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결혼의 등가교환

작성자
손기혁
등록일
2014/01/24
조회수
15780

해당글은 지인의 이야기에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글로 다소 마초적이고 남녀관계에서 남자쪽의 일방적인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사전에 공지드립니다.

 외국계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A씨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소위 ‘마담뚜’라 불리는 맞선 전문 브로커 할머니를 통해 선을 보게 됩니다.

나름 오랜만의 이성과의 만남인지라 사뭇 부푼 마음을 안고 나간 자리에는 역시 그 오랜시간을 중매쟁이로 살아온 할머니의 감각(?)덕분인지 자신의 이상형에 들어맞는 단아하고, 품격있는 자태의 여성 B씨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짧게 서로의 소개를 해주고 주선자 분은 이내 자리를 떴습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신이 난 A씨는 적당히 기분 좋은 흥분에 취해 B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냅니다.

나름 알아주는 대학을 나오고 음악전공을 살려 2년간 유학을, 취미로 각종 요리자격증도 따두고, 요새는 심리상담을 공부중에 있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말투,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머금고 있는 입가의 미소는 현모양처 코스프레 내숭9단의 여느 여자들이 가진 그것들이 천박해 보이리만큼 당당하기까지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고 있는 A씨입니다.  B씨 역시 사진보다 더 키도 커보이고, 얼굴 전체에 흘러넘치는 A씨의 자신감이 왠지 듬직해보입니다.

 

그런데, 한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런 저런 질문을 주고 받던 B씨가 자세를 고쳐앉고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가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굳이 이런 얘기를 돌려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먼저 얘기를 드려요. 결혼에는 물론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나 사랑 같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여자에게는 남자의 조건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뭐 좋아요, 일단 그쪽의 연봉은 사전에 들어서 알고 있구요. 결혼하게 되면 최소 33평이상의 아파트에서 강남쪽이면 좋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용산정도의 거리내에서는 신혼집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해요. 부모님쪽의 도움을 받더라도 빚은 없었으면 하구요.. 부양은 하지 않는 쪽으로.. 물론 저희쪽에서도 혼수 같은 것은 부족하지 않게 준비할거구요. 차도 저희 아빠가 준비해주시기로 하셨어요. 그런데 은행권은 정년이 좀 짧지 않나요? 그러면 정년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계획하시나요? 제가 아직 그쪽으로는 잘 아는게 없어서…”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듯한 충격에 A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이윽고..한참을 골몰하던 A씨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하하, 솔직해서 좋네요. 그것도 그쪽의 매력인듯 싶어요.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는것도 좀 당황스럽지만 그쪽에서 말씀한 기준은 아마 다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정년의 문제 역시 나중에는 아버님이 하고 계시는 쪽의 사업을 물려받거나 최소한 다른 회사의 재무쪽으로 이직을 고려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어요. 어때요, 이러면 어느정도 그쪽의 [신랑감 조건]에는 충족이 될까요? ^^ㅋ”

 

 

 

 

“네.. 너무 괘념치는 않으셨으면 해요.. 그래도 서로에 대한 감정이 더 싹트기 전에 어느 정도의 확인은 필요할 것 같아서.. 혹시 서운하거나 하시진 않으셨나요?”

 

 

 

 

“에이~ 천만에요. 그래도 경제학을 전공했는걸요. 그래서 말인데 그쪽에서도 나름의 조건을 제시했으니 저도 제가 제시하는 조건을 말씀드렸으면 하는데.. ^^ 들어보실래요?”

 

 

 

“네? 아, 네 말씀하세요.. ^^”

 

 

 

“저는 사실 오늘 이 자리에 억지로 떠밀려 나온 형국이라 사전에 그쪽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아보진 못했어요. 그래서 그쪽이 어느 집 자제분이신지, 어떻게 커왔고 무얼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전 그쪽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어요. 네, 예쁘시네요. 또 말씀도 조리있게 잘하시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 같아요. 아는게 없는지라 지금 저에게 보이는건 그 첫인상이 가장 크네요. 그래서 사실 다른 조건들은 저한테 크게 와닿지를 않아요. 차? 안해주셔도 돼요. 제가 할 수 있어요. 혼수도 머 그렇구요. 다 괜찮아요. 예쁘시니까. ^^”

 

 

 

“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흠.. 그런데요. 제가 걱정되는게 한가지가 있어요. 어떤거냐면.. 사실 여성의 아름다움은 나이를 먹으면 한계가 생기잖아요? 또 아무리 예뻐도 늘상 보면 질릴수도 있겠죠. 왜 그 유명한 여자 연예인들이 결혼하고 나서 또 금방 이혼하는거 보면 그렇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그쪽에 대한 [저의 미의 기준]을 결혼후에도 계속 맞춰주실 수 있을까요? 아, 어려운 얘기가 아니에요. 제 정년 이후의 일처럼, 앞으로도 계속 제가 그쪽을 볼때마다 지금처럼 ‘예쁘다’ 던지 ‘아름답다’던지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끔. 노력해 주시는 거에요. 살림.. 잘 못하셔도 되고, 내조.. 안하셔도 돼요. 아주머니 쓰면 되죠. 제가 다른 여자에게 눈돌리지 않게끔만, 지금처럼 그쪽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세요. 물론 저도 노력할거에요. 가급적 그쪽만 바라볼거란 거죠. 저희 어머니가 다른건 몰라도 <결혼해서 바람피는 것>만큼은 절대 용서안한다고 하셨거든요.

