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부터 눈을 감고 브라질의 어느 열대우림 지대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후덥지근하니 습기가 가득한 열기가 얼굴에 와닿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남반구인 그쪽은 모든 것이 우리와 반대라 햇빛의 그림자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고 식물의 덩굴손도 왼돌이가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가을이면 그곳은 여름이라 개미들도 먹이사냥에 무척이나 바쁘게 움직인다. 개미는 세계적으로 4,000종이 넘는데 그 중에서 200여 종은 곤충 등 동물의 썩은 시체나 배설물 또는 부패한 식물에 곰팡이를 키워서 먹기도 한다.
그런데 가위개미는 개미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나뭇잎을 잘라 개미집으로 운반해와서 5미터 아래 지하실에서 발효시켜 곰팡이(버섯)를 양생하여 먹는다고 한다. 가위개미를 영어로 리프커터 앤트(leafcutter ant)라고 하는데 나뭇잎을 자르는 개미란 뜻이다.
이놈들은 턱이 발달하여 잎을 자를 때는 꼭 전기가위처럼 날쌔고 힘이 엄청 세다.
수만 마리가 나무꼭대기에서 나뭇잎 자르는 소리는 아마도 소낙비 내리는 소리를 닮았을 것이고, 잎사귀 조각들이 쏟아져내리는 모습은 시간이 멈춘 원시 그대로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나무 위에 떼거리로 올라가 잘라서 바닥에 떨어뜨리면 밑에 있는 놈들이 그 잎을 물고 일렬로 나르는데 그 꼴이 꼭 개미가 우산을 쓰고 가는 듯한 모습이라고 한다.
가위개미가 곰팡이를 이용하는 이유는 나뭇잎을 소화시키지 못해서이다. 그런데 이런 농사짓기가 수백만 년 전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니 인간보다 훨씬 먼저 농사를 지어왔다고 볼 수 있겠다.
집으로 가져온 잎을 다른 무리가 입으로 잘게 조각을 내고 또 다른 무리들은 와서 자잘한 조각을 꼭꼭 씹어 침과 섞은 후에 자신들의 배설물을 쏟아놓고, 그 다음에는 이 풀 같은 끈적한 것을 마른 잎에 바르고 오래된 딴 방에서 곰팡이 조각을 물고 와서(거기에 홀씨가 묻어 있다) 그 위에 문질러둔다.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의 균사가 자라게 되고 빵조각처럼 모인 이 균사를 먹이로 섭취하는데, 식물즙을 먹는 것 외에는 이 곰팡이로 완전하고 균형 잡힌 식사가 된다고 한다.
개미들도 습성이 다 달라서 곰팡이를 양식해서 살아가는 가위개미 외에도, 진딧물을 기르는 목축개미, 다른 집 개미의 알과 유충을 잡아와서 노예로 쓰는 노예사냥개미, 식물의 씨앗을 모아뒀다가 봄에 뿌려 그 잎을 갉아먹는 수확개미 등이 있다. 모두가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긴 세월 생활하다 터득한 하나의 생활양식이라 봐야 하겠다.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여름 내내 개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여 집을 짓고 식량을 준비해서 다가올 추운 겨울을 준비하지만, 베짱이는 게을러서 여름 내내 노래만 부르고 놀다고 막상 추운겨울이 오니 먹을 것이 없고 춥고 배가 고파서 개미를 찾아가서 구걸을 한다는 얘기다. 결국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준비한 사람만이 나중에 따뜻한 겨울을 난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이면에는 우리가 몰랐던 생태계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즉 베짱이(여치) 등의 곤충들은 대체로 알이나 번데기 상태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따로 먹이를 저장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미의 경우 성충 상태로 겨울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영양물질들을 집안에 저장해둬야 하고, 이런 이유로 일개미는 봄부터 가을까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일한다고 한다.
그리고 개미는 무리생활을 하며 집이 따로 필요한데 베짱이는 집도 따로 없이 단독생활을 하기 때문에, 개미는 무리들이 먹을 식량과 같이 살 만한 튼튼한 집이 필요하기에 항상 일을 해야 하지만 베짱이는 생태상 이런 것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개미는 굴속에서 미리 숫캐미의 정소를 받아둔 여왕개미가 번식을 하지만, 베짱이는 여름 동안 짝을 찾아서 번식을 해야 자손을 퍼뜨려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즉 베짱이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짝을 찾아서 번식하는 데 써야 할 귀한 에너지와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베짱이도 여름 내내 짝을 찾아 번식하느라 아주 바쁜 거라고 한다.
이러한 의견을 내세워 우리가 교훈으로 삼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 의 이야기를 결코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요즘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면 오히려 열심히 일을 하고 식량을 저장해서 노후라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개미 (중산층 이하 일반인을 의미) 들은 현실의 편안함과 만족만을 추구할 뿐 재테크에 관심이 별로 없고, 굳이 겨울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베짱이라는 부자들은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많이 한다.
이들은 현재까지 이루어놓은 부만으로도 편안한 노후준비가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개미의 습관을 가지고 있고 또 놓치 않으려 한다.
잠시 한숨 돌리고 가만히 생각해보자. 여러분들은 개미인가 베짱이인가?
식량을 저장하고 집의 상태를 점검하고 튼튼히 하는 등의 아무런 준비를 안 해도 겨울(노후)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가?
아니면 여러분들의 생태적인 특징이 베짱이처럼 굳이 겨울준비를 안 해도 어느 정도 겨울을 지낼 수 있고 남들하고 안 어울리고 혼자 살기 때문에 집도 필요 없는가?
"개미 금탑 모으듯 한다" 는 말은 부지런한 역사를 한다는 뜻이고, 진보가 없을 때를 "개미 쳇바퀴 돌 듯한다"고 하는데 이 두 말은 부지런함과 융통성 있는 생활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미가 금탑을 모으듯, 여러분들이 베짱이가 아니라면 자기 자신이 개미라고 생각이 든다면 지금부터라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