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동성의 원천인 미국의 경기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성장둔화 가능성과 고유가로 물가상승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고 발표하자 전세계 증시가 몸살을 앓기도 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인지, `소프트 패치(soft patch)`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아직까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소프트 패치란 골프 용어이지만, 경제학에서는 경기회복 국면 속에서 잠시 나타나는 일시적인 소강 혹은 침체 국면을 일컫는다.)
인플레이션을 차단을 위해 금리가 인상된다면, 미국의 주택 시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주택업체들이 금리인상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의 주택경기가 둔화되면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사정 이외에도 이런 해외 여건들까지 감안하다면 부동산 투자를 하기에 양호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폭락이 예상되어 내 집 마련을 당분간 중단해야 할 시기인가도 아직은 모호하다.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의식주(衣食住)'이듯 경기가 침체한다해도 기거를 위한 주택은 반드시 필요하므로 상황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월세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향후 선진국들처럼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 형태로 임대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여 서민가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내 집을 어디에 마련하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 투자수요가 높은 곳인지 실수요가 높은 곳인지를 살펴보자.
설령 경기가 침체한다 해도 경기여건을 상대적으로 타지 않는 곳은 부유층 밀집지역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알아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 그러므로 역시 경기 변동의 영향을 덜받는 곳인 현재보다 미래에 좋아질 것이라는 개발 호재를 가지고 있으되, 실거주가 가능해 실수요자로 채워진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서울 지역을 예로 든다면 진행이 순조로운 뉴타운이나 지하철 9호선 개통 호재가 있는 지역 등이 있다.
또한 당분간 소득의 격차가 줄어들기 어려워보이므로 지나치게 소외된 지역이나 호재가 없는 서민밀집지역이란 이미지를 지닌 곳은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 소형의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자금력이 없으면 피하라.
재건축 아파트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 변화된 밑그림을 예상하기 어려운 재개발보다는 기존의 인프라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다, 대체로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아파트로 탈바꿈이 될 대단지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가가 비싸고 가격 상승률이 좋은 도심이나 강남의 재개발 아파트들을 규제하기 위한 전방위의 압박정책들이 첩첩 산중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형평형 의무비율, 조합원지위양도 금지, 개발이익환수제, 입주권양도세 강화 등이 있다. 7월12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는 연면적 200 제곱미터를 초과하는 신축과 증축된 모든 건축물은 기반시설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재건축 이익초과 환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9월 이후 관리처분 인가를 받는 단지는 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 설립일부터 준공일까지 오른 집값 상승분이 3천만원을 초과하면 국가가 50%까지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개발부담금까지 물도록 되어 있다.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기준 강화방안을 조만간 확정하여 시행할 방침이다. 이건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과 진배없어 재건축 초기단계에 있는 강남의 은마아파트나 잠실의 주공 5단지 등 소유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뛰어난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개포 주공 등 재건축시 용적률이 크게 늘어나는 소형의 저층 재건축 단지는 개발부담금 등 부담금 액수가 커지므로 현재의 분위기에서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상존하지만, 정부의 강경 기조를 볼 때 아직까지는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별한 변화가 감지된다면 모를까 크기가 작아 실거주가 여의치 못한 소형 재건축은 자금력과 시간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때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지은지 얼마 안되는 새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라해도 실거주가 가능한 평형을 선택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 리모델링도 고려하라.
