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후대비와 퇴직연금

작성자
강창희
등록일
2006/10/30
조회수
12213

한국과 일본에서 실시한 노후대비 관련 앙케이트 조사 결과가 있다. 60세 이상의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노후생활비를 어떻게 조달 할 것인가」에 대한 조사이다.

이 질문에 대해 한국의 응답자들에게서는 「자녀?친척 등의 도움을 받겠다」는 대답이 40.3%로 가장 많이 나왔고 본인?배우자의 근로 및 사업소득(38.6%), 본인?배우자의 재산소득(10.7%), 본인?배우자의 연금(6.5%), 정부?사회단체의 도움(3.8%) 등이 뒤를 이었다(2002년 사회통계조사 보고서).

 

반면 일본의 응답자들에게서는 「공적연금에 의존하겠다」는 대답이 43%로 가장 많이 나왔고, 근로?사업소득(23%), 기업?개인연금 및 보험(11%), 저축자금인출(11%), 부동산 수입(4%), 자녀?친척 등의 도움(4%), 이자?배당 소득(1%)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경우 자녀의 도움을 받겠다는 대답이 가장 많은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를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렇게 대답을 한 비율이 4%에 지나지 않고, 미국에서라면 거의 이런 대답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40~50대를 대상으로 이런 조사를 한다면 자녀의 도움을 받겠다는 대답이 크게 줄기는 하겠지만 내심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주위에서 모든 경제력을 자녀교육비에 쏟아 넣고 있는 중년세대들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말로는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내심은 자식교육만 시켜 놓으면 무슨 수가 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조사에서 두번째로 많이 나온 대답은 노후에도 일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대답인데 이 또한 현실적인 대답인지 의문이 간다. 우선 노년층이 일할만한 자리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일자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자리가 대부분일텐데 과연 한국의 노년층들이, 선진국의 노년층들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모든 체면을 버리고 그런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인이 생각하고 있는 노후대비는 대부분 현실성도 없고 구체성도 결여된 막연한 노후대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의 앙케이트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런 것처럼, 공적?사적 연금에 의존하겠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한국에서의 연금에 의존하겠다는 비율 6.5%와는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일본의 직장인들은 연금에 매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공적연금(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에 대한 관심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퇴직연금에 대해서까지도 크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확정기여형 연금제도의 도입이 계기가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필자는 퇴직연금시장 조사차 일본에 출장을 가서 여러 번 회사를 옮긴 경험이 있는 일본인 친구를 만난 일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가 하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자기는 퇴직연금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며 후회를 하는 것이었다. 그가 옮겨 다닌 회사는 대부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회사였는데도 이 친구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써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자산을 재취업하는 회사로 옮겨갈 수 있었는데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2001년 11월부터는 일본에도 투자상품의 성격을 가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때 그의 동료들 중의 일부는 퇴직연금을 확정기여형 쪽으로 전환시켜 최근의 주가 상승과 함께 연금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노후생활비의 상당부분을 퇴직연금에 의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의 이런 사례는 앞으로 한국의 직장인들 가운데서 많이 나타날 것이다. 연금제도는 확정급여형으로 할 것인지, 확정기여형으로 할 것인지, 확정기여형일 경우에는 어떤 연금상품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회사를 옮길 경우에는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것인지 개인퇴직계좌를 통해 은퇴시점까지 계속 적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 그때 어떤 결정을 했느냐에 따라 노후의 생활수준은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직장인이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