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잡지나 신문을 보다가 아는 사람을 발견하여 놀라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물론 유명한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지만, 그간 한참 동안 근황을 모르던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들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아주 간혹 그것이 매우 당혹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지방 강의를 위해 KTX를 타고 가던 중 생각 없이 KTX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읽게 되었고, 직장인들의 영어 공부를 위한 짧은 조언들이 담긴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클라이언트들에게 도움을 줄 요량으로 읽고 있는데, 한 강사의 이름이 제가 아는 선배의 이름이어서 함께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그 선배가 맞더군요. ‘아니 이 선배가 잘나가는 영어학원 강사라니…’ 사실 누군가에게 그 선배가 영어 학원 강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솔직히 전문 영어강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등학생 영어 선생 정도로 상상했었지요.
대학시절 친했던 그 선배는 영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영어선생님이 되겠다고 영어교육을 부전공까지 했었고, 어려운 형편에 미국 여행 길에까지 올랐을 정도로 열정이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솔직히 당시 저는 그 선배의 꿈이 아주 허황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영어를 아주 못했거든요. ‘여기가 어디야?’ 를 ‘Here is where? (맞는 표현은 Where am I? 정도가 되겠죠)’ 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유머가 많은 성격 때문에 재미 있으라고 그러는 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기본적 회화마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발음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R 발음은 아무리 노력해도 아예 되지가 않고, 함께 발음공부를 할 때면 다른 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 정도였답니다. 하여간 저희 졸업동기 중에서 영어를 심각하게 못하는 축에 들었지만, 영어에 대한 열정이 하도 대단하여, 그의 영어 실력은 우리 동기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곤 하였습니다.
졸업을 하고 그 선배가 영문과 대학원을 진학했다고 했을 때 역시 저는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끈질기다. 그런다고 굳은 혀가 움직이고, 없는 언어 감각이 생길까?’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불가능 할 것 같았던 그의 꿈이 이루어 진 것을 저는 미디어를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과 선후배 중에서 다른 어떤 사람이 영어 강사가 되었다고 해도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다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세상에 노력해서 못 이루는 것은 없다고.’
그의 기사를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다소 무리다 싶을 정도의 것을 요구하고 있더군요. 출근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까지 활용해서 영어 공부를 하라고 했습니다. 다소 비 현실적이란 생각을 하지만, 그는 진짜 그렇게 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을 것이 분명하기에 저에게는 더없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모두 비웃고, 모두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는 그의 꿈을 포기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여 그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비현실적일 정도의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겠지요.
이순간 나오는 말은 그저 ‘그 선배 대단하다’ 입니다. 그는 좋은 영어 강사일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영어를 못하는 데서 오는 괴로움, 그리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들였던 그 인고의 세월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 할 테니까요. 외국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서, 혹은 언어에 대한 감각을 타고나서 좋아하는 만큼 실력을 늘일 수 있었던 다른 많은 외국어 강사와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할 것입니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리고 클라이언트들을 도우면서 정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실 저조차도 아직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SKY 대학생들을 제치고 공사에 합격한 야간 지방대 졸업생이나, 3.0점도 안 되는 학점으로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원에 줄줄이 합격한 사람들이나, 재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지만 영어강사로 성공한 선배나,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의 몇 배 이상을 해 낸 사람들입니다. 세상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은 어떤 재능이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아 열정과 노력을 아낌없이 퍼 붓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에 한 헤드헌터 역시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한 전직을 이루어 내는 사람들은 회사가 원하는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보다는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도전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 해주더군요. 이제까지 해온 것을 탓하기 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용기 있게 추구한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꾸준히 도전하면 성공한다’ 너무나도 평범한, 그래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이 말이 사실은 하나뿐인 진리임을 오늘 또 한번 깨닫게 됩니다.
머지 않은 날에 선배에게 연락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해야겠지요. 응원은 커녕 선배가 영어만 하면 웃어대던 철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