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녀교육, 그 멀고도 험한 길 – 1부

작성자
강준현
등록일
2012/07/30
조회수
11148

얼마 전, 라디오에서 서울 지역의 주출산연령인 25~39세 기혼여성의 평균출생아수가 2010년 기준으로 1.4명이라고 하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전체 가정의 수가 100이라고 할 때, 한 자녀 가정이 50이고 두 자녀 가정이 50이라면 평균출생아수는 정확히 1.5명이 됩니다. 따라서 이 말은 한 자녀 가정의 수가 두 자녀 가정의 수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록 서울 지역의 통계이지만 다른 지역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한 자녀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때때로 자녀가 셋이 넘는 가정은--물론 농담조이지만--‘요즘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무식하게 뭔 애들을 저렇게 많이 낳았어’라는 말까지 듣습니다. 자녀를 많이 낳으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 불편한 진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돈’인 것 같습니다.

 

 어느 보험회사의 교육보험광고에, 아이가 태어나서 대학졸업 때까지 교육비가 총 2억 3,200만원이 들고 그 중 5,114만원은 사교육비라고 써놓은 걸 봤습니다. 뭘 근거로 그렇게 썼나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대학 4년간 5,865만원, 고등학교 3년간 3,592만원, 중학교 3년간 3,132만원, 이후 초등학교, 유아, 영아까지 몇천만원씩 금액을 적어놓았네요. 이걸 다 합치면 2억 3,200만원이란 얘기입니다. 대학 4년간 5,865만원이라… 일단 대학은 이해가 갑니다. 근데 고등학교 아래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아무리 사교육을 많이 시킨다고 해도 연간 천만원 이상이 들어갈까요? 그것도 전국평균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건 뻥입니다. 중학교를 예로 들자면 3년간 3,132만원이 들고 그 중 사교육비가 천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교육비가 약 2천만원이란 소린데… 큰 딸이 중학생인 필자는 저렇게 많은 돈을 학교에 내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이건 뭐지? 싶어서 조사를 해봤더니 공교육비 부분에서 오류가 있더군요. 공교육비란 교사급여, 학교의 집기, 비품 구입 등 학교운영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공교육비는 정부부담과 민간부담으로 나뉘는데 중학교는 대부분 정부부담입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급식비와 학교운영지원비(예전 육성회비) 말고는 학교에 내는 돈이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학교운영지원비가 면제되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급식비와 학교운영지원비 외에 입학금, 수업료를 민간이, 즉 부모가 부담하지만 그것도 연간 180~200만원 정도입니다. 따라서 고등학교까지의 공교육비는 대부분 정부가 부담한다고 봐야 합니다. 통계청 자료를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보험회사는 정부가 부담하는 공교육비까지도 마치 부모가 준비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주면서 교육비를 쓸 데 없이 부풀리고 있네요. 보험사가 이런 사실을 잘 몰라서 그랬을까요? 필자의 생각에는 ‘교육비가 저렇게 많이 필요하니까 우리 회사의 교육보험에 많은 돈을 불입하시라’는 보험사의 꼼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까지 부모가 경제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크게 양육비와 교육비입니다. 이 둘을 합쳐서 2억 3,200만원이라면 차라리 믿겠습니다. 근데 교육비만 2억이 넘는다는 건 요샛말로 에바(에러+오바, error+over)입니다. 왜냐면 양육비는 대부분 가계의 생활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중고등학교의 사교육비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대부분 매월의 지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부모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 준비해야 하는 교육비는 대학, 대학원, 해외유학, 언어연수 등 대학 이상의 교육에 필요한 비용들입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유학을 가지 않는다면? 언어연수를 가지 않는다면? 부모로서는 땡큐베리감사지요. 그 돈이 본인의 노후준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에게 드는 교육비가 아깝다는 말이 아닙니다. 아이 교육비를 줄여서 본인의 은퇴자산을 늘리자는 말도 아닙니다. 내 아이가 잘 될 수 있다면,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빚을 내서라도 공부를 시키려는 게 우리네 정서입니다. 실제로 요즘 뉴스에 보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자녀교육비를 충당하는 가정이 꽤 많이 있더군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까지 하면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그 돈만큼의, 또는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항상 부여할까요? 대학은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일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 화두를 한번 던져봅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필자는 부모로서 자녀의 교육에 대한 책임은 고등학교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식과 소양은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아니,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중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지식과 소양을 쌓는 것이 학교에서만 가능한 건 아니니까요.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이 세 사람에겐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들의 최종학력이 대학중퇴라는 것입니다. 필자의 대학친구 중에도 위 세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큼 부와 명성을 얻은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도 아직 대학졸업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의 학력을 문제삼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대학중퇴인 사람이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대학중퇴인 사람이 결코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중졸학력, 고졸학력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성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본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분야의 선택과, 열정과 노력이라는 집중이지 학력이 열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 아이가 선택한 분야가 대학공부를 필요로 한다거나, 본인이 대학공부를 원한다면 필자는 부모로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필자는 아이에게 ‘니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래’라든지 ‘대학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아’라는 말로 대학공부를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대학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이걸 다르게 해석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대학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말도 됩니다. 아이에게 필요하지도 않고,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대학공부를 남들은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강요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시간적 손해요, 나에게는 물질적 손해요, 우리 둘 다에게는 정신적 손해이지 않을까요?

 

사교육에 대한 얘기도 좀 해볼까 합니다. 공교육으론 부족하니까, 선행학습을 해야 하니까, 또래보다 성적이 뒤처져서는 안되니까, 부모가 직접 가르치기 어려우니까, 부모가 직접 가르칠 시간이 없으니까, 좋은 대학 가려면 필요하니까 등등 학원에 보내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소중한 내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좀 불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부모의 일방통행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부모가 비용을 대서 보내는 학원을 아이가 즐거운 마음으로 다닌다면야 뭐가 문제이겠습니까. 학원에서 공부를 가르치든, 예술을 가르치든, 체육을 가르치든 아이가 재미있게 배우고 실력이 향상된다면 그 학원비는 크게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그럴까요? 아이의 의사에 관계없이,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서 등 떠밀려 가는 학원은 없을까요? 그럴 확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부를 가르치는 학원은 그럴 확률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학원에 내는 학원비는, 부모가 아이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어느 정도 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부모 마음의 자위용 지출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내키지 않는데 억지로 다니는 학원인 경우, 부모에겐 자위가 되겠지만 아이에겐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학원비도 만만치 않지요. 부모 마음의 자위=아이의 고통+학원비 지출. 이게 과연 등가교환(等價交換)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교육이 필요없다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사교육비 지출이 그만큼의 가치를 가졌는지, 사교육을 시키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아이의 정신적 고통도 포함)은 어느 정도인지 잘 따져보고 판단하자는 말입니다. 요즘 에듀 푸어(edu-poor), 등골 브레이커(breaker)라는 신조어가 있더군요.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가난한 부모를 에듀 푸어라고 하고, 본인 공부하느라 부모 등골 빨아먹는 자식을 등골 브레이커라고 한답니다. 작명센스가 아주 일품이지요. 필자는 에듀 푸어가 되고 싶지도 않고, 내 자식이 등골 브레이커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 둘 다에게 매우 슬픈 일일 테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준현 국제공인재무설계사(강준현 CFP 사무소 대표 yery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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