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녀교육, 그 멀고도 험한 길 – 3부

작성자
강준현
등록일
2012/12/24
조회수
13385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벙어리 저금통이 아이구 무거워~ 어린이 창구, 어여쁜 언니. 웃으며 통장 주며 아이구 부자군~ 하하하하 우리는 착한 어린이. 아껴 쓰고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

이런 노래가 있었는데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자란 아이들에겐 ‘저축=좋은 것’라는 개념이 생겼고, 이들의 코 묻은 푼돈들이 은행에 모이고 모여서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지요. 이것만이 아닙니다. 7~80년대의 근로자재산형성저축(일명 재형저축)과 8~90년대의 근로자우대저축 등을 통해서도 우리는 저축을 장려받았고 돈이 생기면 일단 저축부터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축’이라는 단어에 거부감, 불쾌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런데!!! ‘투자’라는 단어에서는 어떤 느낌이 드나요? 누군가는 투자에서 기회와 수익을 떠올릴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위험과 손실을 떠올릴 겁니다. 뭐, 둘 다 맞지요. 투자에는 기회와 위험이, 수익과 손실이 항상 공존하니까요. 하지만 필자는 분산투자, 장기투자, 정기(적립식)투자를 잘 실천하면 손실의 위험보다는 수익의 기회가 더 많다고 봅니다. 7~90년대가 저축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투자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축은 그만 하고 투자만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저축의 비중을 줄이고 투자의 비중을 높이는 게 좋겠다는 말입니다. 왜냐면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7~90년대에는 금리가 물가보다 높았기 때문에 저축만 해도 자산이 불어났습니다. 하지만 금리는 꾸준히 내려오고 물가는 꾸준히 상승해서 지금은 역전이 된, 즉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금리가 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축만으로는 절대 자산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축에만 의존하지 말고 투자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이것이 아이들의 경제/금융교육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축도 물론 경제/금융교육에 도움이 되지만 투자가 훨씬 더 많은 공부가 됩니다. 저축은 일단 시작하면 매월 불입금 얼마, 금리 몇 %, 세 전 만기수령액, 세 후 만기수령액이 딱 정해져 있어서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지만, 투자는 매일 수익률이 변동되고 어떤 날은 수익이, 어떤 날은 손실이 나는 것을 보면서 왜 그렇게 되는지 궁금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 돈이 어떤 나라에, 어떤 분야에, 어떤 종목에, 어떤 형태로 투자되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주식, 채권, 펀드, 부동산, 수익률, 표준편차, 금리, 환율, 원유가, 주가지수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 기회가 많아지게 될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경제/금융교육에는 저축보다 투자가 더 바람직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들에겐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모에 비해서 훨씬 많습니다. 앞으로 약 100년을 살아갈 녀석들이니까요.

 

 영국에는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child trust fund)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2002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정부가 강제하는 의무사항입니다. 아이들은 만 10세가 되면 누구나 이 펀드에 가입해야 하고 부모는 매년 250파운드(약 45만원) 이상 적립하도록 되어 있지요. 그리고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인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에는 모자란 만큼 정부가 보조해주고 이 펀드의 투자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전혀 없습니다. 영국의 아이들은 이 펀드에 쌓인 돈으로 대학 학자금을 내거나, 사회진출의 종잣돈으로 쓰기도 합니다. 참 부럽고 탐나는 제도 아닌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이 펀드를 8년간 운용하면서 투자의 개념, 즉 수익의 기회와 손실의 위험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경제/금융교육이 된다는 말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습니다. 교육비 저축계좌와 529플랜이 그것인데요, 학자금 용도로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들이고 529플랜 중에는 대학등록금을 미리 선납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예컨대 중학교 1학년인 마이클이 나중에 대학진학을 예상한다면 지금 내는 등록금으로 미래의 등록금을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전체 등록금의 2/3까지 미리 낼 수 있고, 미리 내는 만큼 1년에 5%씩 할인도 해줍니다. 마이클은 6년 후에 대학에 갈 테니 약 30% 정도 할인 받는 셈이지요. 하나의 대학을 지정해서 선납하는 게 아니라 약 300개 정도의 대학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계좌에 납부하기 때문에 대학선택의 폭이 넓고, 마이클이 대학에 뜻이 없다면 마이클 동생인 메리에게 양도할 수도 있고, 메리마저 대학에 안 가겠다면 환불도 됩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처럼 등록금 인상률이 높은 경우에 정말 딱인데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엔 그런 제도가 없고 그 대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이를 채무자로 만들어주는 학자금 대출제도라는 게 있지요. 풍운의 꿈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에게 격려와 종잣돈을 안겨주지는 못할 망정 빚보따리부터 안겨주다니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마치 다들 100미터 출발선상에 있는데 혼자 20미터 뒤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위축되고 주눅들어서 아이가 꿈을 제대로 펼칠 수나 있을까요?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까지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이미 밝혔지만 아이가 원한다면, 아이에게 필요하다면 대학에 보내는 게 맞겠고 이때 학자금은 부모가 주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가 대학에 갈 지, 안 갈지, 또는 못 갈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으니 일단은 대학교육자금을 준비하는 것이 합당하겠지요. 만약 대학에 안 가거나 못 가게 된다면 이 자금은 아이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큰 힘이 될 종잣돈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부모의 노후자금 등 다른 자금에 편입시키면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학자금용도의 자금에는 세금을 감면해 준다거나, 대학등록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들이 빨리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영국이나 미국과 유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까지는 아이의 대학자금이든 종잣돈이든 부모가 알아서 준비해야 합니다. 부모 입장에선 참으로 부담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뭉칫돈을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까요? 뭐,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루에 만원씩 저금통에 모으는 방법도 있겠고, 금괴를 사서 땅에 묻어놓는 방법도 있겠고, 마당이 넓다면 감귤나무를 잔뜩 심어놓는 방법도 있겠고, 삼성전자 주식을 한 달에 1주씩 사는 방법도 있고, 매주 로또복권을 사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은 효과적이지 못한 게, 저금통에 모으면 이자가 없고, 금괴는 처음에 목돈이 들어가고, 감귤나무가 대학나무이었던 것은 옛날 얘기고, 삼성전자 주식은 너무 비싸고, 로또복권은 확률이 낮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무난한 건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방법일 겁니다.

