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현금영수증 - 당근과 채찍

작성자
김선영
등록일
2005/02/01
조회수
15549

평소 꼼꼼하기로 소문난 30대 미혼의 변대리는 소득공제가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여 연초부터 현금영수증 사이트에 가입, 신용카드로 결제하기가 애매하여 현금으로 냈던 점심식사 등의 소소한 비용도 소득공제가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 첫날, 여느 때처럼 점심식사비용 5천원을 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현금영수증 주세요" 라고 했으나 주인이 갑자기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아줌마, 우린 땅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요? 부가세 내야 되니까 그럼 10% 더 주세요. 5,500원이요" 라며 버럭 성질을 내는 게 아닌가. 맘까지 상해버린 소심한 변대리, "저.. 그럼 카드로 할께요" 라며 바로 꼬리를 내리고 신용카드로 5천원을 결제했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2005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국세청의 야심작, 현금영수증! 

지난 연말부터 연말정산 특수와 맞물여 여론몰이를 하며 대대적인 홍보가 있는 듯 했으나 아직은 시행초기라 그 성과를 단언할 수는 없다. 현금영수증은 현금으로 구매한 재화나 용역에 대한 영수증이다. 그러나 기존의 간이영수증과는 다르다. 신용카드를 생각해 보자. 신용카드에는 개인의 인적사항이 기록되어 있어 결제시 판매자와 구매자, 판매금액 등의 정보가 신용카드 회사로 전송되며 이 데이타는 국세청에서 파악 가능하다. 따라서 판매자 입장에서는 매출이 노출되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구매액이 확인되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기존의 현금간이영수증은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어 판매자에게 현금매출은 Tax-Free의 효과를, 구매자에게 현금구매액은 쓰고 마는 돈으로 인식되어 왔다.

 

새로 도입된 현금영수증제도는 이러한 간이영수증의 단점을 보완하여 신용카드와 같은 효과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신용카드 회사가 아닌 국세청 현금영수증 사이트(http://www.taxsave.go.kr/)에 개인이 직접 자신의 인적정보를 기록하여 가입한 후, 결제시 (신용카드와 같은 제3의 결제수단이 없으므로) 본인의 등록정보(주민등록번호 등)를 제시하여 해당 사항이 기재된 현금영수증을 수령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판매자 역시 현금영수증 가맹점이어야 한다. 신용카드가맹점이 아닌 곳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기존의 신용카드가맹점들은 대부분 현금영수증 가맹 대상이 된다. 그럼 이들은 왜 현금영수증가맹을 꺼리는 것일까? 여기에 현금영수증 제도의 채찍이 숨어 있다. 근로소득자와 달리 자영업자의 매출누락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최종소비자를 주대상으로 하는 음식점, 학원, 병원 등은 신용카드제도가 활성화 되기 전에는 수입금액의 전부가 현금매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금매출의 특성상 매출을 누락해도 과세관청에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신용카드사용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카드매출은 꼼짝없이 노출되었지만 현금매출분은 여전히 유효했다.

 

현금영수증제도는 더 이상의 탈세는 용납할 수 없다는 과세관청의 의지이다. 번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관행이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현금영수증 판매금액의 1%를 세액공제해 주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으나 가맹을 독려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현금영수증가맹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기에 구매자에게도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다.

 

이러한 반대급부가 없다면 구매자는 굳이 현금영수증을 받을 명분이 없다. 어쩌면 안주고 안받고 부가세 부분만큼 가격흥정을 하는 기지를 발휘할지도 모를 일이다. 신용카드가맹 시행초기를 생각해 보자. 판매자 측에서 신용카드 가맹을 꺼리니까 수요를 늘리기 위해 구매자에게 세제혜택을 주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이다.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데 현금매출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 남발로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를 양산하기도 했으나 신용카드 가맹을 통해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에 기여한 바는 크다. 현금영수증 역시 신용카드와 같은 효과를 갖으므로 사용금액에 대해 일정부분 소득공제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현금영수증제도의 본질적인 목표는 근로자 소득공제가 아니라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이다. 그리고 그를 통한 세수증대라고 할 수 있다. 근로자 소득공제나 자영업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이를 유인하기 위한 당근이다. 근로소득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으므로 소득공제에 홍보의 초점을 맞춘 것 뿐이다. 과세관청 입장에서 보면 초기의 시설투자비, 홍보비 등을 제외하면 BEP(손익분기점)라는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남는 장사(?)'이다. 현금영수증 제도를 통해 100만원의 매출이 노출되었다면 이를 통한 과세관청의 세수증대효과는 부가세는 약 9만원, 소득세는 약 10~40만원(주민세 포함)이다. 1%의 세액공제와 일정비율의 소득공제를 제하더라도 세수증대효과는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는 없으니까.    

 

처음에 제시했던 사례로 돌아가자.

식당주인은 현금영수증=과세소득이라는 새로운 제도에 집착한 나머지 신용카드=과세소득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망각했다. 5,000원에는 450원의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다. 실제 본인주머니에 돌아오는 돈은 4,550원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신용카드사에 지불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제하면  4,400원 정도가 된다. 현금영수증은 이러한 수수료가 없으므로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영수증이 판매자에게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현금영수증 받을려고 부가세 10%를 더 부담하는 어리석은 구매자가 없다면 말이다.

 

불경기에 카드 쓰기도 두렵고 이번 연말정산에서도 별 재미를 못 본 근로자들은 지금부터 현금영수증에 가입하여 2005년 연말정산에 대비해야 한다. 소득공제는 2005년 중 현금영수증 사용금액을 대상으로 하므로 연말정산 시즌이 되어서야 준비한다면 이미 늦어버린다. 현금영수증소득공제, 새로운 당근, 줄 때 받자! 복권이라도 당첨되면 로또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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