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국을 강타한 소식은 아무래도 연예인 X-파일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 쉽게 다운을 받아서 신나게 봤습니다. 제가 봤으면 전국민이 다 봤겠지 싶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호기심에 재미있어라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아무 생각도 없이 재미있어 하는 사람도 있고, 한류열풍이 잠들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네티즌의 집단테러라며 거품을 무는 사람도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연예인을 질타하는 사람도 있구요. 저도 읽고 나니, 잘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의 source를 제공해준 기자들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80%가량의 네티즌이 그 문건이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국내 최고 광고기획사 자료라는 점, 그리고 그 Source 가 우리도 다 아는 연예계 정보통, 유명 스포츠지 기자들이라는 점입니다. 늘 자기들은 다 알면서 일반인들에게는 이니셜로 장난을 치던 사람들이 한 말이라니, 신빙성이 있을 수 밖에요. 반대로, 그간 기자들과 형, 동생 하며 지내던 연예인들이 그 기자들에게 얼마나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릴까요?
연예인들이 아무리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어린애들도 이름 부르고, 길에 떨어진 사진 막 밟고 다녀도 되는 사람들이라해도, 연예부 기자들에게는 가장 큰 고객입니다. 연예인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람들이죠. 즉, 자기의 생활의 터전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 대해서 돈 몇푼 준다고 그렇게 막말을 했다는 것이 기가 막힙니다. 물론 술 한잔 먹고 아주 친한 사람들과의 사석에서 그렇게 막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문건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안다면 그렇게 까지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업무 기밀일 수도 있지요.
얼마 전에 저의 종신보험을 담당하시는 분이 저의 근황을 다른 분께 옮겨서 매우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보험영업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어 성사가 되는 일이 많이 있지요. 저도 제가 믿고 따르는 분이 소개시켜주어서 믿고 그분께 보험을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게 문제가 되더군요. 물론 그분이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지만, 결과는 저에게 큰 상처로 돌아왔습니다.
이 연예파일의 소스를 제공한 연예부 기자들이나, 이 보험설계사 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직업윤리의식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신이 일을 하면서 꼭 지켜야 하는 윤리 기준을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과 어떤 면에 있어서건 긴밀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비밀을 고객을 위해 철저하게 지켜주어야 합니다. 저는 상담 내용의 개인적인 내용은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기록도 제가 관리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사무실에서 험담을 하지 않습니다. 제 클라이언트가 아무리 어려도 그들에 관해서 저희 직원끼리 이야기 나눌 때도 꼭 ‘~씨, ~님’ 이라고 붙여서 부릅니다. 제가 인격적으로 수양이 되어서가 아니라, 앞에서는 온갖 친절을 다 베풀면서, 뒤에서 하대하고, 욕하면, 언젠가는 꼭 사건이 생길 뿐더러, 고객을 무시하는 태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고마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잊을 수 있지요.
미국에서 상담을 공부하면서 가장 강력하게 교육을 받았던 부분은 상담가로서의 ‘윤리코드’입니다. 절대로 비밀을 보장해주어야 하고, 그 사람에게 해가 될만한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척 하지 않고,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관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상담을 시작할 때는 상담가가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사람을 죽이는 등의 중대한 범법행위에 대해서 알게 되면 비밀을 지킬 수 없다”는 데에 클라이언트에게 양해를 구하는 문건에 사인을 하게 합니다. 의사도 마찬가지지요. 의료기록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을 시킬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가 되며, 민사상의 책임도 매우 커집니다. 그리고 병원이나, 카운슬링 기관들은 이런 불의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듭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던 친구도 저와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취재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원하지 않는 정보는 기사화 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기자를 피할 것이고, 그러면 기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테니까요.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의 경우는 이런 윤리의식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직접적으로 상대하지 않는 직업 역시 그 나름대로의 윤리의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요한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그 기밀을 누설하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윤리코드이지요. 물론 회사에 해를 가져다 줄 경우에는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법 때문에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 하는 기본 도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본 도덕을 제대로 알고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상사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윗사람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 할 때도 꼭 존칭을 붙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감정적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직업적 위치를 잊지 않는 것이죠. 미국에서 realtor (부동산 중개업자)로 성공한 한 교포 분은 절대로 고객이나 다른 고객이나, 다른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수료가 비싸더라도 사람들은 그 분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지금 이 연예계 X-파일 누출을 가장 먼저 자신의 고객들의 주요하고도 사적인 정보를 마구 누설한 기자들, 그리고 그 문건을 ‘재미로’ 친한 친구에게 넘겨준 동서리서치 직원이 가장 크게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일기획에는 그런 것을 알고 정리하는 것이 자신들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겠지요. 동서리서치도 돈을 벌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해야만 했겠지요. 하지만 자신들의 이해관계도 없는 일에 신나라 하고, 자기 고객들을 욕하고 다닌 기자들의 그런 행동은 절대로 납득될 수도 없고, 용서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런 기자들의 잘못을 이야기하지는 않겠지요. 기사를 보면 어디에도 기자들이 잘못했다는 말은 없습니다.
메스컴에서는 네티즌이 윤리의식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연예인들이 지금 누구에게 가장 이를 박박 갈고 있을까요? 그래도 언론의 힘을 아는 연예인과 소속 사들이 기자들을 멀리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더욱 소속사와 연예인들은 진심을 드러내지 않고, 이름이 나온 기자들에게는 취재거부가 당연히 따르겠지요. 결국 기자들은 자기 무덤을 판 셈이 되었습니다. 윤리의식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성공하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리고 이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되는 근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