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과연 지금 공격적인 주식투자를 할 것인가?

작성자
조용학
등록일
2005/10/26
조회수
17795

KOSPI 지수가 역사상 최고점을 돌파한 지금, 국내 증시에는 크게 엇갈리는 두 가지 흐름으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하나는 과거 90년대 중반이후부터 지속적인 매수 세력으로 작용해왔던 외국인의 매도공세이다.  또 하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기관투자가의 자금력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국내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은 한국증시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수급의 혁명’이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이길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  우리는 과연 누구의 편에 서야하는가?  

 

사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에 힘입어 주가는 2001년 911테러 직후 463 포인트를 바닥으로 2005년 10월5일 1,246 포인트까지 약 4년간 783포인트가 상승하였다.  총 169%가 상승하였으며 연평균 28%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했다.  

 

워렌버핏이 세계 2위의 갑부가 된 것은 주식투자로 매년 평균 25%내외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사실을 보면 이와 같은 KOSPI지수의 상승률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간 저금리로 정기예금 금리가 4%내외(세후 3.5% 미만)에 불과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더욱 놀라운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인덱스펀드(KOSPI 지수의 상승률을 따라가도록 구성한 펀드)에 투자하기만 했어도 금리의 최소 7배, 실질 수익률 기준으로는 8배가 넘는 수익률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증시의 호황국면이 4년이나 이어지자 시중의 유동자금은 더욱 빠르게 증시로 편입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 결과 소위 증시의 관계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수급의 혁명’이라는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잠시 ‘수급의 혁명’을 살펴보자.  

앞서 지적했던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한국 증시의 ‘초호황 국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20일 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관되게 매도한 물량은 3조원을 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이정도 물량이 증시에 쏟아졌을 때 지수는 200포인트 넘게 하락하여 초토화되었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지금은 최고점대비 100포인트도 하락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물량을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도 하루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펀드로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으니 가히 ‘수급의 혁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혹자는 80년대 미국에서 펀드의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점을 떠올리며 우리나라도 1,000포인트를 넘어 3,000포인트, 심하게는 5,000포인트 고지를 향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전망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증시는 두 가지 중요한 축에 의해 상승과 하락이 결정되는데 하나는 바로 ‘기업의 실적’이고 두 번째는 ‘시중의 유동성’이다.  더욱이 유동성이 개인자금으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가에게 집중되면 자금의 힘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현재의 펀드열풍은 분명히 한국증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좋은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멈추질 않고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복잡한 분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상황을 단순화해서 이해해보기로 하자.  

우선 시중의 유동성을 만들어낸 가장 큰 힘은 바로 ‘저금리’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국은 IMF 시절에 15%를 넘나들던 상황에서 3%까지 수직 하락하였고 미국도 7~8%를 기록하던 금리가 2000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1%까지 폭락하였다.  이런 상황은 전 세계의 공통된 현상이었다.  

그런데 저금리는 대부분의 자산을 폭등시키는 위력을 발휘하였고 부동산과 주식을 모두 상승시켜왔다.  다만 한국에서는 대중의 자산선호도가 주식에 비해 부동산에 압도적으로 쏠려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식의 상승은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었을 뿐이다.  

 

앞서 보았다시피 주식시장도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금리인상’의 트랜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연속적으로 11차례나 금리를 올려서 1%에 불과하던 금리가 지금은 3.75%까지 솟구쳤고 미 연방준비은행은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올릴 것이란 메시지를 강하게 주고 있다.  

그리고 최소한 4.5%~5%까지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연하게도 자산가격의 상승행진에 제동을 걸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펀드들은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도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 보여 진다.  이와 함께 미국의 부동산 가격도 완연한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금리인상을 해석하는 관점에서 크게 엇갈리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증시를 판단하는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은 경제성장을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즉 미국경제가 점차 견조한 상승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따라서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주식시장에 호재이며 근본적으로 금리는 상한선이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우리가 미국경제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미 연방준비은행은 금리인상의 근거로 물가상승을 들고 있다.  미국은 소비자물가를 변동성이 큰 에너지가격과 농산물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와 이를 포함한 물가로 나누어서 발표한다.  

 

근원물가는 수년째 2%대에서 안정되어있는 반면 에너지가격과 농산물가격을 포함한 물가는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생산자물가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연방준비은행으로 하여금 금리인상을 지속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경제성장을 반영한다는 논리는 표면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경제는 크게 좋아지지 않으면서 물가만 상승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가상승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에너지가격의 급등이다.  

