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늦가을 저녁 무렵.
여행을 좋아하던 터팬은 그날도 대책없이 삘을 받아 실랑이하던 法典을 팽개친 채 꼬질이배낭과 침낭을 둘러맨 채 가까운 수원 역으로 향했다. 예전처럼 그날도 목적지를 정함이 없이 가장 빨리 도착할 열차표를 끊어 올라탄 것이 포항행 무궁화호 막차였다.
출퇴근 버스나 전철도 그렇듯 이런 기차여행도 동석을 하게 될 사람이 기왕이면 어여쁜 처자이길 바라는 충만한 기대감이 결코 모자람 없던 25세의 ‘껄떡청춘’ 이었기에 정거장마다 탑승하던 여자승객을 향한 음흉한 눈길을 떼지 못하던 차에, 대전 역에 이르자 후줄근한 노가다 패션에 비누와는 웬수를 졌는지 어두컴컴한 피부색을 한 40代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더니, 터팬 옆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에혀~ 내 팔자에 무신 어여쁜 처자씩이나…!”
김빠진 표정으로 어둔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게다가 ‘비쥬얼이 딸리니깐 세척이라도 잘하자’며 나름대로 깨끗하게 씻고살던 터팬에게는 평생 체험해 볼 수 없었던 그 분만의 독특한(?) 냄새마저 바로 옆에서 고스란히 맡아야만 했던 것을 악운이라며 속으로만 궁시렁 댔다. 그래도 남은 여행을 보람 있게 할 일종의 액땜일 것이라고 애써 자위도 하며 오로지 입으로만 숨을 쉬면서 의연한 척 독서나 하기로 했다.
이 분이 오늘날 터팬Story에 소개될 정도로 내 인생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으니… 한눈에 감잡지 못 했던 것이 차라리 당연했으리라.
그 아저씨는 당신이 내뿜는 가공할 만한 향기를 알고는 계셨던 듯…젊잖고 조심스러운 톤으로 말을 건네신다.
아저씨 : 학생!! 냄새가 좀 나더라도 참아줘요.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어.
터팬 : (억지로 씨~익 웃으며) 아휴~ 괜찮구먼유~~ 콧구멍 없어도 숨쉴 수 있게 해준 조물주에게 감사할 따름이쥬~~.
아저씨 : 허걱 !! 그 친구 넉살도 좋구만. 보고 있던 책은 뭐죠?
터팬 :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지요. 올 초에 나온 건데…어쩌구…저쩌구…떠벌떠벌…
아저씨 : 오호라~ 나도 읽었었지요^^ 빡빡머리 ‘스티븐 코비’ 가 지은 꽤 볼만한 ‘인생지침서’ 라고 생각해요.
의외였다.
평생 책 한권, 아니 신문 한 장 볼 것 같지 않은 외모에다가 씻지도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던 양반이 언제 이런 쉽지 않은 책을 읽었을까?
(그 이후로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못된 선입견은 확실히 떨쳤다. 부작용도 생겼으니 그 이후로 터팬도 외모에 더더욱 신경을 안 쓰게 되었다는 점… ^^;; )
일단 그렇게 서로의 말문이 트이자 악취가 나건 말건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이런 저런 소견도 나누게 되었고, 그 어른의 기가 막힌 인생역정도 듣게 되었다.
그 어른의 이름과 나이는 지금도 모른다.
名門世家 의 맏아들이라는 점.
서너 살 때 가세가 기울어서 오랜동안 꽤 고생했지만 검정고시로 대학도 나오고 잘나가는 직장에서 유학까지도 댕겨온 그 바닥의 풍운아였단다. 마흔을 넘기고 뜻한 바가 있어서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다가 동업하던 친구의 배신으로 세간살림마저 온통 말아먹게 되자, 자살까지도 시도했단다.
무진장 방황도 하시다가 막노동도 하시고, 전철에서 보따리 장사. 영어테이프 팔러 대학가를 종횡무진하기도 하셨다는 둥…
그렇게 몇 년간 권토중래(捲土重來) 하던 중 다시 시작한 건축자재 도매업이 어려워져 전전긍긍 하는 중이란다. 마치 人間時代 의 주인공 같다.
포항에 다다를 때까지의 서너 시간 동안 그 분을 졸라서 친구, 직장, 돈의 의미에 대해 심오한 내공을 전수 받았다.
그 어른의 말씀 중 터팬에게 가장 영향을 끼쳤던 친구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면,
‘좋은 친구는 쉽게 얻으려 하지 말라’ 는 것이다.
스스로가 좋은 친구가 되고자 먼저 희생하지도 솔직하지도 않은 채 진정한 친구를 얻고자 한다면 그건 바로 도둑놈의 심보란다. ^^;;;
異性한테 작업하는 노력의 절반만 투자하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나??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터팬은 과연 좋은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
아니 과연 그런 친구가 있기나 하던가? 몇 번이나 곱씹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당신은 각계각층의 요직을 차지하는 인물들도 호형호제하며서 친하게 지내고, 수백 억대의 알부자 친구도 많아서 보무도 당당하게 살아왔지만, 결국 알고보니 조금 편한 거래처였거나 언젠가 서로 써먹기위한 보험상품(?)이었을 뿐이라고 탄식을 하신다.
