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스포츠를 열심히 봅니다.
별로 관심이 없는 스포츠 종목이라도 결승전은 재미가 나게 마련이지요. 저는 잘은 모르지만 사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는 예선과 결승이 질적으로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독 빅매치나 결승전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열렬히 응원하는 편이 있을 경우 더 재미가 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긴장감이 있기 때문이지요.
오랜 시간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1등을 놓고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 긴장감을 주게 마련이지요. 아슬아슬하게 지고 있을 때는 속이 바짝바짝 탑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봅니다. 보는 사람도 이런데 직접 경기를 하는 사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면 꼭 해설가가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제는 심리전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실력보다는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승리를 하곤 합니다. 이런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해당이 되고, 커리어 관리에도 해당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입사를 위한 인터뷰입니다. 평소에 잘 준비를 하고 있다가도 면접관에게 압도되어 횡설수설하다가 중요한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연봉 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이하로는 말도 안된다고 하다가도 부장님 앞에 가면 조용히 도장을 찍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심리전에서 밀려서 게임도 제대로 못해보고 KO 패 혹은 판정패를 당하는 셈입니다.
부서를 옮기게 되거나, 큰 프로젝트에 합류를 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맡게 되고, 원치않는 퇴사를 해야 하는 경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자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 이력서를 내는 경우... 모두 심리전이 필요한 경우들이고 우리 커리어에는 이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그리고 실력과는 별개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커리어의 성패가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적인 외국인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한 강부장은 자신의 젊음을 바친 회사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데에 분개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한 소송 끝에 그는 패배하였고, 결국은 배신감과 함께 패배감까지 가지고 대책없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회사 조부장은 명예퇴직의 대상이 되자, 회사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퇴사를 6개월 유보하고, 그간 사무실 사용과 기본급 수령의 약속 받고, 그는 조직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했습니다.
두 사람은 똑 같은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그들이 받은 상처와 당혹감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이 대처하는 양상은 매우 달랐습니다. 그 두 분의 재취업을 도우면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훌륭한 업적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에서 승승장구해온 개국공신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사람의 자신감 레벨은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부장은 회사를 떠나면서 내 인생도 끝이 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자신을 받아줄 수 있으리라는 데에도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매우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조부장은 속은 어떤지 몰라도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매우 자신감 있고, 그 와중에 부인과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도 그 두사람에게 걸맞게 나타났습니다.
늘 조바심 내고 힘들어하던 강부장은 계속 하는 일마다 꼬이고, 결국엔 한참만에 어렵게 입사를 결정을 한 회사는 들어가자마자 문제를 발견하고 1주일 만에 퇴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조부장은 회사와 약속한 6개월이 끝나기 전에 중견기업 임원으로 좋은 조건으로 재입사를 했습니다.
제가 본 두 분의 차이는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였습니다.
강부장은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에 늘 마음에 상처가 있었고, 우울했으며, 희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와도 실패부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르고 골라 한 결정은 그를 다시 한번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조부장은 자신을 성공할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도, 그는 앞으로 성공할 사람이기 때문에, “이 회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했다” 라고 훌훌 털고 앞으로 정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퇴직 6개월 유보라든가 하는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자신의 위기와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간 결과 그는 다시 본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물론 성격적인 요인이 가장 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비관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성격에만 의존되는 건 아닙니다.
자신감은 평소 자신이 해 온 일에 근거합니다. 즉, 계속적인 성취를 해오고, 그것을 본인이 스스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었을 때 그 자신감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승전 숨막히는 순간 선수가 전에 이겼왔던 수많은 순간들을 기억한다면, 자신감이 생겨 승리할 것이고, 맨 지고 뼈아파 하던 황당한 순간들만 기억한다면 당연히 패배할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붉은 악마들의 ‘again 1969’라는 카드섹션도 이런 의미였지요.
이렇게 외부에서 ‘자신감을 가져라’ 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산에 가서 ‘나는 할 수있다’를 외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납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과거에 자신이 잘했던 일이라던가, 세웠던 업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를 정리해봤자 절망만 드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잘 했던 일이나, 인정받았던 순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시간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분석해 보세요. 내가 어떻게 성취를 이루었던가. 그것들을 스스로 분석해 보고, 그것을 앞으로는 어떻게 적용할지를 생각해 본다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자신감을 잃게 될까봐 두렵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실패는 극복할 수 있지만, 자신감을 잃으면 그자리에서 모든 것이 끝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심하게 낙심이 되거나, 자신감이 없어질 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앨범을 꺼내 보거나 저의 ‘career profile’을 꺼내 봅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 아줌마가 되었다는 절망감이 들 때는 젊었을 때 사진을 보면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하면서 기분전환이 되고, 일이 잘 안 될 때는 예전에 일하면서 클라이언트들한테 받았던 편지나, 신문에 난 기사, 성공했던 프로젝트 품의서 등이 들어있는 커리어 프로파일을 봅니다.
한장 한장 넘기는 동안 ‘나도 잘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대가 뒤숭숭하여, 안 좋은 일도 많고, 어깨 축 쳐지는 일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무리 ‘희망을 가지세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외친들, 없던 희망과 자신감이 생기진 않을 겁니다. 오늘 서랍이나 책상에 넣어두었던 나의 잘나가던 ‘과거’를 살짝 꺼내보세요.
다시 한번 나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마음속에 새기고 앞으로 더욱 힘차게 나아가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꺼내 볼 무언가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들기 시작해보세요. 이것이 경력관리의 첫걸음이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