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새가슴의 재테크 여행 시리즈_4th

작성자
구재성
등록일
2004/06/10
조회수
7095

연하천 산장에서의 깊고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또다시 멀끔하게 원기가 발랄해졌다. 그 이후에도 숱하게 등산과 야영을 해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지리산만큼 금방 기운이 회복된 곳은 없었다.

 

국립공원 1호라서 그런 건지, 금강, 한라와 더불어 三神山 중의 하나라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지난 회에 소개했다시피 대표적으로 정갈한 기운이 쏠려있는 곳이라 선지는 모르겠다. 돌팬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찌감치 눈을 떠서 밥을 지어먹고 토끼봉을 향하여 산뜻하게 출발을 했다. 지금의 기억으로는 연하천 산장에서 토끼봉 까지의 여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하천을 떠나 얼마 되지 않아 가파른 내리막 바위산길이 있는데, 운동화로는 너무 미끄러워서 거의 납작하게 붙어서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왔다.

그전까지는 위험하다기 보다는 험한 곳일 뿐이었으나, 이곳은 정말 힘들었다. 미끄럼에 발을 헛디뎌 계곡 아래쪽으로 떨어져 죽을 뻔 했었다. 그래서 전문등산화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토끼봉을 가는 도중 총각샘 이란 곳이 있다. 산삼과 약초를 캐는 노총각이 발견한 곳이라던데, 연하천 산장에서 주워들은 얘기로는 이름이나 풍광과는 어울리지 않게 자살한 귀신들이 많은 곳이란다.

 

희한하게도 높다란 벼랑 바로 아래쪽에 자리잡은 샘터인데, 무모한 도전자 정신으로 저 높은 벼랑에 기어오르다가 떨어져 죽은 건지 목이 말라 샘물을 급히 들이키다가 채해서 죽은 건지 확인할 도리는 없다. ^^;;

 

터팬 : 돌배야~ 네가 그 동안 울린 여자애들에게 회개하는 의미에서 이곳 총각샘에 네 몸뚱아리를 바쳐서 속죄하는 건 어떻겠냐?  하긴 넌 총각도 아니니 그리 어울리진 않는다만… ^^

돌배 :  -_-;;  난 가끔 터팬이 네가 인간이 아닐거란 생각이 들어. 너도 인정하지?

터팬 : 그래 짜샤. 원래 곰탱이 였는데 마늘, 쑥, 파만 먹고 熊男(웅남)이 된 거다. 쪽파 한 뿌리 라도 보태준 거 있냐?  

돌배 : 웅녀는 환웅이 짝지가 되었다지만 니 짝지는 누가 될꺼나? 쯧쯧…

 

어찌되었건 자살한 사람치고 한심하지 않은 놈이 없다는 편견이 있어서 피식 웃으면서 지나쳤다.

 

토끼봉까지의 여정은 그야말로 산책길 이었다. 

쭈욱 내리막길에다 좌우로 터널식 숲길이 나있어서 덥지도 피로하지도 않았다. 서로 시시껄렁한 농담따먹기를 나누면서 숲과 맑은 공기에 파묻혔다. 

 

여태 살아오던 그 어떤 때보다도 기분이 상쾌했다.

게다가 능선 아래로 보이는 구름안개가 마치 두터운 이불솜 처럼 지리산 능선아래 전체를 덮고 있어서 다이빙을 하더라도 푹신푹신한 그것이 감싸줄 것만 같았다.

 

그 광경을 사진에 담아두지 못해서 제일 아쉽다. 그곳을 오가던 등반객들도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어 화개재에 이르렀는데, 이곳에서 삼도봉까지의 2~3킬로 정도의 거리는 참기름을 바른 것같이 미끄러운 바위오르막길이 나타났다.

에고고… 아깐 내려오느라 죽을 뻔했는데, 이젠 올라가면서 생고생을 하는 구나~ 싶어서 서로 찌푸려진 얼굴만 쳐다본다.

