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새가슴의 재테크 여행 시리즈_1st

작성자
구재성
등록일
2004/05/24
조회수
8895

예나 지금이나 터팬은 유독 호젓한 여행을 즐겨한다.

맘 맞는 한 사람과의 단란한 여행도 좋고, 고독을 물어뜯을 수 있는 나홀로 여행도 가슴 뻐근토록 행복하다.

 

떼거지로 낑겨서 가는 여행은 다소 편안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터팬에게 있어 그런 것은 여행이 아니라 '소몰이 관광'일 뿐, 진정한 나그네의 길은 아니라는 소신이 있어서 어쩌다 공짜티켓이 생겨도 남들에게 줘버리곤 했다.

 

과연 터팬이 여행의 참 맛을 알게 된 시기는 바로 대학 신입생일 때 였으니…

이햐~~ 새삼 그 시절을 떠올려 일기를 뒤적여 역산 해보니 어언 15년이나 되었구나.  ^____^

 

고딩 1학년 때부터 우정을 쌓아왔던 ‘돌배’라는 닉네임의 한 친구가 있었는데, 

(당시에 소년동아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만화 ‘돌배군’과 이미지가 비슷해서 나만 그렇게 불렀다.)

돌배는 매사에 건성건성이고 약속시간도 잘 안 지켰고, 단 한번도 소개팅을 안 해주던 매정한 녀석 이었지만 그래도 그 넘이 좋았다.

 

1985년. 성북구에 위치한 경동고에 입학하자마자 가장 먼저 친해졌는데, 그 이유로는 서로가 무척 만만해 보이고 같은 반 짝꿍인 까닭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돌배군 에게는 3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었다. ^^;; 

처음 돌배의 집에 놀러 갔을 때  호루겔 피아노를 두들기는 그녀의 모습에 한방에 뻑이 갔던 것이다.

새가슴의 터팬은 대놓고 말은 못하고, 수시로 그의 집을 드나들면서 남몰래 끙끙 앓으며 애간장만 태웠었다.

 

남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고교3년 내내 쌈박질도 하고 절교도 했다가 다시 시시덕거리고…

농구와 야구에 미쳐서 공부는 뒷전이다가 결국 나란히 대학도 낙방하게 되었고, 재수학원도 같이 다녔다. 

 

하는 짓과는 달리 돌배는 상당한 킹카 였던지라 재수학원에서도 늘 어여쁜 여학생들이 쫓아다녔다. 그 당연한 결과로 터팬만 진학을 하게 되었지만 그는 삼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박카스 CF의 노랫말처럼 ‘한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라면서 재수를 기꺼이 감내했던 우리들 중 터팬 혼자만 대학생이 되자 그는 충격을 받고는 무엇인가를 뒤늦게 깨달았지만,

세상사가 마땅히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이 적용되는터라…

 

도대체 그 녀석은 입시준비 하는동안 터팬 몰래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녔던 것인지 울고불고 하면서 결사적으로 매달리던 여자친구들을 떼어내느라 몇 달 동안의 홍역을 치러냈다.

 

그 후로도 금연 못지 않은 후유증인 ‘Girl 금단증세’ 로 밤만 되면 발작을 일으켜 주윗사람에게 전화질을  해대는 지긋지긋하게 지켜보기만 하다가 문득 그 녀석이 가엾다는 마음이 들어 터팬은 5월 어느 날 여행을 가자고 제의 했다.

 

 공부하자는 거라면 모를까, 놀러 가자는 걸 마다할 녀석이 아니기에, 곧장 의기투합하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섬주섬 짐을 주워담고서는 서울역에서 만났고 곧 통일호 막차에 몸을 실었다.   

 

갓 성인이 될락말락한 나이의  솜털 주제에 어찌 벌써 여행의 참 맛을 알리오만…

그 여행길에서 살포시나마  “아하~ 여행이란 정녕 이런 것이로다~”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연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여정을 몇 회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할까 한다.

 

비 안내리던 호남선을 타다가 서너시간 후 내린 곳은 바로 절개의 지존이신 成양의 활동무대였던 전북 남원역 이었다.

물론 成양과 몽룡군의 행적을 뒷조사 하고자 그곳을 간 것은 아니었고,

다만 싸나이들이 浩然之氣(호연지기)를 배양하기 위하여 최고로 추천 할만하다는 '지리산종주'를 위한 중간 코스로서 거쳐가야 할 장소가 남원이었을 뿐이다.

 

너무 이른 새벽 4시. 남원역 대합실에서 지리산행 첫 버스를 기다리기가 지루해진 나머지, 철딱서니 없는 우리 진상들은 당시 한창 유행하던 ‘5공고스톱’ 을 치기로 했다.

