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지금생활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을수도
“난 한달 내내 일해도 200만원밖에 못 버는데”
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중개업소에서 한 건 거래 성사 시키면 1천만원 수익을 올린다고 동행한 남편분이 얘기하자, 40대 후반의 여선생님은 훌쩍거리며 살아왔던 발자취를 꺼내놓기 시작하셨습니다.
“얘기 아빠가 장남이라서 돈좀 모였다 하면 여기저기서 손 벌리는 사람이 많아 살면서 재산형성에 신경 쓸 수 없었어요”
일부 재개발을 취급하는 전문업소는 거래 전에 고객분들에게 우선 거래 성사시 얼마만큼의 중개수수료를 인정해 달라는 인정가를 제시한다. 인정작업을 중개업법상 불법이지만 재개발 지역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작구 재개발 지분을 5억원에 살까 말까 망설이면서 중개업소에서 급매물이라고 말하는 점만 강조한 채 해당필지가 표시된 지도를 유심히 보고 계셨습니다. 2년전 아파트 가격 급등에 놀라 , 늦게나마 송파구오금동에 2억원가량하는 빌라를 투자차원에서 한 채 구입 해 놓으셨다고 합니다.
흑석동 재개발만 같아도 일반 분양이 코 앞이라 3~4 년만 고생하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고 입주때 되면 9호선도 개통이 완료되어 상담자의 상황으로 봐서 괜찮은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은 서초구 반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에 수년째 전세로 살고 있는데 교육자의 집안이어서 아이들 교육이 주된 이유여서 반포동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우선 재산을 통 털어서 정리해 보니 반포동 전세금 2억원과 송파구 오금동에 투자된 집을 합쳐 4억원가량이었습니다.
이번에 큰애가 반포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상담자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내면속의 자아는 흑석동 단독주택을 구입하는 걸 꺼리고 있었습니다. 현재 교편을 잡고 계시는 곳도 반포와 그리 멀지 않은 서초동에 자리잡고 있고 게다가 5억원가량 나가는 단독주택을 구입하는데 추가적으로 2억원가량을 대출로 끌어당겨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던 것입니다.
2억원가량을 빌렸을 때 대출이자로 매달 110만원을 지출한다고 보면 재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최소 5 년을 잡을 때, 어림잡아 6천만원 이상을 이자로 쏟아부어야 합니다. 물론 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6천만원 가량의 이자를 제외하고도 얼마정도의 시세차익은 추가로 얻을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의 본질은 전세로 살고 있는 반포 부근의 고등학교에 배정된 아이와 혼자되신 어머님마저 교통도 불편한 낯선 동네에 이사가는 걸 싫어하고 재테크만 아니라면 상담자까지 구매하는걸 꺼려하는 게 핵심입니다. 어차피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화되면 재개발구역은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격하락이 불가피합니다.
재개발이 언제 완료될지 모르는 허름한 주택을 현재의 편리한 생활을 담보로 2억원의 대출을 끼고 구입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본인뿐만 아니라 남편의 생활과 출퇴근시 불편함을 감수하고 고등학교,중학교에 나란히 올라가서 한창 공부에만 매진해야 할 아이들의 꿈과 맞바꿀만큼 불확실한 시세차익이 더 중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더구나 현재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언제가 개발될 송파구 오금동에 주택이 한채 있는 상황입니다.
어차피 흑석동 단독주택을 매입할 때 1주택자인 본인이름이 아닌 즉, 친정어머님과 돈을 합쳐 무주택자인 친정어머님의 명의를 사용하기로 한 이상, 서울과 5대 신도시를 제외한 3년만 가지고 있으면 비과세 되는 지역에 투자를 권유 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 들었습니다. 물론 공동학군제와 내신비율의 상향영향으로 전세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반포동에 전세로 계속 거주하면서 말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퇴직하면 부부공동으로 합쳐 연금을 600만원씩 탈수 있으나 퇴직할때쯤 되면 연금법이 개정되어 지금보다 대폭 줄어 들어 불안하다고 속 마음을 털어 놓으십니다.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재산이 최소 10억원가량 되는데, 본인들과 너무 비교되어서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울먹거리면서 눈물을 그치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 전 이 일 그만두면 연금도 못 받습니다.”
그제서야 훌쩍 훌쩍 꺼리던 여선생님은 옆에서 말없이 묵묵히 듣고 있던 남편이 건네준 손수건에 눈물을 훔치고 얘써 표정을 가다듬으셨습니다.
“퇴직 후, 매년 두분이 연금으로 400만원씩만 꼬박꼬박 받으셔도 월세 400만원이 나오는 시가 10억원상당의 상가 건물을 한채을 가지고 계시는 겁니다. 선생님”.
“세입자가 월세 때문에 속 썩이지 않고 매달 같은 날짜에 꼬박꼬박 입금시켜주는데 더 이상 부러울 게 있습니까? 선생님”
요즘들어 지방 수도권 할 것 없이 자산 불리기에 관심을 가지는 학교선생님들의 회사 방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박봉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돈 걱정없이 후진 양성에만 전념 하게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모를 여운이 남았습니다.
한 편으로 때묻지 않은 자라나는 새싹들을 가르치는 훌륭한 분들에게 상대적으로 적게 노력하고 쉽게 돈버는 어른들의 세상살이를 알려주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25년전 지방 소도시 초등학교 졸업식 날 ,지금은 고인이 되신 6학년 담임선생님이 60명이나 되는 반 아이들 중 3명의 이름을 호명한 후, 앞으로 크게 성공 하게 될 꺼라고 큰 소리로 힘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크게 성공하게 될꺼다 ’라는 선생님의 말을 어린마음에 얼굴이 빨개진 채 아무 의미없이 받아들였지만, 세상을 살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제자의 사업이 번창해 돈만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매년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선생님께 뭘 선물할까 하고 며칠을 애태우면서 고민했는데,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이 계셨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 (www.youandr.co.kr) 02-525-0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