 

에너지가격의 상승은 여러 가지 면에서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되어있다.  당연히 유류소비(자동차, 난방)가 많은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계에 많은 부담을 줄 것이고 이는 소비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원가상승의 부담을 지게 되는데 소비가 침체되면 이를 가격상승으로 전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기업실적이 안 좋아 질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기업실적의 악화가 전반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미국최대의 자동차회사인 GM이 투기등급으로 하향되었다거나 역시 최대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델파이가 파산신청을 한 소식이 들리지만 겉으로는 그런 충격을 이겨내는 듯하게 보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가격이 계속해서 고공권에서 머문다면 점차 그 영향이 기업으로 진행될 것이고 이는 결국 실적악화라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자금의 유동성이 위축되는 상황이 겹치게 되면 결코 증시에 유쾌한 소식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물가상황은 어떤가? 그리고 금리는?  

한국은 이제야 처음으로 콜금리를 0.25%올린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수준은 여전히 절대적으로는 저금리상황을 탈피했다고 볼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물가상승은 더욱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걱정과 그에 따른 금리인상이 머나먼 이야기로 들리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선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적의 악화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은 다르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즉 한국의 증시는 기업의 실적(적어도 수출기업)과 유동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점이 최근에 미국증시와의 디커플링(동조화 현상에서 벗어남)을 주장하는 근거이고 ‘수급혁명’으로 국내기관의 총알이 풍부해진 지금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충분히 이겨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제한적이라면 적당한 조정을 받고 나서는 재차 상승행진을 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상황이 엇갈리면서 미국의 자금은 한국에서 빠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자금은 증시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적어도 한국의 금리가 현 수준에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한국증시의 폭락사태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멈추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매도공세도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강력한 상승세는 쉽게 보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이 오히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이런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를 판단하려면 조금 다른 각도에서 현재의 상황을 다시 봐야한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매수여력은 한국에서 금리상승의 속도와 지속성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유지된다고 전제하자.  그리고 미국발 금리인상이 물가상승을 차단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혔다.  그런데 근원물가(에너지가격과 농산물가격을 제외한)는 안정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저렴한 공산품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물가상승의 핵심은 에너지가격이다.  에너지 가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가격은 2000년 초반에 20달러대에서 현재 55달러를 넘고 있다.  일시적으로 얼마의 고점을 형성했는가하는 점은 중요치 않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지의 여부이다.  

 

 현재 3년 이상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크게 하락할 여지는 없다고 한다.  이유는 역시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을 하면서 엄청난 양의 석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세계경제에 양날의 칼이다.

 

 저렴한 공산품의 공급은 근원물가를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면이고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에너지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정적인 면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금리인상은 바로 이런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중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한 그리고 세계경제가 크게 침체되지 않는 한 에너지가격은 고공권에서 머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에너지가격이 높게 유지된다는 것은 기업의 원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상승한 원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힘이 약한 기업일수록 실적의 악화가 빨리 오게 될 것이다.  

 

결국 원가에서 에너지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순서대로 그리고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힘이 약한 순서대로 기업의 실적은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한계를 넘어서까지 에너지가격이 오르게 된다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실적의 악화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물가상승이 문제라는 것은 뒤집어서 말하면 에너지가격의 상승을 걱정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기업실적의 악화를 우려한다는 것이 된다.  

 

자! 이제 다시 전체적인 상황을 점검해보자.  증시의 상승세를 유지하는 중요한 두 개의 축은 ‘기업의 실적’과 ‘시중의 유동성’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중의 유동성은 미국발 금리인상에 의해 외국인이 먼저 영향을 받아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공백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메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증시의 상승세를 받쳐주는 ‘시중의 유동성’은 중립적이라고 할 것이다.  

단, 미국의 금리인상이 더욱 가속화되어서 국내금리도 빠르게 인상되는 상황으로 변해가면 갈수록 국내 기관투자가의 매수여력은 약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금리변수를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실적은 에너지가격이 높게 유지된다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다.  

 

에너지가격이 기업의 원가부담을 높여서 문제가 야기될지 일반 가계의 소비침체를 불러일으켜서 전체적인 구매력을 감소시킴으로써 문제가 야기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에너지가격이 유지되는 한 실적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우 높은 원가경쟁력을 유지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증시의 상승세를 유지해주는 두 가지 요소 모두가 일종의 ‘변곡점’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시점은 아니란 것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여유를 갖고 시장의 향방을 지켜본다고 해서 크게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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