 

터팬 : 으헉! 이거 장난 아니다. 우리 여기서 사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돌배 : 휘유~ 여기 터팬이 네가 오자고 했지? 팔자에도 없는 암벽등반까지 하는구먼. 미리 땡겨서 군바리 유격훈련 하라는 거 같다… 아이고~ 내 팔자야~

 

지리산은 만만한 관광코스가 아니었다.

지리산 종주를 한다는 것은 그냥 남들이 일컫는 극기훈련이나 호연지기를 위한 그런 과정을 넘어선 짧은 희로애락과 숨어있던 자아를 다시 일깨워 주기까지도 하는 또 다른 인생여정 이라고 할만했다.

 

별로 길지도 않은 그 코스를 근 한 시간이나 걸려 낑낑대면서 돌파해냈다.

역시 운동화로는 그 미끄러운 길에 무리가 있었다. 다시 발가락은 짓물러져 가고 감각조차 무뎌져만 갔다.

 

그나마 댜행히 Mr.청학동이 가르쳐준 도인법을 활용해서 족심과 용천혈을 부지런히 짚어주어 임기웅변은 되었지만 바지는 온통 흙과 흠집으로 걸레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다다른 곳은 三道봉 이다.

이곳은 명칭 그대로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우스갯말로 ‘날나리봉’ 이라고 하는 걸 보면 남다른 모양새나 사연이 있는 듯 했지만 별다른 점이 보이진 않는다.

 

아~ 드디어 노고단이 보인다. !! 

하도 봉우리가 많아서 멀찍이 보이는 것 중 어떤 놈이 노고단 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이제 두어 시간만 더 가면 된다는 나그네들의 훈수를 들으니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노루목과 임걸령을 지나 노고단 까지의 길도 역시 만만치는 않았지만 이젠 돌팬에게 새로이 생긴 성취감+ 자신감 이라는 초능력 앞에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돌팬은 온통 도시담이 되어있어서 목적지에 이르기도 전인데 벌써 지리산이 마치 우리의 것이라도 된양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죽음앞에 초라한 꼴을 자랑하던 그 비참함은 어디로 놀러 갔는지 최후의 비상식량(뽀빠이과자^^)을 까먹는 여유도 부리고 황홀한 운무를 감상도 하면서 씩씩하게 행진했다.

 

삼사년 전 고딩 청춘들을 열광케 했던 그룹 들국화의 [행진] 이라는 노래도 목이 터져라~ 불렀다.

행진~ 행진~ 앞으로~ 행진~ 하.는.거.야~ ~♬~♪~♪ ~♬~ 

 

그때의 일기를 다시 뒤적이면서 회고하니 다시 그 기분으로 어깨도 들썩여지고 입이 헤벌레~ 해진다.

 

노고단에 이르자 형형색색의 인파가 드글드글 하다.

대다수는 1년 전 개통된 도로를 이용해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일 테고, 나머지는 이제 막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려는 것일 테니, 거꾸로 종주를 끝내가는 교만스러운 시각에는 그들이 너무도 어린 양으로만 보였다.

 

비록 만신창이의 거지꼴이었지만 우린 서로 반달눈을 하고서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돌배 : 터팬아~ 우린 해낸 거야. 그치! 그치??

터팬 : 그래 임마. 우린 남들같은 장비도 없이 운동화만 신고 여기까지 온겨. 가슴이 막 뛴다. 들리냐?

돌배 : 그래. 우리가 좀 무식하긴 했지만 해낸 거야. 바로 우리가. ‘우리;가 뭔지 알겠지?

돌팬 : (손을 입에 모아 외친다) 으아~아~ 만세다~ !!!  야호~

 

노고단 산장에 도착할 때까지 우린 미친놈처럼 마구 웃고 떠들었다. 노래도 다시 시작되었다.

행진~~ 또 행진~ 하.는.고.얌~~~♬~♪~♪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보건 상관 없었다. 또 다시보아도 꼬라지는 영락없는 환상의 듀엣 거지였다.

