2009/03/30
조회수
11104
성인 중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청약통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서는 혀를 끌끌 찰 것임이 분명하다. 심지어는 청약통장이 어디에 쓰이는 무슨 물건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조차 갖고 있을 만큼 모든 재테크의 시작이자 끝은 바로 청약통장이라고 인식되어 있다.

문제는 청약통장을 갖고만 있을 뿐이지 청약통장의 종류별 차이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청약 자격을 어떻게 관리해야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는지, 또 부족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등 중요한 포인트는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 동안 청약자격부터 주택자금 마련까지 꼼꼼한 준비가 필요한 아파트 분양에서 좌절을 맛보고 거품이 잔뜩 낀 10년도 지난 아파트를 엄청난 대출금을 끼고 구입하기 일쑤다.

청약통장 가입이 내 집 마련의 첫 걸음 임에는 틀림없지만 청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아파트 분양과 청약통장 간의 상관관계를 잘 파악하여 높은 당첨확률을 얻게 되었든 아니면 어쩌다 운이 좋아 당첨이 되든 돈이 없으면 결국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고 싶은 아파트는 4억원이 넘는데 내가 가진 돈은 여유자금과 전세 보증금까지 탈탈 털어야 겨우 2억원 남짓...나머지 부족한 돈은 어디서 구할까? 아파트 청약이나 매매 시 자금이 부족하면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라는 의문이 또 다시 생기기도 한다. 사람이 집만 갖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일단 2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고 매월 150만원의 저축을 하고 있는 35세의 가장이 시가 4억원짜리 아파트 분양을 받고자 했을 때 고려할 수 있는 방안들을 한번 살펴 보도록 하자.

<표1. 내 집 마련 시점에 따른 현금흐름 비교>


위 표에서는 집값이 오를까 봐 지금 당장 구입하는 것과 대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4년 간 자금을 좀더 모은 후 구입하는 것을 비교해 보았다.

먼저 주택가격이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당장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필요한 대출 규모는 2억원(취/등록세, 부수비용 제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일 때 20년 간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매월 143만원이다. 내 집이 생겼다는 안도감은 얻을 수 있겠지만 4년 간 대출 이자비용이 약 4,536만원이 발생될 것이고 저축여력이 모두 사라져 부부의 노후 준비와 자녀 교육비 마련은 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상황이 예상된다.

반면에 구입시점을 4년 후로 미루는 경우 현재의 저축여력 중 일부인 100만원을 주택자금 마련 용도로 활용했을 때 4년 후에는 약 5,300만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필요한 대출 규모는 1억 5,000만원 수준으로 부담이 한결 줄어든다. 4년 전에 구입하는 것보다는 거의 1억원에 가까운 기회비용을 살리는 셈이다. 또한 4년 간 노후 준비와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 질 수 있고, 남은 대출 상환 기간에도 약 40만원 정도의 저축 여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내 집 마련은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계의 재무상태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게 되는데 대출 이자비용보다도 구입 후 저축여력의 축소로 인해 야기되는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안정적인 미래를 일단 포기하고 부동산 시세차익에 사활을 거는 방안과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현실적인 내 집 마련과 안정적인 미래를 동시에 잡는 방안,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며칠 밤낮을 새우며 머리를 쥐어 뜯게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저출산 등으로 인해 한층 어두워진 장기 전망, 그리고 계속된 금리 인상은 무게 중심을 점차 후자 쪽으로 두게 만드는 듯 하다. 결과적으로는 당첨확률 높은 청약자격을 갖추고 있더라도 자금이 부족하면 청약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청약통장 가입 자체는 쉬운 일이지만 실제로 아파트를 분양받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험난하고 복잡하다. 게다가 상황을 조금이라도 잘못 판단하게 되면 그 여파는 몇 년에 걸쳐 가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과연 청약통장만으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대답은 N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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