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업계에서 같이 일해온 친구 몇 명과 저녁을 같이 한 일이 있었다. 모두가 정년까지 일을 했거나 아직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노후생활 자금면에서는 큰 걱정이 없는 친구들이었다.
요즘의 우리 사회의 기준으로 본다면 혜택 받은 친구들인 것이다. 그런데도 저녁 시간 내내 화제가 된 것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였다.
큰 병만 없다면 앞으로도 30년 정도는 더 살 수 있다. 따라서 이 30년 동안을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사회를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를 생각해왔다. 예를 들어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이자 경제기획청 장관까지 지낸 사카이야 다이이치 씨가 쓴 「고령화 대호기(高齡化 大好機)」라는 책이 있다. 지금과 같은 고령화 시대에 매력 있는 노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 내용 중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를 보면 유아사망을 제외한 건강수명의 6할 정도를 일해왔다.”는 말이 나온다. 80세까지만 산다고 가정해도, 대학을 졸업하는 20대 초반부터 계산하면 70세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꼭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도 건강을 위해서나, 보람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후에도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사카이야씨는, 자신이 후반인생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확실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부부가 같이 해외거주를 할 수도 있다. 영어회화를 다시 시작하거나 또 다른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다. 시골에 내려가 자급자족의 생활을 체험하는 방법도 있다.
계속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현역시대와는 전혀 다른 발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일을 위해 자격취득에 도전할 수도 있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에는 정년 후에 의료, 복지, 교육 분야의 NPO(Non Profit Organization : 비영리조직) 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역시대에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수십만개의 NPO법인이 있는데 그 중의 절반은 의료·복지 관련 사업을 하며, 30% 정도는 교육·문화 관련, 나머지 20% 정도는 기타 사회서비스 분야의 활동을 한다.
일본에서도 1998년에 NPO법(특정 비영리활동 촉진법)이 제정되면서 NPO법인의 설립이 늘고 있다. 많은 정년퇴직자들이 여기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퇴직 후에 노인복지사 자격증을 딴 후 복지관련 NPO법인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투자교육 NPO법인에서 재무 카운슬러로 일하는 증권업계 OB도 있다.
자원봉사 활동이지만 100% 무료봉사는 아니다. 교통비, 점심 값을 포함하여 약간의 수당을 받는 경우가 많다. 취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보람 있게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용돈 정도의 보수를 받는 것이다.
꼭 자원봉사자만은 아니겠지만, 미국의 경우 2003년 말 현재, NPO법인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는 전 취업인구의 9.8%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현재는 그 비율이 4%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벌이를 위해 일을 하든 NPO활동을 하든, 젊은 시절부터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젊은 회사원들이 두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토요일을 놀러가는 데만 쓰거나 특별한 계획 없이 무의미하게 보내는 사람들과, 스터디 그룹을 조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라이프워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젊은 시절에 자신이 어느 부류에 속해 있었느냐에 따라 정년 후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강 창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