 

속에 입은 면T는 땀과 먼지에 얼룩이 져서 회갈색이 되었고, 바지는 군데군데 찢기고 빵꾸나고 심하게 변색이 되어 있었다.

모자도 없이 3일 동안 내내 햇볕에 노출되어 허여멀겋던 도시의 범생이 얼굴은 벌겋게 익고 타버려서 하얀색의 눈과 이빨만 도드라져 보인다. 

우리의 기분을 아는지 어떤 분들은 밝게 웃어주신다. 지리산 선수임에 틀림없었다.  ^^

 

그날 노고단 산장에서 3일째 밤을 지내기로 했다.

남들처럼 버스를 타고 화엄사로 내려가기엔 잔뜩 부어오른 자존심이라는 녀석에게 야단맞을 것만 같았다.

노고단 산장은 시설도 쓸만했고 급수사정도 좋았다.

 

수요공급의 법칙상 모든 상품이 3배 이상 비싸서 신나는 기분에 살짝 상처를 입었지만 머 그 정도야 아랑곳 할 필욘 없었다. 

날이 어둑해지자 우린 팬티만 입은 채 목욕을 했다.

간혹 누군가 오가면서 시껍하면서 놀라기도 했지만 눈꼽 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준비했던 식량은 진즉 바닥이 나서 초코파이, 새우깡. 우유로 요기를 했다.

그래도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훨씬 홀쭉해진 배낭을 베개 삼아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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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돌배가 자신 있게 추천한 종목은 몇 달간 약보합을 유지했다.

전반적으로 증시가 상승무드였는데도 주가가 오르질 않아서 의아하긴 했지만, 원래 대박을 터뜨리려는 종목은 그러려니 했었고, 터팬은 이제 막 은행을 퇴직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게 된지라 그전처럼 열심히 증권시장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더욱 믿음직한 중권맨으로 활약하던 돌배에게 일임하게 된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터팬의 지하 전세방으로 초대하여 접대도 했다.

 

터팬 : 이번에 우리가 집어넣은 거 분위기가 좀 이상타~ 언제쯤 오르겠냐?

돌배 : 그게 2조원 짜리 대형계약을 따낼 거라는 소문이 있다. 그게 호재로 드러나면 두 배는 될 거야. 그런데 난 그 종목 얼마 전에 뺐다.

터팬 : 그게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임마?  너 혹시~~??

돌배 : 이번에 빼고 박은 건 네가 싫어하는 종목이야. 그러니깐 너한테 얘기 안 했지.

터팬 : 아무리 그래도 글치… 나도 갈아탈까?

 

결국 돌배의 뜻대로 했다. 그전에 돌배 덕분에 좋은 정보를 미리 얻어서 쏠쏠한 수익을 챙겼기에 이번에도 그런 패턴 중의 한 가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손절매를 감행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 터팬이 살던 수원시의 반 지하방 보증금은 1,400만원.  올인 한 자금은 5000만원.

그 당시 근방의 18평형 아파트 가격은 7,000만원 수준이었다. 

최근 그 아파트 가격을 조회해보니 1억 3천 만원이다. 

 

믿고 맡긴 터팬의 종자돈 평가액은 점점 줄어만 들었다. 돌배는 반 토막이 되어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 업종이 전체적으로 빠지는 상황이라서 업종대표주 였던 그것이 상대적으로 더 빠지는 것이 당연하단다.  

 

어쩔 수 없이 또 기다려 보기로 했다.

50% 밖에 못 건지는 손절매는 6년간의 투자경험상으로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지리산, 주왕산, 일지암, 망상해변, 화순장터 … 온갖 추억을 함께 만들며 웃고 울던 그 녀석을 안 믿는다는 것은 오히려 죄악일 수도 있었다. 

어줍잖게 모으고 불리는 것만 알았지 위험관리는 소홀했던 삼척동자 터팬은 일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결단을 앞두고 있었다.                                                                  

  [다음 회 Last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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