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샴푸 선전에 보면 고소영씨가 등장하여 ‘때론 나도 열등감을 느끼며, 나도 사랑 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카피를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나이에 비해 젊고 예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머리를 한번 길러볼까?’ 라고 생각하던 중에 그런 선전을 보니, 와 닿는 면이 적지 않더군요.
사춘기시절 저의 가장 큰 콤플렉스는 목소리였습니다. 한참 거울을 보고, 외모를 살필 나이에 이런 콤플렉스 한두 가지는 있기 마련이죠.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다녔던 저는 남학생들이 제 생김새와 목소리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과 말하는 것이 싫었고, 말을 하다가도 나 스스로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가 금방 말을 걷곤 했습니다.
이는 대학시절 우연히 방송에 나가게 되면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방송에 계신 분들은 저의 목소리는 물론, 발음과 억양까지 지적하셨습니다. 정말 말을 하지 않고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일은 강의와 상담 등 주로 말로 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얼마 전에 강의를 마치자 관계자분께서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정말 그 칭찬이 세상에서 제일 좋습니다. 전에도 간혹 그런 칭찬을 듣곤 했습니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목소리가 좋은 지는 모르겠고, 아직도 저는 제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소리가 놀리는 소리는 아니라고 60% 정도 믿고 좋아할 수 있는 있는 것은 제가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들였던 정성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어딘가에서 당대 최고의 아나운서인 차인태씨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가 너무 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좋지 않아서 늘 방송실에서 말하는 연습을 하다가 어느 날 마이크가 켜져 있어서 전교생이 그가 연습하는 것을 다 듣게 되었고,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아나운서로서의 자질을 보이지 못했지만, 그런 노력 끝에 최고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저에게는 큰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50만원이 넘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목소리를 고치는 일이었습니다. 성대수술을 할 일도 못되고, 할 용기도 없어서, 전문가에게 발음, 발성 교정을 받았습니다. 제 한달 월급의 2배를 털어 넣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매일 지적을 받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목소리에 자신이 없어서 우물거리기 까지 하는 발성, 발음, 과도한 억양 등은 방송인들이 듣기에는 정말 치명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복식호흡부터 시작해서, 목 관리, 기본 발성, 발음연습, 신문읽기, 억양 없애기. 고통스러웠고, 사실 별로 좋아진 것이 느껴지지도 않고, 괜히 tv나 라디오 보면 어설픈 연예인들의 엉망인 발성, 발음, 억양을 들으면 거슬려서 채널을 돌려버려야 할 정도의 부작용까지 생겼습니다.
선생님이 왜 그렇게 나에게 모질게 굴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하지만 저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나중에는 칭찬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신감이라는 것을 조금씩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꾸준한 노력은 제가 몇 년 뒤 교육을 하면서부터 그 효과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타고난 목소리가 어떻게 바뀔까 싶고, 저는 아직 고등학교 때 그 목소리와 별로 다른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심지어 미장원에 가도 제 목소리 때문에 직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생기기 까지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더 자신감을 가지고, 더 입을 크게 벌려서 발음에 신경을 쓰고, 억양에 신경을 쓰며 말을 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사람들한테 칭찬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어떤 유명한 심리학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근본 동기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등감이 사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열등감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지, 그것에 휘둘려서 인생을 우울하게 살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은 열등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죠.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열등감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것을 일부러 회피하고 다른 이야기만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콤플렉스 중에 하나는 학벌일 것입니다. 자신은 학벌이 안되어서 실력이 있어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학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클라이언트 중 한 분은 남들보다 2배 3배 열심히 일하고, 실력을 인정 받아서 채용 담당자가 학교후배들을 소개시켜 달라 소리를 듣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나이 서른이 넘어 자기가 모은 돈으로 미국 아이비리그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면서 “저 이제 학벌 콤플렉스 안 느껴도 되는 거죠?” 하며 울먹이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너무 촌스러운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대학생도 많습니다.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을 못 참아줄 천박한 작태나, 씁쓸한 현실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돈도 그렇고, 몸에 칼을 댄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한 영문과 학생은 다들 가는 어학 연수를 가지 않고, 취업 시험 준비에 철저하게 대비하면서, 성형수술을 하고, 빌려 입거나, 어색하고 촌스러운 싸구려 옷이 아닌, 세련된 커리어 정장을 구비하여 4학년 재학 중에 원하던 은행권에 한번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녀는 최선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을 기울였고, ‘외모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 며 비관하면서 도서관에 쳐 박혀 우울하게 토익 공부에 열중하지 않았습니다.
콤플렉스 극복의 노력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그쪽으로 돌리는 자세도 문제지만, 그것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자신의 콤플렉스가 뭔지 본인이 안다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직면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학벌이나 외모가 성공에 치명적인 걸림돌인데, 그것을 직면하지 않고, 괜히 다른 이유 ? 예를 들면 아부를 못해서 성공하지 못한다거나, 상사를 잘못 만나서 이 모양 이라는 등의 전혀 다른 이유나, 혹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약점을 이유로 자신의 부진을 변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더 나은 모습이 되는 노력자체를 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 되는 콤플렉스, 별로 극복의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은 콤플렉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상당부분의 콤플렉스는 자신이 받아 들이는 순간 그 크기가 작아집니다. “나는 목소리가 좋은 편은 아니지.”라고 생각하면 그냥 거기서 끝이 납니다. 그것 때문에 대인 기피증까지 생기고, 자신의 강점보다 그것이 훨씬 더 커 보였다면 개그우먼 박경림씨가 어떻게 성공을 했겠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이야기 할 정도 되면 그것이 인생을 지배할 정도로 커지지는 않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삼순이’도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죠.
적절히 불편한 감정 느끼면서, 적당히 슬퍼하고, 남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100% 자신감에 차서, 열등감 하나 없이 살기를 바란다면, 정신병에 걸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떤 경영학 교수님 연구결과가 2,3류 기업은 단점을 보완하는데 치중하고, 1류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더욱 발전시키는 데에 치중한다고 합니다.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런 콤플렉스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나의 성장에 큰 도움이 못되고, 나의 성공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刊 [직장인 10년차] 저자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