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농부의 현미 예찬 : 현미를 먹으면 부자가 된다.

작성자
구재성
등록일
2012/03/07
조회수
9082

이번에는 우리가 평생 가장 많이 먹는 쌀, 쌀 중에서도 현미를 중심으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불과 7년여전. 결혼 전에 혼자 자취할 때에는 제 몸은 그야말로 종합병원이었습니다. 어느 곳 크게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탈모, 두피지루, 무좀, 아토피성 피부질환, 변비, 일년에 한두 번은 꼭 감기에 걸리고…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자잘한 병으로 고생했습니다. 그 와중에 결혼을 하면서 아내 덕분에 식습관을 상당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음식재료를 친환경농산물만 공급하는 icoop생협과 한살림에서 구입했고,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를 스텐리스와 유리 종류로 바꾸었더니 1년여만에 피부관련 질환은 낫더군요. 그러면서 등산과 걷기운동을 하니까 감기에도 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현미밥으로 바꾸는 것은 도무지 입안에서 껄끄러워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만성변비는 좀처럼 낫질 않았습니다. 아마 현미가 아닌 다른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간 채소류를 더 많이 먹었더라면 호전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정 수준이상으로는 많이 먹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면서 2년전 이곳으로 귀농하고 직접 쌀농사도 짓고 하니까 현미를 꼭 먹어야겠다는 각오가 생기더군요. 백미만 먹자니 볍씨를 파종하고 모를 키워서 모내기를 하고 피사리를 하면서 거둔 쌀한테 너무 미안했고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 기준으로는 벼 나락을 정미소에서 도정할 때 겉껍질(왕겨)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속껍질과 쌀눈까지 벗겨내어 버리는 짓은 마치 범죄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백미로 완전 벗겨내면 먹는 입은 편하겠지만, 백미는 현미에 비하면 영양은 5%밖에 남지 않은 전분덩어리입니다. 남은 95%는 쌀겨포대에 담겨 거름으로나 쓰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100만원을 벌어서 5만원만 쓰고 95만원은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그래서 완전 현미만을 먹기로 작정했습니다.

 

마태복음에도 이런 말이 있지요? ‘벗이 5리를 함께 가자고 하거든 10리를 가주어라.’ 참 좋은 말입니다. 억지로 5리만 따라가주면 마지못해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종이 됩니다만, 오히려 그 이상을 기꺼이 해주면 내가 주인이 된다는… 뭐 그런 뜻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도 현미를 먹자고 작정했으니, 아예 도정기에서 막 현미로 뽑아져 나온 생쌀을 입에 털어 넣어 씹어먹었습니다. 생쌀도 먹는데, 잘 삶아진 현미밥을 못 먹으랴~ 싶은 거였죠. 입안에 넣어진 현미쌀은 따뜻한 침에 불어서인지 1분쯤 지나자 고소한 과자의 맛이 나더군요. 그 후로는 현미밥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습니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고질적인 변비도 ‘트래펑’이라도 들이마신 것처럼 시원하게 나았습니다. 어느 영양학자가 그랬대요. 현미와 된장, 소금 이 세가지만 평생 먹어도 인간의 영양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요. 그만큼 현미는 우리 인류에게 내려진 신의 선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현미의 효능을 정리하면

 

백미에는 없는 과피, 종피, 호분층 그리고 배아 등의 영양소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식물섬유부터 비타민B 비타민E, 그리고 철분, 인의 성분이 백미보다 훨씬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성분들이 우리 몸에 어떻게 좋은지 간략하게 설명해보자면,

첫째, 현미에 함유된 나이아신 이라는 성분을 비롯하여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기 때문에 현미를 섭취하면 피로회복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둘째, 현미에 특히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E 는 항산화 작용에 큰 역할을 하여 항암 및 노화방지에 탁월합니다.

셋째, 제가 큰 효과를 본 변비치료 및 예방효과 입니다. 현미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쌀겨)과 쌀눈이 바로 천연의 강력한 식이섬유성분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현미에는 뼈를 튼튼히 하는 인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현미를 먹여보세요. 물론 부모가 먼저 먹어야 합니다. 아이가 거칠다고 안 먹으면 먼저 간식을 끊어보시고, 그래도 투정하면 먹을 때까지 굶기세요. 며칠 더 굶으면 자기 똥이라도 먹습니다. 굶는 고통을 안타까워하는 부모의 사랑을 이해는 합니다만 아이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작은 고통은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지혜롭고도 큰 사랑입니다. 

그 밖에도 현미에는 당뇨와 콜레스테롤 등 성인병에도 좋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서 그 자체로 약이 될 수 있답니다. 어떻습니까? 건강에도 좋으니 돈도 더 잘 벌 수 있는데, 이래도 잠깐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해서 이 귀한 것을 버리겠습니까?

