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울의 연인은 없고 파리의 연인만 있는 대리만족시대

작성자
정동희
등록일
2004/08/23
조회수
6340

 ▶ 1부1처제 때문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믿었는데…

 

만인은 평등하다

요즘 들어 이 말이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드는 것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만인이 불평등하다는 말보다는 차라리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불평등계수인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가 높아지며 소득분배의 불균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돈이 돈을 부르는 자본주의의 생리리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점점 돈 많이 버는 만큼 세금도 많이 내야 되는 마당에   시치미 딱 떼고 만인은 불평등하다고 말할 정도로 허풍을 떨기도 싫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만민평등주의를 그래도 우길 수 있는 가장 큰 부문은 무엇일까?

혹자는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1인1표제가 만민평등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한 분석이다.

 

지난 17대 총선 때,

앞집 젊은 박씨 아저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 발의한 데 분개하여 무조건 열린우리당 후보에 한 표 던지고 옆집 김씨 아줌마는 박근혜 눈물 연기에 젖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한나라당 후보에 한 표 찍었고 뒷 집 늙은 이씨 할머니는 정동영 당시 의장이 늙은 사람은 투표 안해도 된다는 말을 곧이 고대로 실천한다고 투표일 날 집에서 하루종일 빈둥거렸다고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만 큰 오산…

 

말이야 바른 말을 해야지

한쪽은 공중파 방송매체들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NGO(비정부단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여론몰이를 했고 또 다른 한편은 소위 조·중·동의 적극적인 호위 속에 또 다른 여론방어를 하는 공방전 속에서 과연 분위기에 휩쓸리기 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난 17대 총선 때 1인1표제를 던졌기 때문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면, (우리 윗집에 살면서 새벽마다 바닥에 발톱을 갈아대며 필자를 괴롭히는) 개도 웃을 일이 아닐까?

 

이쯤 되면 필자에게 이렇게 툭 하니 한마디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리라.  

“아니 그렇다면 당신은 뭐 때문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필자의 답변:

『아, 예∼∼!

바로 1부1처제 때문에 그래도 만인은 평등한 거 아닙니까?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많으신 분도 1부1처제인 것 같고(?),

신불자 딱지를 안고 있는 사람도 1부1처제인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저는 아직은 만인평등을 믿습니다.』

 

궁색한 답변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으나, 필자에게는 나름대로 실감나는 만인평등의 핵심 생리라는 소신이 있다.

 

이 정도 노가리를 풀고 글을 맺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 서울의 연인은 없고 파리의 연인만 있는 대리만족시대

 

얼마전 범죄의 재구성 등에서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박신양 영화배우가 안방TV 드라마에 출연하여 공전의 히트를 날렸는데, 꿈의 시청률 50%를 돌파하기도 했다..

요즈음 아줌마는 몸짱 연예인을 좋아한다. (권상우, 비…등등)

그런데 심리학을 학부 때 전공했던 필자는 이러한 현상보다 더 걱정되는 게 있다.

 

몸짱 연예인 드라마 시청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TV를 끄고

실제로 배가 툭 튀어나온 남편과 이불 속에서 할 때 눈 감고 권상우, 박신양, 비 등을 생각하며 딴 생각을 혹시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혹시나 이러한 우려(?)에 어떤 아줌마는 이렇게 반박할 지 모른다.

“대한민국 아저씨들아, 젊은 몸짱 연예인 좋아하는 아줌마들만 탓하지 마라.

얼마전 대한민국 남정네들이 이효리에 멍하니 빠져있었던 마당에,

대한민국 아저씨들은 마누라와 섹스할 때 눈감고 이효리 상상하면 피차일반 아니야?”

 

▶ 한국 드라마에 널리 쓰이는 ‘출생의 비밀’장치는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드라마가 현실의 우울함과 답답함 및 지친 삶의 무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구로 작용한다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 드라마에 널리 쓰이는 ‘출생의 비밀’장치는 대중의 본능을 시사해준다.

 

즉,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스토리(가정부로 고용돼 재벌2세와 결혼)는 지칠 줄 모르는 로또 열풍에서 읽을 수 있는 도박심리 내지 현실적으로 높아지는 계층간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반란심리의 또 다른 변형 형태이다.

 

한편, 삼각관계에 놓인 두 남자를 알고 보니 아버지가 다른 동복형제라는 인물설정은 삼촌·조카를 형제로 만들고 기주(박신양)의 해피앤딩을 위한 수혁(이동건)의 말없는 희생을 시청자에게 바라게 만드는 무서움이 또한 숨어있다. 

 

최근 안방극장의 드라마들은 같은 핏줄인 두 형제와의 사랑으로 갈등하는 여주인공(STV ‘파리의 연인’, MTV ‘황태자의 첫사랑’, STV ‘형수님은 열아홉’)이 어김없이 나오고, 여주인공은 전부 고아이거나 입양아다(K2TV ‘풀하우스’, STV ‘형수님은 열아홉’, MTV ‘왕꽃선녀님’).

 

하나같이 형제인 두 남자의 동시 구애로 정신이 없는 상황…

우리는 언제까지 현실을 외면하고 드라마 속의 환상에 대리만족하며 열광해야 되는 것인가?

 

한국 드라마에 널리 쓰이는 ‘출생의 비밀’장치가 아버지가 다른 동복형제까지 전개되면서도 채널을 고정시키는 쏠림현상이 나타나는데, ‘출생의 비밀’장치가 더 꽈배기처럼 꼬일 여력이 제한될 때, 대리만족을 할 수 없는 대중심리가 어떻게 정치·경제적으로 표출될지 필자는 미리부터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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