그러시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들고 싶거든 다음과 같이 경계할 점을 말씀해주셨다.
첫째. 음주가무로 친하게 된 친구는 음주가무 하다가 깨진다. 건전한 취미로 친해졌거나 같은 일로 고생고생 하다가 맺어진 우정이 깨진 것을 본 적이 없다.
둘째. 돈 문제로 자주 티 내는 친구도 결국 돈 때문에 깨진다. 도와주고 싶거든 조건 없이 던져주고 영원히 잊어라
셋째. 자주 만나고 연락은 하더라도 부탁이 잦은 친구 또한 아이스크림 우정일 뿐이다. 오히려 그냥 생각나서 연락해 본거라던 그 친구야말로 네가 어려워져서 홀로 될 때 찾아와줄 유일한 친구다.
넷째. 잘 나갈 때만 곁에 있는 친구는 ‘우정’이라는 옷만 걸친 거래처일 뿐이다. 진짜 우정은 조용히 뒤에서 웃음지어주는 벗일지니 그런 친구가 어디 있는지 꼭 찾아보라.
다섯째. 부모와 처자식보다도 친구가 더 좋다고 한다면 당장 절교해라. 인생의 우선순위를 모르는 사람은 친구의 소중함도 모른다.
터팬은 당시에 매일 일기를 썼기에 그 어른의 말씀을 다 기억한다.
언제 어디에서 누굴 만나고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도 금방 추억해 낼 수있다.
앗~!! 또 있다.
당시의 터팬은 한창 돈독이 올라있던 차라, 거리낌없이 고시원 석유를 자취방으로 공간이동(?)하던 때였으므로 심각하게 돈에 대한 가르침도 하사 받았다.
바로 지난 회의 터팬Story 중 ‘잘 벌고 잘 쓰자’ 라는 내용의 상당 부분이 그 분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다.
그 어른 말씀인 즉 "쉽게 온 놈은 쉽게 떠난다."
곧 우리가 크게 노력하지 않고 쉽게 빨리 얻은 것은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역시 쉽고 빨리 잃어 버릴 수가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함부로 쓰지 않고 저축을 한다든지 해서 모으지만, 노력하지 않고 쉽게 번 돈은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마구 쓰게 되어 금방 돈을 다 써 버리게 된다.
소위 ‘돈지랄’을 하는 것이지.
그래서 친구와 가족, 직장 등 에서의 완벽한 하모니가 기반하지 아니한 채, 로또나 부동산, 주식에서 대박을 맞은 절대다수가 결국 자식농사를 망치거나 뒤통수를 얻어맞는 둥 패가망신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 한다는 것이다.
그 어른과의 인연은 불과 네 시간도 채 안되지만, 그 여행 길에서 아니 내 인생에서 얻은 최상급 수확이었다. 그 분도 전수하신 가르침을 잘 수행하는 터팬을 보신다면 보람을 느끼시리라 믿는다. ^^;;
터팬은 재테크 포탈Site인 모네타에서 재테크 기획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매달 20일마다 받는 월급날이 아니라, 여기저기 떠들어대는 남들 돈번다는 소식으로 인해 여태 소박하나마 성실하게 저축해왔던 재테크 방식에 대해 갖던 피해의식과 회의감을 터팬의 글이나 모네타의 정보로 인해 일거에 떨쳐버리고 오히려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는 회원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이다.
몇 년 전부터 베일 속의 인물로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세이노’ 라는 분이 지독히 뿌리박혀있던 백성들의 가난뱅이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하고 심지어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기요사키’ 마저 당당하게 꾸짖기도 하면서 나약했던 수많은 이 땅의 초짜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터팬의 동호회 [초짜 내공수련장]에서도 Sayno 선생의 글을 소개해 올렸는데, 이것을 본 사람 모두가 경악과 반성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그 어른이 바로 세이노 선생의 分身이 아니었을까? 라는 발칙한 착각도 해본다. 아닌들 어떠하리?
포항에 도착해서 大스승을 배웅하듯 머리가 땅에 닿도록 깊은 인사를 드리고 난 후, 3일간의 여행을 마치기까지 그 어른과의 대화가 온통 뇌리를 휘감았다.
세상에 그 어느 누가 나의 스승 아닌 사람이 있으랴 만은, 만약 그분의 악취와 외모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고개 돌려 외면했더라면 그 소중한 인연을 그냥 스쳐 흘리는 불운아가 되었을지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전율마저 느껴진다.
그 인연을 떠올려보니 돈을 아끼고 모아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겠다는 일련의 계획&실천들이 과연 친구, 직장, 가족, 건강 등과는 별 상관없는 별도의 영역인지 다시금 되짚어 보게 된다.
이것들이 함께 하모니를 이루어 ‘진정한 성공’ 을 이루려면 앞으로의 로드맵은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대폭 수정을 해야할런지 한참 고민하게 되는 오늘이다.
여러분들이 그리셨던 로드맵은 어떠하신지??
없으시다면 앞으로 어떻게 그려보실 것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