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융기관이냐? 만물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작성자
이지연
등록일
2004/06/04
조회수
6030

“편리하게 핸드폰으로 거의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쪽에서 상담을 받아보세요..“

“네? 전 무통장입금하고 세금내러 왔는데요?”


요즘 왠만한 은행의 영업점을 방문하면 가장먼저 반기는건 청원경찰도 아니고 은행의 창구직원도 아니다.

바로 이동통신사의 판매사원들이 인사를하며 모바일뱅킹용 핸드폰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거래를 하는 은행인지 휴대폰을 판매하는 판매대리점인지 입구만 봐서는 구분이 안갈정도이니 은행간의 휴대폰판매에 대한 열기를 짐작할수 있으리라.


은행안으로 들어서니 더욱 가관이였다. 은행직원들은 하나같이 어깨띠를 두르고 의욕에 찬 모습으로 고객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었고 창구직원들도 예적금의 신규고객이나 대출고객들에게도 부수업무로 모바일뱅킹에 대한 안내와 함께 인터넷뱅킹 가입권유를 하고있다. 물론 정말 편리하게 몇 번만 누르면 송금이나 각종 조회가 가능하니 쓸만은 하리라.

 

하지만 고객들이 알아서 문의를 하고 입소문으로 편리성이 전해지는게 아니라 각 은행에서 너무나 경쟁적으로 모바일폰 판매에 열을 올리니 약간은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필자는 문득 "이사람들이 은행직원들이야 이통사 직원들이야"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또한 고객의 눈에 띄는 곳곳에 휴대폰을 보란 듯이 전시해 놓고 구매를 유도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쯤되면 내막을 모르는 고객들은 도대체 "여기가 은행인지 휴대폰대리점인지~?"

어리둥절해 질 수 밖에 없다.


1모,2방,3카,4펀....요즘 은행 영업점 직원들 사이에 이런 계명(?)이 유행하고 있다.

은행업무의 중요도 순서라고 한다. 무슨 투쟁 구호를 연상한다.


풀어 말하면 첫번째는 모바일 뱅킹권유,두번째는 방카슈랑스판매, 세 번째는 신용카드권유, 네 번째는 펀드 판매라는 얘기인데  아이러니컬하게 이 순위에서 전통적인 예금 및 대출 업무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 있다.  은행 직원들, 특히 지점장들이 꼽는 영업점의 중요업무는 대략 13가지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모바일뱅킹,방카슈랑스,신용카드,펀드,대출,환전,예금,인터넷뱅킹,복권 및 상품권 판매 등...


고객에게 판매 또는 권유해야하는 업무에 연체관리, CRM(주거래 고객 유도), CS(고객만족), 특히나 직원사고예방 등 판매와 관련 없는 4가지 업무가 추가되었고 다양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은행이 하나의 만물상이나 백화점화되는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적금의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3%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고객에게 권유하기 참으로 낯 간지럽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예금을 유치한다고 해도 남는 이익이 별로 없다.

 

자칫하면 잉여자금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본점에 찍히기 십상일 것이다.


영업점 평가기준이 외형보다는 수익 위주로 바뀌게 되면서 팔자마자 상당한 수수료를 챙기는 방카슈랑스나 펀드판매가 주요 업무로 떠오른 것이다.


예전의 순수한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와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주수입원이었던 시절에는 그져 친절하고 고객에게 인기있는 은행원이 최고였던 시절이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원이 단순한 금융기관 종사자가 아니라 한명의 salesman으로서 거듭나고 있는것이다. 예적금의 가입과 대출상품의 판매보다는 이러한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쪽이 훨씬 리스크는 적고 수익성은 높으니 대출처럼 사후관리가 필요하지도 않고 말이다. 워낙 저금리니 은행상품을 권할 상황이 못 되어 이해는 하지만, 제2금융권상품 판매를 부채질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바일 뱅킹은 은행들이 전략적 차원에서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래형 채널을 선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한건 알지만 지점별 직원별로 모바일뱅킹 목표를 할당한 은행들도 대부분이다. 덕분에 모바일뱅킹 가입자는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100만명을 넘었다나 말았다나? ^^;; 


은행은 이제 금융백화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진 않은 듯 싶다.  모바일뱅킹은 반드시 전용휴대폰을 구입해야한다.  따라서 은행직원들의 모바일뱅킹 가입하세요는 곧 휴대폰사세요 로 들리는 듯 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그냥 모바일폰, 금융거래용 핸드폰으로 전환시켜 사용하면 훨씬 편리하게 가입하고 부담감이나 거부감도 없을텐데..


은행업무 변화가 빚어낸 새로운 풍속도인 듯 하지만 좀 씁쓸하기도 하다.  

반사이익으로  상호저축은행이 바빠졌다고한다. 

지난 19일 H상호저축은행이 이수역지점 오픈기념으로 연 6.0%로 한시적으로 판매를 했는데 하루에 백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사흘만에 310억원의 수신고를  올렸다고 한다....

시중 부동자금이 200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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