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강남 불패? 강남 몰락?

작성자
서인석
등록일
2003/11/12
조회수
6514
제목 없음

어리숙했던 그 옛날

 

1970년대 말 장인 어르신께서는 모 은행에 근무를 하고 계셨고, 지금처럼(?) 일단 은행이라는 곳은 높은 급여에 안정된 직장이었을 것이다. 장인 어른의 말씀(?)대로라면 정말 열심히 일 잘하시는 분 이셨을 테니 정상적인 승진을 하셨을 것이고,,,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당시의 가계소득은 145만원(현가계산이 아닌 당시 물가기준으로) 이고, 장모님도 직장생활을 하고 계셨으니(지금도 하고 계신다. 장모님 이야기는 나중에 인생역전이라는 주제로 나중에 設을 풀어 보겠다. 선생님이시다.) 적어도 대략 300만원 정도의 가계소득이 있었으리라 추정이 된다.

 

당시에 강남개발의 열풍으로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장인어른은 당연히 주택청약을 넣으셨고, 경쟁률 은 지금과도 비슷해 떨어지셨다.

 

지금의 서초동 지역(필자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 아파트에 청약을 넣으셨다고 함)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잠실 롯데월드 맞은 편에 있는 고층 주공 아파트에 청약을 넣으셨고, 하늘의 도우심으로 36평형 당첨!!! 강북의 삼선동 주상복합(?)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시고 송파구민으로 생활을 시작하셨다.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상황!

 

허허벌판에 떡하니 입주하셔서 생활을 하시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어라! 분양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장인어른의 말씀을 빌자면 "34평 짜리 집값이 800만원인데 전세를 700만원에 사는 코메디" 같은 일들이 주변에 허다하게 생기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100만원만 있으면 집이 한채?  물론 당시 강남 프리미엄에 새아파트 프리미엄이 반영이 된 금액일텐데...

 

장모님과의 상의 끝에 과감하게 한채 더 구입! 만약 집값이 12.5%(100만원)만 올라도 수익율은 100만원. 당시의 예금 이자율이 12% 이상이었으니 당연히 그 이상은 올랐으리라...

거짓말 이라고? 실화다. 당시에는 예금이자가 워낙 높다보니 안정성과 수익율에서 부동산이나 증권을 앞질렀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이해가 되는 상황!

 

장인어른은 눈을 뜨셨다. 당시에는 세금의 부담도 없고, 한참 경기부양을 위해 열심히 건축경기를 띄우는 분위기 였으니 맘만 먹으면 지금은 월급쟁이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는 비싼 강남의 아파트를 쉽게(?) 매입 할 수 있었다. 아파트의 매매가가 평균 가계소득의 5~6배 정도 였으니 독한 맘만 먹으면 누구든지 쉽게 살 수 있었던 것이 아파트였던 것이었다....(부럽다)

 

좌우지간,,,잠실의 장미아파트도 장인어른의  재테크 대상을 피해가지 못했고, 정부의 강남개발정책이 장인 어른의 재테크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이른바 8학군 열풍.

무서울 것이 없으셨던 장인어른이셨다.

 

연승행진!

 

88년 올림픽을 대비하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와 훼미리 아파트의 분양이 있었고, 관심이 없으시다가 우연히 모델하우스에 들르셨고, 미계약건이 발생하여 역시 우연히 계약. 55평을 1억에 매입.(처가집이 식구가 많다.)

 

할머니, 장인, 장모, 1남 5녀해서 9명이 사는 집안이니 55평도 큰평수 아니다) 역시 승승장구. 친구들과 우연히 맘이 맞아 개발전 분당에 동호인 주택(빌라)을 지었는데 처음에는 허허벌판이었던 지역이 지금은 고급빌라촌이 되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10분 거리에 율동공원도 들어섰다. 연전연승!!! 어느샌가 장인어른은 강남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장인어른의 회고!

 

어느날 처가집에서 고기구워서 장인어른과 오십세주를 먹으면서 ,,, "아버님 어떻게 그렇게 좋은 기회를 많이 잡으셨나요? 정말 탁월하신 분 같습니다!" , "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당시에 은행에 근무하고 있어 남들보다 대출이 쉬웠다는 것 말고는 남과 달랐던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은 동물과 같아서 다들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벗어나질 못하더구나. 나도 역시 잠실 살다가 신천동 살고, 조금 떨어진 가락동 살고,,,다들 그런 것 같다. 원래 자기가 살던 동네가 편하거든.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그런 것 같구나.", 세상 어디에 살던지 자기가 살던 곳이 편할 뿐이라고...

 

그렇다. 사람도 동물이라 살던곳이 편할 뿐이다. 누가 그러던데 사람은 10리를 벗어나면 불안해 한다고...

 

강남 집값의 생태학적 분석

 

필자의 동네(서초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한 부자는 거의 없다. 다들 예전부터 여기에서 살았고, 거의 대부분이 월급쟁이 이다. 또, 적어도 10년 이상 살고 있는 것 같고 거의 대부분 자녀들도 그 동네에서 살고 있다. 바로 옆 아파트라던지 아니면 같은 단지의 작은 평수에서 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값이 오르는 것에 대해 그다지 큰 반응이 없다.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 그리고 부동산 업자들도  집값의 엄청난 상승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미쳤다고", "그 돈으로 받을 이자 생각하면 매일 호텔에서 자는 것과 똑 같다고"...

 

집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팔아야 내돈이 되는 것이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나에게" 편하고 좋기 때문에 그냥 계속 살고 있는 것이다. 동네에서 25년동안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빌자면 내가 이 아파트에 오래 살고 있는 것은 투자 때문이 아니라 "이 동네에서 살았기 때문"(뭔 소리야...)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알기로는 거의 대부분의 강남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거기에 살 것이고, 팔아서 큰 돈 만들어서 재투자 할 생각이 없다. 미꾸라지 몇마리 때문에 잘 살고 있는 우리 마을이 매도 당하는 것이 싫다고 한다.

 

그리고 집값을 올리기 위해 장난을 치거나 온 동네가 협잡을 하는 일도 없다. 동물이 자기가 살던곳을 떠나게 되면 불안해 하듯 그곳의 사람들도 자신의 동네를 떠나기 싫어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현상이 무릇 강남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강남 불패니 강남의 몰락이니 이런 단어 자체의 존재의미는 없다. 성실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을 투기꾼으로 매도하는 세상이 싫을 뿐이다. 양도세를 아무리 올려도 살고있고, 계속 살아갈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강남불패는 맞는 말이고, 강북도 불패다, 경기도도 불패고,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도 불패!!

 

※ 사족, 강남의 집값이 올라서 강남사람은 좋아한다! 천만의 말씀, 애들이 크고 식구가 늘어나면서 집의 크기를 늘려 가야하는데 집을 늘리려고 멀리 이사를 간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애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직장은 어떻게 다니시려고 그러시나요? 아마도 큰 결심해야 할 겁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25평) 사시는 분들은 좀 더 넓은 평수로 늘려가야 하는데 이젠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평수를 늘려 갈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집값이 좀 떨어 졌으면 좋겠고, 이대로 살다가는 삶의 질이 계속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더욱 잘 알고 느끼고 있습니다. 더욱 큰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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