재건축 규제는 까다로와진 반면 리모델링 사업요건은 크게 완화되어가는 추세이다. 그 영향으로 현재의 법 제도 하에서는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층의 재건축 단지들 중에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이 오히려 손해라는 주장을 접한 적이 있다. 사례로 ‘방배동 래미안 에버뉴' 와 인근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삼호2차 아파트 등의 가격을 비교해 볼 때 리모델링으로 인한 가격 상승의 효과가 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동의 100가구가 채 안되는 단지와 5개동 260여 가구인 단지를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적절한 비교 대상이라 하기가 어렵다. 아직까지 리모델링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다양한 사례를 통한 시세 형성이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근래들어 관심이 집중되는 용산 이촌동 현대(32~57평형 653가구)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한 조합설립인가가 난 상태라 내년 봄 정도면 공사가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등 기존의 용적률이나 법으로는 재건축이 어려운 곳들이 리모델링의 증축 범위가 30%로 확대되고 조합 설립 요건이 쉬워지자, 리모델링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
리모델링의 증축 범위가 30%로 확대되어 기존의 32평형을 리모델링하면 대략 40평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일층에 필로티를 설치할 경우 한 층을 새로 증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의 12 층 아파트는 13층으로 바뀌고 15층의 아파트는 16층의 아파트가 된다. 또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지상에는 차가 없는 녹지로 덮인 쾌적한 단지로도 만들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동작구 흑석동의 명수대현대는 가장 작은 평형이 25평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3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으로 구성된 단지로 탈바꿈 될 수 있다. 기존의 평형 분포를 살펴보아 이왕이면 중대형으로 변화되는 곳을 선택하는 곳이 향후 이미지나 시세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반분양이 없어 모든 비용을 소유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어 사업성이 떨어지며, 평면 등 구조의 획기적인 변경이 힘들다. 가구 간의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하므로 최근에 유행하는 3베이 처럼 가로 폭이 넓은 구조로의 전환도 어렵다. 단지 베란다와 복도 등이 있는 앞뒤의 세로 폭이 넓어진다. 게다가 리모델링 후 아파트 동별 배치는 그대로인데 평형이 늘어나다보니 동간 거리가 좁아져 주거 여건이 떨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러므로 리모델링 가능성이 있는 곳에 내 집을 마련할 때는 이런 것을 감안해 같은 단지라도 이왕이면 중간에 테니스장이나 관리 사무소 건물 등이 있어 동간 거리가 확보된 동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 무주택자는 공공택지나 재개발 예정지를 노려라.
종잣돈이 부족한 무주택자는 일단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게 우선이다.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있어 내 집 마련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8월 판교의 중대형 분양에 이어 파주, 김포, 수원 광교, 서울 송파 등 공공택지가 잇따라 공급된다. 송파신도시는 국책사업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의 그린벨트 165만평에 대한 해제 등 일련의 절차를 밟아, 빠르면 2009년 정도 경부터는 아파트 공급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판교의 1차 분양 사례에서 보듯 분양가가 낮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싸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공공택지들이 주로 수도권에서 공급되므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재당첨 제한 등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 방법이 적합하지 않다. 이때는 서울의 재개발 예정지에 실거주를 겸하면서 미리 선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관심이 고조되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 낡은 다세대주택 등은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고 가격도 평당 2000만원이 넘는다. 아직 특별한 확정 사항이 없으나 양천구의 용역이 들어가 있는 목동 구시가지의 지분 가격도 거의 2천만원을 육박하므로 자금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에게는 투자가 역시 쉽지만은 않다.
그럴 경우는 상대적으로 손이 덜탄 지역을 찾아 선점해야 하다. 그런 지역들은 주로 서울의 강북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주거 여건이 열악하므로 상대적으로 빌라나 단독의 가격이 낮게 형성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아보여도 자신이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므로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소위 '몸으로 때우기 전략'이다.
단 무작정 노후주택 밀집 지역을 선택하기보다는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어 속도가 빠를 가능성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며 이왕이면 주변 시세가 높고 조합원 수가 적은 곳이 좋다. 주변 집값이 비쌀수록 일반분양가를 높아지므로 조합원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조합원이 많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은 용적률이 높아도 일반 분양분이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므로 조합원 수가 적은 게 유리하다.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나 구청 등에 가서 조회해보면 대략적인 조합원 수를 알 수 있다.
◆ 다주택자는 실익부터 따져라.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다면 세제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내년부터 양도소득세가 50% 중과(重課)되므로 잘 가늠해보아 실익이 떨어지는 주택은 과감하게 처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 단순히 양도세만 중과되는 것이 아니라 세금 부과기준인 과표가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로 바뀌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폐지되고 보유세도 대폭 오른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현재의 제도로는 2009년이면 집값의 1% 정도를 보유세로 내야하므로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1주택이 있는 상태에서 한 채를 더 매입하는 섣부른 투자는 버블 논란과 경기여건의 불투명한 상황이기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므로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 박자 쉬어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틈새 투자로 연면적 45평, 대지 200평, 공시가격 7000만원 이하의 농가주택은 도시에 집이 한 채 있어도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으므로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 내에 위치한 이런 곳을 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아파트형 콘도나 실버주택도 검토해 볼 수 있으며, 송금액 기준으로 100만 달러까지 투자가 허용되었으므로 이민을 계획하거나, 유학 간 자녀나 친지가 있어 해외 부동산을 관리할 수 있다면 해당 국가의 부동산 흐름, 경제성장 속도,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산이란 차원에서 투자를 고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