 

보통은 5점이나 7점을 기본점수로 하지만 우린 10점을 기본으로 하자고 했는데 그 이유인 즉,

점100 이 아닌 마빡때리기 내기에서 만약 7점부터 Go를 부르고 어쩌다 4고-5고 까지 가게 된다면 둘 중 하나는 뇌진탕으로 사망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얻어맞는 넘이 비명소리를 내면 처음부터 다시 맞아야 하는 잔혹한 Rule도 적용했다.

살살 때리기 라던가 덜맞은건 저축을 하는 따위의 아량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얼라들은 싸우면서 커야 한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을 잘 따르던 모범생 이었으니까…  -_ㅡ;;;

 

눈 흰자위에 핏발까지 세워가면서 고차원의 득점전략이 펼쳐지고 낯선 철부지들의 피튀기는 가혹행위 구경하는 맛이 그리도 쏠쏠했던지,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십여명의 관중들도 게임 내내 키득키득거리면서 심지어 응원까지 해준다.

 어떤 이는 신기하고 재미가 있어 뵈던지 오공고스톱 방법을 알려달라고까지 한다.

 

지금도 지방의 기차역마다 남아있는 풍경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때만 해도 각 구역의 걸인들이 영업을 마치면 기차역 대합실을 무단 점거하여 자기들의 침소로 이용하곤 했다.

 

진상을 떠는 우리들로 인해 그들의 숙소(?)가 소란스러워지자 단잠을 깨워 짜증스럽다는 듯이…

그 예닐곱 명 중 넘버2로 추정되는 시커먼스가 다가와 눈을 부라리면서,  

 

“시방 머하는 거여? 인자봉께 대굴빡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시끄럽게 한 거여?

이 간나구들을 어짜스끄나잉~ 베름박으로 콱 던져불랑께… 언능 안 꺼져뿌냐?”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번역이 안된 채 살기등등한 기세에 질려서 우린 깨갱~ 하면서 주섬주섬 자리를 챙겨 바깥으로 쫓겨나왔다.  

싸나이들의 배짱으로 맞짱 한번 떠야 하는 게 아니냐고 비웃을런지 몰라도,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시라.

우린 그들이 정말 무서웠다. 쓰잘데기 없이 객기부리다가 몽달귀신이 되기에는 우리의 푸르른 청춘이 정말이지 너무 아까웠단 말이다. 

 

우리 듀엣의 첫 여행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그 여정의 남은 시리즈는 다음 회로 미루겠다.

만화책도 아니면서 이런 것도 시리즈로 연재하냐면서 따지는 독자들께는 조금 죄송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정녕 그 기다림을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면 터팬이 시삽인 착부동 (http://myclub.moneta.co.kr/peterpan)으로 놀러오시길 바란다.  이 다음 글을 먼저 보실 수는 있을 것이다

 

재테크와는 사돈의 팔촌 사이도 안 될 여행이야기를 왜 늘어놓는지 다들 궁금해 하시리라.

 

터팬은 바로 그 돌배군 때문에 훗날 종자돈 5천 만원을 날렸다.  이와 관련한 뒷 이야기를 돌배와 함께했던 여행이야기와 섞어서 풀어보고 싶고,  이런 얘기들이 보다 현실감있는  타산지석이 되게 하려는 목적이니 혼선 없으시길 바란다.

 

지금도 간간히 터팬의 악몽에 등장하는 것이 몇 년 전 한방에 날려버린 그 종자돈이고, 자연스레 그 원흉이던 돌배녀석도 떠오르고, 함께 했던 여행추억들이 새록새록 다가온다.  

 

언젠가 종자돈만큼은 ‘농사꾼이 끝까지 베고 죽는다는 씨앗’처럼 소중히 지켜야 한다 고 역설한 적이 있다.   잘 모르겠다는 분은 귀찮다 마시고 이곳 어디엔가 있으니 수고로이 검색을 해보시라.

 

터팬의 글은 오다가다 한두 꼭지만 보아서는 긴 호흡으로 펼쳐보이려는 ‘초짜 재테크 스토리’의 흐름에 동참하기는 힘들 것이다. 오다가다 몇 개만 훑어보고서는 ‘결론도 모르겠고, 앞뒤도 안 맞는다’ 는 따위의 악플이 달리는 걸 보면 그 순간에는 착한 요정 피터팬이 아니라 '악의 화신 후크'가 되고 싶었다.

 

아무튼 앞으로 한동안 이곳에서  새가슴을 가진 초짜들이 꼭 지켜주어야 할 투자방법과 이 바닥의 생리, 그리고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돌배君을 조연으로 삼아 - 약간의 픽션을 가미하여 엮어내려 한다.  

 

부디 기다리는 즐거움을 만끽하여 주시길 바란다.  ^^

 

※ 본 글은 재테크 포탈 모네타(http://wealth.moneta.co.kr)에서 제공하며, 당사의 허락없는 무단 전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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