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우리시대 문맹, 재맹(財盲)들을 위한 칼럼 “큰 병 나오면 어떡해?”

작성자
권영태
등록일
2013/02/01
조회수
16281

80년대 초중반, 부모님이 지금의 필자보다도 훨씬 젊은 시절의 일이다. 어른들은 가끔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몸이 영 안 좋기는 한데 병원에는 안 가겠다.” 왜냐는 물음에는 “큰 병이 발견될까 봐!”라고 대답하시곤 했다. 어린 마음에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작년에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인 만40세가 되면서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을 받았다. 그 때 어른들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국가가 나서서 나랏돈(엄밀히 말하면 내 돈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으로 개인들에게 건강진단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만66세가 되면 또 대상자가 된다.

 

재무컨설팅을 받아보라고 하면 가끔 이런 답이 돌아온다. “가진 게 빚 밖에 없어 받을 필요 없다.” 한 세대 전 어른들의 말씀과 비슷하다. “문제가 있을까 ... 안 하겠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는 분명 문제가 존재한다. 부채를 해결하고 향후 살아가면서 필요한 목돈 마련 방안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주관적으로 문제를 문제로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은 거부한다. 귀찮아서이든, 걱정이 되어서이든, 결국은 같은 얘기다.

 

반복해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개인의 재무 문제에도 국가가 적절한 선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처럼 40, 66세에 나랏돈으로 재무컨설팅을 의무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인생설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나랏돈으로 받는 컨설팅은 평생에 총 3회 정도가 적당하다. 초중등 시절에는 교과과정 또는 과외활동으로 일정정도의 재무 관련 교육을 받도록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이상이 느껴질 때 바로 병원에 가지 않은 어른들은 병을 키워 나중에 더 큰 고생을 했다.

건강진단을 미리 받으면, 나중에 가래로 막을 일을 지금 호미로 막을 수 있다. 재무적 진단도 마찬가지다. 지금 어려움이 있다면 해결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아무런 어려움이 없더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듣게 된다. 어느 쪽이든 손해 볼 것은 없다.

건강진단도 그렇지만 재무컨설팅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일수록 더 절실하다. 돈에 여유가 있는 분들은 웬만한 어려움이 생겨도 현재 가진 것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반대다.

아직까지 민간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는 재무설계 분야를 국가가 나서서 공적으로 분담하기까지는 긴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재무적 솔루션에 대한 모색은 그 동안 정치권에서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지도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야 겨우 가계 부채의 해결이 부각되어 첫발을 떼었다. 따라서 아직은 개인들이 인식 전환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민간 회사들의 서비스라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kimdaegand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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