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맞벌이의 함정

작성자
윤기림
등록일
2010/03/22
조회수
4722

올해 10살과 7살 자녀를 둔 맞벌이인 김씨 부부는 요즘 집에 오면 별로 말이 없다. 부부는 맞벌이를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얼마 전 주인이 전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대출까지 추가로 받으며 크게 다퉜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추석 때에는 시댁에 갔다가 외벌이인 형님의 내집 마련 소식을 들었다. 축하는 해 줬지만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혼자 버는 것보다 둘이 벌면 아무래도 집도 빨리 마련하고 생활도 좀 더 여유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한 맞벌이였는데 왜 이리도 고달프고 힘이 드는지……. 부부의 한숨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맞벌이 가정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생각은 ‘외벌이 가정에 비해 소득이 늘어 재산을 빨리 불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신용정보가 20~40대의 맞벌이 가정과 외벌이 가정의 자산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것에서는 의외의 결과를 볼 수 있다. 소득 면에서는 당연히 맞벌이 가정이 외벌이 가정에 비해 7,00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2배를 넘지만,자산 규모 면에서는 의외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는 소득이 많으니 당연히 저축도 많이 할 것이 일반적인 생각임에 반해 실제 저축률은 소득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소득 대비 저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못하다는 데 있다. 통계청의 ‘2009년 1분기 맞벌이와 외벌이의 가계부 비교’를 보면 맞벌이가 외벌이에 비해 월 평균 130만 원 정도 소득이 많지만 저축 면에서는 60만 원 정도만 많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맞벌이를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세금 등 많은 소득에 비례하여 발생하는 각종 세금성 고정 비용의 증가, 여유 자금으로 자녀의 교육에 대한 비용을 늘여 가면서 나타나는 교육비의 상승, 좋은 학군 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받는 대출금으로 인한 이자 부담의 증가 등으로 파악된다.

 

맞벌이를 해서 생긴 플러스 소득 중 80%가 교육비와 외식 등 문화 생활비에 치중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통계에 의하면 맞벌이 가구의 경우 외식비가 외벌이보다 39.5% 많고, 교육비도 35.6% 더 쓰고 있음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나 맞벌이부부의 경우 외벌이에 비해 소득의 여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자녀의 양육비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이 높아지는 맞벌이부부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저출산율이 심각한 우리나라의 맞벌이부부의 경우 편차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자녀양육비의 증가는 교육열로 그대로 반영되어 학군이 좋은 지역별 핵심 학군으로의 이사를 하게되고 수요가 몰리면서 학군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가격은 그 외 지역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소득에 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게 되고 이는 곧 가계의 저축여력인 흑자율을 떨어트리고 현금흐름에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 밖에 부모님 용돈, 부부 용돈, 자기 계발비 등 여러 가지 맞벌이 대체 비용들로 맞벌이로 인해 밖에서 버는 돈을 고스란히 다시 지불하는 꼴이 되는 셈이니 과연 맞벌이가 외벌이에 비해 2배정도 소득이 높다는 사실은 맞벌이부부의 착각이라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맞벌이를 함으로써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소소한 비용들을 잘 따져보고 재무설계를 다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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