 

목돈을 모으기에 적합한 대표적인 금융상품은 각 금융기관 별로 적금, 펀드, 보험이 있지요. 여기서 보험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저축성보험과 투자성보험이 그것입니다. 그러면 총 네 가지가 되는데 이 중에서 적금과 저축성보험은 금리형 상품이고, 펀드와 투자성보험은 수익형 상품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금리형 상품은 많은 이자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손실의 위험이 없이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만기까지 유지할 경우 원금보장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고, 수익형 상품은 원금보장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네 가지 중에 반드시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2가지 이상 선택해도 관계는 없으나 대학입학까지 남아있는 기간과 본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아있는 기간이 3년 이내의 단기면 적금으로, 3~10년 정도의 중기면 펀드로, 10년 이상 남았다면 보험을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는 게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입니다. 또한 투자성향이 약한 편이면 적금이나 저축성보험 같은 금리형으로, 투자성향이 강한 편이면 펀드나 투자성보험 같은 수익형으로 가는 것이 보다 합리적입니다. 저축성보험과 투자성보험을 구분하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oo저축보험, xx교육보험, △△유니버셜보험 등이 저축성보험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상품명에 ‘변액’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투자성보험으로 보면 됩니다. 저축성보험과 투자성보험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제발 당부하건대!!! ①저축성보험이건 투자성보험이건 절대로 중도에 해약하지 말고, ②중간에 ~~자금이라고 나오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하고, ③중도인출이 가능한 상품이라 해서 중간에 빼서 쓰지 말기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④저축성보험이건 투자성보험이건 보험을 선택했다면 반드시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이유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할테니 일단 이렇게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어떤 상품을 선택하건 간에 아이 이름으로 계약하는 것이 좋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 이름으로 된 계좌의 금액이 점점 커져갈 때 아이가 느끼는 뿌듯함도 커질 것이고,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은 급전이 필요해도 잘 안 깨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만기까지 기다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매월 불입할 때 다만 1만원, 1천원이라도 좋으니 아이도 함께 불입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내 학자금, 내 종잣돈을 만들 때 나도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라는 느낌이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데에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있다고 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뒤집기를 처음으로 성공할 때, 첫 걸음마를 시작할 때, 처음으로 엄마아빠를 말할 때, 다치거나 아플 때, 노래와 춤으로 재롱을 떨 때, 울고불고 난리 피울 때, 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을 사귈 때, 성적표를 받아올 때, 거짓말을 할 때, 옳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부모에게 대들 때, 원하는 무언가를 해냈을 때 등등. 각각의 장면에서 부모는 희로애락을 느낍니다. 어쩌면 한 명의 아이가 20년이 넘는 긴 장편 드라마의 주인공이고 부모는 그 드라마의 열혈시청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교육. 참으로 멀고도 험한 길이지요.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절대 등한시할 수 없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식교육, 인성교육, 경제교육을 균형있게 잘 받은 아이가 나중에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때, 또는 사회의 리더가 될 때 부모는 그간의 수고와 노력과 고통과 감정소모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내 아이의 교육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국가도, 사회도, 선생님도, 이웃집 아줌마도 아닙니다. 바로 부모인 우리들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준현 국제공인재무설계사(강준현 CFP 사무소 대표)  yery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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