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바뀌었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여전히 재무 컨설팅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일정 정도는 스스로 깨기 힘든 고정관념 때문이다.
한 세대 전 필자는 작은 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서울 같은 대도시와 달랐는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통계청의 데이터와 학자들의 통시적인 관찰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오늘날 동네마다 신경정신과 의원이 몇 군데씩 눈에 띄는 현상이 놀랍다.
어린 시절 필자가 정신병원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드라마를 통해 형성되었다. 감옥 같은 흑백의 공간, 울부짖는 환자, 바깥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는 누군가. “정신병원에 갔다”는 말은 바로 ‘미친 ㄴ’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우울증은 감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듣고 자란다. 신경정신과적 질환이므로 치료를 해야 하고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자기애, 강박, 분열 같은 이상심리 현상에 대한 개념들도 쉽게 들을 수 있다.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끔 부모-자식 간의 분란이 일어난다고 한다. 학생은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데, 학부모가 “우리 애를 미친 ㄴ 취급한다”며 거부한다. 비단 심리상담 분야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동년배라도 서로 인식이 다를 수 있다.
불과 한 세대만의 이러한 변화는 어쩌면 당연하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신체의 질병에 대처하기에도 의료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까지 사회적 자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 누구나 부닥치는 재무적 문제에 대한 대처 또한 이제는 단지 개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아도 되는 시대다. 재무컨설팅을 하는 민간 회사들이 많이 생겨났고, 구청 같은 데서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상담도 진행 중이다. 최근 서울시는 인생이모작설계를 지원하는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 공적인 영역에서 담당하는 부분이 더 커질 것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재무적 문제에 대해 컨설팅을 받으면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도 보탬이 된다.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돈 문제와 관련하여 어려움이 있거나 현 상황을 개선하고 싶으면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좋다.
타인의 도움 받기를 어려워하는 인식은 내적인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심리와 연결된다. 서양 격언처럼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고정관념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에서 지속적인 캠페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일에 에너지를 아끼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다. 믿을수 있는 타인, 제대로 된 전문가는 우리 삶에 큰 힘이 된다. 재무 분야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