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위대한 상인의 비밀

작성자
김현정
등록일
2005/05/30
조회수
12986

조금씩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것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많이 산 거는 아닙니다. 

 

4-5년 전에 ‘위대한 상인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번역하신 교수님이 극찬을 하신 책이라 기대하고 읽었는데,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비밀은 ‘사랑하라’ 였습니다. 고객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 어째 이상주의자가 아닐까 싶게 들리고 하고, 좀 신파조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이 책을 쓰기 위해 요즘 성공가도를 달리는 직장인들을 만나고 나니, 이 말이 정말로 이해가 됩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몸이 부지런해지고, 그 사람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한참 연애할 때는 항상 마음이 들떠있고, 행복하고, 그사람 만나는 시간만 기다려집니다.  매일 밤 12시에 헤어져서 다음날 출근 때문에 6시에 일어나서 수면부족과 만성피로에 시달려도 그 사람 만나러 가는 길은 즐겁기만 합니다.  아무리 지저분한 사람도 샤워도 자주하게 되고, 멋진 옷도 사고 싶어지고,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얼굴 표정이나 말투를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마음에 생기기도 합니다. 내가 혹시 뭔가를 실수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 사람이 떠나가면 어쩌나 싶어 조바심을 내기도 하지만, 함부로 할 수도 없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 더라구요.  그들은 일을 철저하게 즐기고, 직장을 편하게 생각합니다.  출근하는 데에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을 갖습니다. 

 

그리고 야근과 밤샘, 그리고 육체 노동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고객을 만나러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고객을 찾아 7군데를 방문한 금융 세일즈 맨이나,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나선 유통맨이나, 몸이 불편한 것을 꺼리지 않습니다.  제일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고, 재고정리를 위해 손수 창고 일을 하다가 병원신세를 지기도 합니다.

 

최상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 편한 단화대신 하이힐을 신고, 비싼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고, 최고급 양복을 맞춰 입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정을 받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면서도 늘 위기의식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위기이며,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일을 합니다. 잘 보이기 위해서 상대에게 잘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가꾸기 위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합니다.  그들에게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천적이 있는 동물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은 멸종한다는 자연의 법칙처럼 누가 쪼거나, 감시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수많은 압박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견디는 모습이 숭고하게까지 느껴졌습니다.

 

금융 세일즈에서 유명한 한 여성 차장님을 만났습니다. 

엄청나게 유명한 분이라고 해서, 사뭇 긴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아는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로 맞아주시고, 친한 언니처럼 저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네셨습니다.  미장원에 다녀온 듯한 머리스타일에 유행이 적절히 반영된 세련된 메이크업, 그리고 세련된 정장.  솔직히 여장부 스타일이나, 동네 아줌마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건만, 그녀는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그저 한명의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그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이제 고객들을 밖으로 만나러 다니기보다는 메니저로서 주로 내근을 하고, 직원 관리를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단화를 신지 않고, 싼 옷을 사 입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랫사람들이 자신을 따라서 할까봐 그런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사실 이런 사람이 상사라고 한다면 숨이 콱콱 막힐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이 다 솔선수범을 하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따르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아랫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한 작전은 아니겠지요? 일을 사랑하고, 그리고 부하직원들이 자신처럼 일을 사랑하고, 성과를 올리고 그 성과의 달콤함을 즐기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부하직원들도 투정도 부리고, 뒤에서 험한 말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런 상사에게는 배우는 것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직장인에게 사랑이라는 것도 선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야구광이 스포츠 기자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좋을까? 그 좋아하는 야구를 매일 그것도 기자석에서 볼 수 있다니 말이죠. 뿐인가요?  유명한 야구선수며 구단주,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니 얼마나 좋을까요?

 

대학교때 야구장에 가서 표를 구입하려다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북새통을 유유히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는 스포츠 기자를 구체적으로 목표로 삼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 기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자생활 9년차인 그에게 물었습니다. 어떠냐고.  일단을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재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역시 예상대로입니다. 안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좋아하던 스포츠를 즐길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아했지요.

 

이 일을 하면서 6개월 만에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팀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그렇게 좋아하던 9회 말 역전이 이제는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보통 저녁에 야구경기가 끝나면 바로 스포츠 뉴스에 기사가 나가야 하기 때문에 경기 중간에 계속 기사를 쓰는데, 갑자기 역전이 되면, 다시 처음부터 써야 하고, 방송의 특성상 그 역전의 주인공의 자료 화면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엄청나게 바빠진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신문기자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월드컵 이탈리아전에 설기현 선수가 동점골을 넣었을 때, 기자들은 모두 기겁(?)을 했다고 합니다.  대한국민 누가 그 장면에 환호하지 않았을까요?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요.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길 수 없는 그런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화가가 되면, 그 다음부터는 이 그림을 사람들이 인정을 해줄까? 이 그림이 팔릴까? 를 고민해야 하고, 노래가 좋아서 가수가 되었더니 쉬지도 못하고, 성대가 고장 날 때까지 노래를 불러야 하는 가수처럼 취미가 직업 ? 생계의 수단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신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자는 요즘은 영화를 스포츠보다 10배는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즉, 취미는 취미로 살리고, 일은 일대로 사랑하며 산다면 인생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지 않을까 합니다.   

 

전에 프랑스계 회사 출신 사장님을 커리어 컨설팅에서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오래 사시면서 설치미술에 관해서는 웬만한 국내 전문가 이상의 식견 및 실력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그분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설치미술을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사장까지 지내신 성공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에게 일을 더 사랑하느냐? 설치미술을 더 사랑하느냐를 묻는 것. 대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결혼한 남자에게 ‘부인이 좋아? 애가 좋아? 아니면 어머니?’라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몰입의 즐거움’ 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실험으로 증명한 것처럼 인생의 무엇을 하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을 채우고 있는 것들을 모두 사랑하고, 그것에 몰입할 때 우리의 행복지수는 올라갑니다.  일도 사랑하고, 취미활동도 사랑하고, 가족들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제로 실천하고 만끽할 때, 삶의 만족도는 물론 그 결과도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