 

아~! 그리고!”

 

 

 

“무,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거죠..?”

 

 

 

 “그런데 말이죠.. 혹시 제가 정년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아버님 사업이, 미래를 다 알 순 없는거니까요. 혹은 회사에서 짤리게 되면 그쪽이 말하는 조건을 제가 못채워주는 거잖아요? 그때 다행히도 그쪽도 제 [미의기준]에 어울리지 않게 늙고 추해지거나 매력없어지면 서로 피장파장일테지만.. 어느 한쪽은 조건을 계속 맞춰주고 있는데 다른 한쪽이 계속 조건을 못맞춰줄 경우엔 어떡해야 할까요? 그때는 이미 ‘아이’라는 책임도 있을텐데 말이죠.”

 

 

 

 “후~ 제 말을 역시 오해하셨네요. 당연히 아이까지 있다면 비록 그쪽의, 아니 우리의 경제사정이 나빠졌다 하더라도 끝까지 함께 해야죠. 결혼했으니까. 그만큼 결혼에 대한 책임이 크고 무거운 것이니까 그것을 결정하기 이전에 기왕이면 덜 불행할 수 있는 확률, 이왕이면 더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을 찾겠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순전히 그쪽의 능력이나 조건만을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 역시 제가 가진 조건이나 능력에 걸맞는 상대를 찾겠다는 것을 굳이 이렇게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실 수 있나요?”

 

 

 

“아.. 제가 오해한건가요.. 그런데 좀 어려운게 말이죠..

그쪽은 조건의 대상이 셈하기 쉬운 [돈]인데 비해서 저는 [아름다움]이란 말이죠. 미에 대한 기준을 돈처럼 객관화, 도량화 시킬수도 없고, 또 각각의 아름다움들은 다 저마다의 특색이란게 있죠. 지상최고의 그림을 가지고 있는 수집가가 다른 그림을 또 탐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책임이 생겼기 때문에 그쪽의 [흡족하지 못한 미]를 참아내야 하는 건 나에게는 굉장히 불행한 일 같아요. 이것은 덜 불행할 확률을 선택해야 하는 결혼에서 치명적인 불리함 아닐까요?”

 

 

 

“휴.. 됐어요.. 말이 통하지를 않네요. 그래서 그쪽이 바람피는걸 인정해 달라는 건가요 뭔가요. 웃기지도 않네요. 궤변도 좀 자리를 봐가면서 해주세요. 저도 초면에 너무 앞서나가는 말씀을 드렸나봐요. 실례했습니다.. 그럼 이만 일어나는걸로 할께요...”

 

 

 

“어, 아니죠. 바람피는걸 인정하라고 한다면 궤변 맞죠. 제가 원하는건 그게 아닌데요. 그쪽에 대한 매력이 줄어드는 순간부터. <내 돈을 주지 않겠습니다> 이게 맞는거죠. 그러니 그 돈을 제대로 받아내시려면 앞으로는 [좋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주머니 이상의 살림과 내조를 하거나, [좋은 아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꺼에요. 아니면 그쪽도 비슷한 수준의 돈을 벌거나 말이죠.”

 

 

 

 “됐습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네요.”

 

 

 

“어? 실망인데요.. 의외로 담담히, 당당하게 자기의견을 피력하시길래 저도 제 의견을 말씀드린건데.. 그런데 말이죠. 방금 말씀하신 내용들이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에요. 진짜 그 얘기를 해드리고 싶었네요. 남자를 그러한 조건으로만 재단하게 되면, 남자도 똑같이 여자를 그러한 눈으로 볼거란 거죠. 지금처럼 드러내놓고 이러한 등가교환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신사이지, 다해줄것처럼 굴었다가 결혼 후 돌변하면 그때부터가 진짜 지옥 아니에요? 왜 그런 뻔한 백마탄 왕자의 사기극을 맹신하고 바라는 걸까요?

 

어.. 왜요.. 가시게요? 좋아요 거북하시더라도 이것만 듣고 가요 그럼.

 

그쪽의 말을 듣고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남자가 있다면 그건, 딱 두가지유형이에요.

첫째는, 그쪽이 진짜 너무 맘에 들어버린거죠. 그게 하룻밤의 성취욕이든 혹은 영원히 함께하고픈 맘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었든 말이에요. 네 그만큼 그쪽은 그런 매력이 있어요.

둘째는, 남자가 그쪽보다 못한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그게 그쪽의 미모이든 재력이든 혹은 자기가 가진 능력을 그쪽의 능력과 더해 시너지를 낼수 있든 암튼 혼자설수 없는 반푼이기 때문에 그 조건을 재는것에 동의하려는 것일테죠.

 

첫째가 되었든 둘째가 되었든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님에겐 악영향을 나을 우려가 매우 높은 선택이 될거에요. 성취욕을 이루면 그뒤론 추락만이 남은셈이고, 시너지를 내거나 혹은 받은 능력이 자기것이 되었다는 확신이 서게 되면 그 남자는 당시에 얻었던 상처와 수모를 모두 더해 그 몇배의 고통으로 되돌려주려 할거란 거죠. 이게 정확한 등가교환공식이에요.

 

이걸 꼭~ 기억.. 어.. 어.. 가시게요? 어 가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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