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전 제가 좋아하는 일은 다 직업으로 연결이 안되요.”라는 말씀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게 뭔데요?” “스타크래프트요.” “그럼 피시방을 차리세요.” 그랬더니, 그분은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대시더라구요. 저는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 그건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예요.”
후배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후배가 “언니 나는 요즘 라디오 DJ가 너무 하고 싶어” 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럼 “해봐”했더니, “그럼 우리 애는 어쩌고” 라고 하더군요. 또 다른 후배가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하길래 그럼 준비를 해보라고 했더니 “누가 보내주겠어요” 그러더군요. 이건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수시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사라집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안되면 난리가 날 것 같지만, 또 다른 측면을 보게 되거나, 지금의 것을 포기하거나, 다른 매력적인 것을 보면 마음을 바꿉니다. 저도 ‘김삼순’을 보면서 달콤한 케?揚? 잘 만들고 싶어지기도 하고, TV 뉴스에 나오는 여자기자들을 보면 ‘나도 기자 하면 잘 할텐데’ 라는 생각을 하고, 피아니스트를 보면 피아노를 쳐보고 싶고, 홈쇼핑을 보면 쇼호스트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대학에서 컨설팅을 할 때, 첨에 들어와서 아주 단호한 어조로 무엇이 되고 싶다고 하던 학생도 5분 후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그것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조차 알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즉, 단순히 해보고 싶은 일이나, 멋있어 보이는 일이 모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늘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상담이 끝나서 “토요일인데, 쉬지도 못하시고..” 라는 인사를 들으면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과 상담도중에 “저도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을 때가 많아요.”라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으시며 “그러세요? 선생님은 100% 일줄 알았는데…” 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정말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외로 전문가들이 다른 분야에 일가견을 이룬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분야에 관심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경우, 두가지, 혹은 세가지 이상의 전문분야를 가질 수도 있겠지요.
하여간, 그럼 단순히 마음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경제적 보상이 너무 좋거나, 사람들에게 굉장히 인정을 받거나, 다른 자신의 취미 생활을 뒷받침을 해주거나, 자신의 비젼을 실현시켜주거나…
오늘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포인트는 ‘얼마나 자신의 일을 갖기 위해서 자신이 갈망을 했고, 노력과 투자, 실패를 경험했느냐’ 입니다. 저는 지금도 마케팅 프로젝트에 자주 참가를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아예 그 쪽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교육, 커리어 컨설팅, 상담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을 40년 넘게 살텐데, 지금 커리어를 전환해도 뭐 지난 몇 년이 아까울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의 제 모습이 되기 위해 걸어왔던 그 길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제가 마케팅을 한다면 의외로 쉽게 입문이 될 것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이 분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조강지처’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18살 때부터 남을 돕는 상담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동시통역사나 정치인을 강하게 꿈꾸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었죠. 대학을 가서도 상담가가 되기 위한 약간의 공부를 했지만, 청춘을 즐기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면서부터 저는 계속되는 두려움과 싸워야 했습니다. 1년여를 유학준비를 하면서 ‘차라리 취직을 하는 게 났지 않을까?’ ‘이러다 다 떨어지면 어쩌지?’ ‘부모님이 안 보내주시면 어쩌지?’ 아니나 다를까 시험 다 봐놓고, 미국 학교에 원서 쓰는데 IMF 가 턱 터지면서 천정부지로 솟는 환율과 기업들의 도산으로 인해서 저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더군요.
유학을 가서는 공부하는 것이 지겹고, 고통스럽고, 몸과 마음이 다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가보기도 했지만, 가장 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밤을 새고 고생을 했는데, 학점이 잘 안 나오면 어쩌나, 내가 이렇게 마음을 다해 저 학생을 도왔는데, 만약 그것이 잘못된 것이면 어쩌나, 다음 학기에 장학금을 못 받게 되면 어떻게 하나 (실제로 고용을 약속했던 교수가 갑자기 펀드를 못 땄다고 학기 시작 후 고용취소를 해서 한국에 올 뻔 했음), 그리고 이런 두려움들과 싸우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어려움과 싸우고 학위를 마친 후에 아무것도 되지 못하면 어쩌나.. 학생회에서 날아오는 구인관련 이메일에는 공대 출신이나 MBA 나 찾지, 나 같은 전공은 거들떠도 안 보는데, 내가 이걸 해서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대기업을 나와 작은 외국인 회사에서 생소하기 짝이 없는 ‘커리어 컨설팅’을 할 때도 수없이 많은 본전생각과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업을 하면서는 자다가도 깜짝 놀라 잠을 깰 정도로 두려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사업에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마다 외로운 싸움을 하느라 심신이 지쳐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저의 신념이 더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꼈고, 제 일에 대해서 더욱 많은 애착과 그리고 남들이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는가 보다, 저 스스로 제가 하는 일에 더욱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 스스로에게 감히 ‘성공’이라는 말을 씁니다. 객관적으로 성공했다는 근거를 대라면 할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내 속에서 이겨왔던 수많은 싸움- 포기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의 싸움을 생각한다면 저 혼자만은 저에게 그 말을 허용하고 싶습니다. 왠만한 시련이 와도 아마 이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 잘하기 위해서 더 악착같이 노력을 하겠죠.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어떻게 이 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억울해서라도 제 일을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성공을 이루신 분들은 저와 비교되지 않는 더 험한 마음고생의 길을 걸어오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것을 이야기 해봐야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그들의 화려한 면만, 혹은 결과만 보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잘나게 태어난 이유이거나, 아니면 사주팔자가 끝내주게 좋거나, 환경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쩔 때는 굉장히 선택 받은 사람인양, 아무 어려움 없이 살아온 능력자인양, 보이고 싶을 때도 있긴 하더군요…
하지만 CEO 들의 스토리를 들으면 회사에서 큰 실패를 겪고, 도망갔다 온 일이나, 매일 뒷전에서 구박을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나, 스스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서 본인을 벼랑 끝에 몰아 넣은 이야기 들이 꼭 하나씩은 등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에 있어서 어려운 점을 털어놓자, 한 인생선배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내 마누라랑 결혼할거야.” ‘우와~ 얼마나 대단한 분을 만났길래’ 라며 부러운 눈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습니다. “왜나면 다시 그렇게 싸우기 싫거든. 한 처음 10년 동안은 매일 싸운 거 같애. 와~ 진짜 많이 싸우고, 서로 상처도 많이 주고 받고… 지금도 싸우지만, 기운 없어서 그때처럼은 안 해. 그걸 또 누구랑 다시 해?’ 라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물론 싸울 일 없는 천생연분을 만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허락이 안된 운명이라면 이렇게라도 내 짝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으시다면, 우선 나를 온전히 던져서 해보세요. 실패와 좌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느 날 예전보다는 훨씬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지금 일을 그만두고, 마음으로 원하던 일을 혹은 준비를 시작해 보세요. 본전 생각이 나서라도 열심히 매달리게 될거예요… 물론 실패가능성은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