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사에 핵심은 전자 개발 인력일 것이다. 건설회사의 핵심은 물론 건축기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만이 핵심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조모氏는 취업과 관련하여 참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한때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이었지만, IMF환란을 전후하여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고, 건설산업이 뿌리 채 흔들리자, 그의 커리어에는 먹구름만이 드리워졌다. 그는 해외 근무를 하고 싶어, 다른 전공자들과 달리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왔다. 하지만 결국 그는 어느 건설회사에도 취직을 하지 못했고, 일반 회사에 사무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회사생활을 하던 중 대기업 공채에 합격한 그는 일반 제조업 회사에 사무직으로 다시 입사를 하게 되었다.
공대 인력은 보통 연구인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마련이지만, 그는 경영지원 스?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그는 본사 경영지원 중에서도 공장과 건물 등을 관리하는 부서에 배치를 받았다. 대학교 때부터 해외근무를 꿈꿔 왔기 때문에 해외 영업부 쪽의 배치를 희망했지만, 회사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번번히 하고 싶은 일을 접었다.
하지만 그는 늘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고, 자신이 하는 분야의 공부도 꾸준히 했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그에게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국내 내수와 수출에 의존하던 그 회사가 해외 진출을 본격화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세계 각지에 공격적으로 공장과 본사를 짓기 시작
했다.
외국에서 하는 일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을 하는 부서가 하루 아침에 해외 진출의 전진기지가 되어버렸다. 거의 매해 몇 명씩 건축현장 관리감독을 위하여 해외에 파견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부서에 있는 사람들은 지방 순회근무라면 모를까, 해외 파견은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에서 조씨의 건축전공과 영어 실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영어와 외국 생활에 자신이 없는 선배들은 매번 조씨를 해외파견에 추천을 했다. 하지만 인사팀에서는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간부를 파견하였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는다. 그에게 분명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이든, 건물이든 지으면 당연히 유지보수가 이루어져야 하며, 해외인력을 채용하더라도, 본사에서 관리는 필수이기 때문에, 그에게 해외 파견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더 이상 건설회사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건축학을 전공했으면 건설회사에 있어야 핵심이 될 수 있고, 다른 회사에 있으면 그저 지원사격만 하는 변두리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하는 일에서 자신이 훨씬 경쟁력이 있음을 안다. 건설회사에서 그는 그와 비슷한 수준의 수많은 인력 중 하나이다. 따라서 거기서 살아남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회사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회사에 몇 명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경쟁이 작다. 오히려 이 회사에서 그의 경쟁력은 더 높다. 그는 이제 회사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자연스럽게 본다. 그리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임원의 꿈을 꾼다.
몇 년 전부터 ‘핵심인력’ 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면서 내가 핵심인가? 아닌가? 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그런 고민을 했다. 전자 회사에 경영지원 인력이 핵심인가? 에 대한 대답은 명백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개발인력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 중심의 회사들이 강세이다. 이런 회사들의 경우는 대부분 이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수많은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엄청난 인건비를 지출한다. 하지만, 그들은 말한다. 엄청나게 채용한 인력들만큼 엄청나게 물갈이 되어 나가는 인력이 있게 마련이라고...
그들은 회사의 핵심에 있지만, 그곳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이 한가지 종목에서 수많은 경쟁자와 경기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다 갖추지 못하면 사라질 수 밖에 없기에, 그들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지원 인력은 거의 뽑지를 않는다. 따라서 물갈이가 다이내믹하게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들어오기가 어려운 만큼 자신의 영역도 고유해지기 쉽다.
모두 다른 종목에서 소수의 경쟁자들과 경기를 한다. 물론 인기종목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금, 은, 동메달이 다 나온다. 그리고 인기종목이 아니더라도 그 종목을 없앨 수는 없다.
회사가 돌아가려면, 기술 개발자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을 관리하는 사람도,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도, 정책과 언론을 관리하는 사람도,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도 모두 필요하다. 기술 중심 회사에서 기술 개발자보다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이 절대로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할 때는 일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그 일에서 내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느냐인 것 같다. 그곳에서 가장 고유한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 세상이 점점 복잡해 지면서 동일한 캐릭터를 가지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핵심은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핵심이 아닌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것을 핵심으로 못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왕십리에 있는 유명한 괴깃집 [대도식당]이 유명해 진 것은 그 집에서 신발을 정리하는 아저씨 때문이라고 한다.
손님이 수십 명, 백 명이 넘어도 그들의 신발을 모두 기억하고, 그들이 화장실을 갈 타임에는 슬리퍼를, 식사를 마쳤을 때에는 구두를 내놓는 것이 신기하여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가 뭐라 해도, 신발 정리하는 아저씨는 그 식당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