 

정미소에서 나락 100Kg를 도정하면 백미로 나오는 양은 약 70~75Kg쯤 되고, 현미로 나오는 양은 80~85Kg쯤 됩니다. 약 10%정도는 속껍질과 쌀눈의 양이고 20%정도는 왕겨입니다. 약 5Kg의 차이는 도정을 하는 기계의 성능의 차이이기도 하고, 벼 품종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가정용도정기는 성능이 좀 떨어지므로 쌀 나오는 양이 적습니다. 이렇듯 현미의 도정수율이 더 높은데 왜 현미값이 백미와 같거나 비쌀까요? 저도 처음에는 참 궁금했습니다만,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영업비밀(?)입니다.

우리 집의 나름 최신정미기는 170만원 짜리입니다. 그러나 정미소의 도정기는 그 기계 가격만 1~2억 원 이랍니다. 가정용도정기보다 훨씬 정교하고 빠르게 도정을 합니다. 작업하기도 편합니다. 바닥의 구멍에 나락을 쓸어 넣기만 하면 순식간에 아주 깨끗한 쌀 몇 가마를 뽑아냅니다.

쌀을 단지 돈으로만 환산하면 벼농사는 절대로 할 짓이 못됩니다. 자기 땅에 지어도 이런저런 것을 떼고 나면 다른 원예작물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데, 하물며 논 마지기당 쌀 한 가마씩의 도지(임차료)를 주면서 짓는 벼농사는 어쩌면 죽 쒀서 개주는 격입니다. 그런데도 벼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포기를 못합니다. 논에 투입되는 비료와 농약 값은 20년 전에 비해 5배쯤 올랐고,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품삯도 두어 배가 올랐지만 이상하게도 쌀값은 제자리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농부들은 벼농사를 집어치우지 못합니다. 저도 겨우 두 번 벼농사를 해봤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벼농사만큼은 계속 할 것 같습니다.

 

벼농사를 계속하는 주된 이유는 아마도 우리 민족이 수천 년간 먹어왔던 주식(쌀)에 대한 애착 내지는 식량창고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자부심일 것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평생 벼농사를 해오면서 쌀만큼은 부족하지 않도록 해왔는데, 벼농사를 포기하면 쌀을 사먹어야 한다는 것은 농부의 자존심으로서 용납되지 않는 일입니다. 오래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은 먹거리를 남들에게서 사먹는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큽니다. 자기가 농사짓지 않는 작물(예컨대 잡곡류, 과일채소류)은 자기가 농사지은 것을 주고 물물교환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외부에서 사먹는 것을 특별한 사건처럼 여깁니다.

 

저는 위와 같은 이유로 벼농사를 고집하려는 것은 아니라,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철저히 생태친환경적으로 지은 현미로 밥지어 먹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이고, 그 밖에 논에서 나는 짚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짚은 논에 썰어 넣으면 훌륭한 탄소질 거름의 되고, 밭에서는 보온과 제초를 위한 훌륭한 멀칭재료가 됩니다. 또 생태적인 논은 온갖 동식물, 곤충, 미생물의 서식지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 뱀이 출몰하면 기겁을 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우리 논밭만큼은 자연이 숨쉬는 곳일 수 있어서 그 이름도 [자연농원 숨 : www.naturesoom.com] 이라고 지었답니다. 우리 부부가 사는 얘기와 제 칼럼도 있고, 현미밥 맛있게 짓는 법도 올렸고, 도농직거래 코너에서 필요한 농산물을 믿고 사실 수도 있습니다. 요즘 FTA로 농촌이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습니다만, 적어도 곡물농사를 짓는 농부들만큼은 죽는 날까지는 자기의 농사를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 다음세대는 어찌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정체도 모를 고독성 농약과 방부제가 듬뿍 뿌려진 곡물을, 어쩌면 유전자 조작된 콩과 옥수수를 수입해다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주인처럼 캡슐 같은 작은 알갱이 하나만 먹고 버텨야 할지도 모르지요.

 

여러분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부는 우리 농산물이 너무 비싸다고 합니다. 무지의 소치입니다. 직접 와서 1달만 살아보면 그런 말은 못할 것입니다. 투입되는 각종 농자재비용과 노동력에 비해서는 지금보다 3배쯤은 더 비싸져야 농촌에서도 도시서민층 수준으로라도 먹고 삽니다. 언젠가의 칼럼에서 말씀해 드렸다시피 5천평의 논밭에서 부부가 함께 고된 농사를 지어도 연 소득이 1천 만원밖에 안 되는 현실을 들여다보면 감히 우리 농산물이 비싸다는 투정은 못할 것입니다. 가계부를 세세하게 쓰는 사람은 잘 아실 겁니다. 연간 지출액에서 과연 우리 농산물 구입비용이 얼마나 되었는지를… 생존에는 별로 지장이 없는 자가용유지비, 통신비, 피복비, 문화생활, 사교육비, 간식&외식비 등에 지출한 돈의 20%라도 우리 농산물에 썼습니까? 그런 돈을 지출할 때마다 우리가 늘 먹는 쌀과 농부들을 생각해주시면 아마도 그런 쓸데없는 지출은 훨씬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서 자연히 통장잔고도 늘어날 것입니다.

 

재테크! 아주 가까운데 있지 않습니까? 꼭 써야 할 곳에 기꺼이 쓰고, 굳이 안 써도 생존에 큰 지장이 없는 곳에는 쓰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재테크의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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