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재테크 하면서 잃었던 것들......

작성자
구재성
등록일
2003/11/20
조회수
8620

 지난 회에서 터팬의 궁상맞은 대학시절을 추억해보았었다.

터팬을 잘 알던 몇 명이 그 글을 보고서는 “왜 더 추접한 얘기는 안썼냐?” 라면서 핀잔을 준다. 

바로 이 더 추접한 얘기를 시리즈로 읊어주마.

 

 대학 정문 앞, 50 미터 거리에 위치한 쓰러져가는 판자집에서 겨울을 나면서 터팬은 추접의 극치를 달렸다.  일종의 절도죄에 해당하는 범죄이기도 한데, 이제야 고백하는 이유는 절도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 공소시효가 몇 년인지  확인해보려는 사람은 재테크 하지마라. 

 재테크는 꼼꼼해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터팬의 다음 글을 어서 읽고싶어서 대범하게 넘어가 줄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해야 성공하는 법이다. -_ㅡ;;;

 

그 추운 겨울에 그 판자집은 아무리 문을 꼭꼭 닫고, 이불을 둘러써도 방안에는 회오리가 몰아치던 곳이었다. 기름보일러가 있긴 했지만 20리터짜리 석유 두 통을 짊어지고 기름탱크에 채워봤쟈 일주일 정도 남짓밖에는 못버티는 것이다. 지금 기억으론 당시 등유가 리터당 515원쯤 되었던거 같다.  어떻게 기억하냐구?  그러길래 일기를 쓰란 말이다. 

아니믄 가계부를 쓰던지…  ^^

 

아무튼 두 통(40리터)의 가격은 20,600원이 되는 셈이다. 당시 1달생활비가 15만원이었던 터팬에게 월 10만원 에 육박하는 난방비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기름값 아껴 춥게 잠들자니 먹는 것과 아울러 편히 잠자는 것을 으뜸으로 치는 터팬으로서는 더더욱 괴로울 수 밖에 없었길래,

하루종일 가급적 도서관에서 버티다가 밤에 귀가할 때만 보일러를 때우는 나날이 반복되고...

 

돈도 떨어지고, 몸도 마음도 춥고… 에고고 삭신이야~ 내가 왜 이렇게 까지 고생을 하는지 슬프기도 했다.

 

역시 궁하면 통하는 법! 고독한 하이에나인 피터팬에게 걸려든 정보…!!

바로 사법시험 준비생을 위한 장학시설인 교내 고시원의 연료창고 보안상태가 허술함을 감지한 것이다.

"딱 걸린거야.  으흐흐..."

 

 고시원생넘들이 하도 연료창고 Key를 잘 잊어버리니깐 바로 옆에 큰 돌덩이 밑에다가 이걸 감춰두고 꺼내쓰는 걸 목격한 것이다.

 돌쇠스러운 터팬이야 머~ 남는 게 힘이니깐 거뜬하게 들어올려 슬쩍 꺼내서 감쪽같이 4통을 채워서 갖고 날랐다. 물론 공범도 있었다. 터팬처럼 독거생활을 오래하면 비슷한 부류들이 꼬이는 법이다. 

 

이렇게 겨울을 알뜰(?)하게 지내는 동안, 역시 통장잔고는 늘어만 갔고, 판자집 골방 기름탱크는 넘쳐나고 보충분까지 챙겨둘 지경이었다.  당시 법을 전공한 터팬이 왜 그짓이 절도죄라는 걸 몰랐을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돈을 모아야 한다는 오기 가득한 목표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을 뿐 그저 모든게 스스로 용서가 되었다. 나같은 넘에게는 알뜰상을 줘야해~~ 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돈을 모으고 싶으면, 좀 있어뵈는 행인들을 털지 그랬냐? 말하고픈 분도 계실는지 모르겠다.   정말 왜 그 짓은 안했는지 참으로 장하다.

 

당시의 터팬은 참 독하게도 살았던 듯 싶다. 그야말로 목표를 위해서 수단방법을 안가리고 살았던 것이다.

친구들이 놀러온다고 하면, 빈손으로 오는 자에게는 깍쟁이처럼 방청소를 시키고, 라면 등 부식을 들고 오는 자에게는 계란풀은 라면을 삶아주었다.  철저한 인센티브시스템 말이다.

 

그러다보니 가난한 중생들이 부담되어서일까?  -속으로 더럽고 치사한 넘이라고 생각했을거다.다 안다-  발길을 점점 끊은 것이다.  점점 교만하고 고독한 하이에나가 되어가는 터팬이었다. 그래도 꿋꿋했다. 나중에 취업되면 다 풀자~라는 심뽀로 말이다.

 결국 나 자신만을 위해서 살던 그 시절은 그 나름대로 성공이라 여겼나보다. 월급많이 주는 은행에 취업도 하고, 돈도 200만원이나 모은 상태에서 졸업식에 참가했으니 말이다. 

 

..................................

 

이 글을 쓰며 다시 돌이켜보노라니 또 한번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그런 하이에나 생활을 하던 2년간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워낙 털털하고 의리있던 터팬의 수십명 넘던 친구들이 졸업식에는 단 3명만이 남은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터팬의 졸업사진에는 거의 가족들과 찍은 애써 웃음짓는 사진 뿐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다시 그 친구들을 찾아보리라 다짐했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던가?  나름대로 바쁘고, 쏟아지는 일거리들이 몰려들다보면 아무리 친한 친구조차도 소원해지는 것이 현대인의 삶인 것을… 인심잃어 떠나간 친구들을 다시 찾을 길은 없던 것이다.

 

늦었지만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많고도 많지만 제일 소중한 존재는 천상천하에 제일 위에 있다는 神보다도 上席에 자리잡은 사람(人)이라는 것을 말이다.

 

당시에 철부지 터팬이 자랑했던 2년간의 하이에나 시절은 '財테크 성공시대'가 아니었다.  

다름아닌 '災테크' 라고 밖에 …..

 

돈보다도 소중한 것을 한가지 라도 잃는다면 결코 재테크 잘한다고 떠들지 마라.

 

그렇다면 돈보다 소중한 것은 또 무엇인가?  돈은 결코 삼라만상 중에서 높은 위치에 있지 않다. 사람이 제일 높은 위치일 것이고, 건강, 직장, 취미 등등...이 그 다음이 되지 않을까?  돈은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피조물 중 한가지 일 뿐인 정도의 계급이다.

 

내 앞에 있는 키보드도 사람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고, 없으면 제일 아쉽다는 천원짜리 칫솔도 사람이 만든 것이다. 돈도 있으면 편리하기 때문에 만든 것이다.  틀렸는가?  

 

재테크를 해보시겠다며 지난 10월 중순에 터팬이 만든 '착한부자를 꿈꾸는 outsider'동호회에 가입하신 분이 많다. 대부분이 착한 부자가 되기위해 오신 분들이지만 그 중에는 혹시 한탕정보가 있지 않나 가입하신 분도 있고,

부동산투기정보나 숨겨진 고급정보라도 있을거라 가입하신 분도 있다. 

택도 없는 소리다. 터팬의 동호회에는 그런 정보 거의 없다. 알아서들 탈퇴할 거라 믿는다.

착한 부자는 본인의 노력으로 습관과 품성을 갈고 닦아 떳떳한 돈을 모은 사람을 일컫는다.

 

맘이라도 착한 부자라면 비록 가진 돈이 100만원 뿐일지라도 이걸 밑천삼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설령 10억을 못모으면 어떤가? 남들처럼 번듯한 집이 없으면 좀 어떤가?

내 친구와 이웃들이 따뜻하게 웃으며 바라보아 주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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