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월급쟁이의 세상이라면, 밤은 자영업자의 세상일 것이다.
밤이 되면 태양 광선이 홍채를 통해 들어가면서 성 흐르몬 분비를 억압하던 구조가 어둠의 이름으로 차단되며, 인간은 또 다른 변신을 한다. 바로 이러한 밤의 변신을 이용한 자영업의 다양한 형태가 네온사인과 함께 밝혀지며, 사람들에게 밤의 문화에 동참하는 대신 그 대가로 월급쟁이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그렇다면 바로 밤이 주는 다양한 세계로 한번 가보자.
① 대중적인 밤문화의 시발점이 된 「심야극장」
국내에서 심야영화가 시작된 것은 82년. 「통금」이 해제된 이후다. 최초의 심야영화는 80년대 대표작 「애마부인」이었다. 그러다 88년 올림픽개최 시점에서 벌어진 「범죄와의 전쟁」에서 청소년 탈선 예방차원에서 심야극장이 폐지되고 만다. 이후 우리나라의 밤은 12시만 넘으면 죽음의 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하여 월드컵 경 기를 대형화면으로 보여주는 「특수」수요와 어우러져 심야영화가 다시 활성화된다.
시발은 「킹덤」이었다. 워낙 긴 영화라 낮시간대로는 2회상영 밖에 안돼 고민하던 끝에 착 안한 것이 심야상영.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연일매진이라는 「기 현상」이 나타났다. 심야족들이 얼마나 심야문화에 목말라했던가를 보여준 것이다.
사실 좀 더 넓게 본다면, 밤이면 극장에서 꼭 상영되지 않아도 실감나는 영화가 길거리에서 매일 시시각각으로 상영된다.
밤이 되면 사랑과 미움 그리고 이별, 눈물... 등이 길거리 공중 전파를 타고 거리 영화로 상영되는 게 아닐까?
② 낮에는 문 닫고 밤에 진짜 장사하는 동대문시장
동대문평화시장에 낮에 가본 일이 있다면, 상가의 적지 않은 수가 다들 문을 닫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평화시장 같은 경우 공식적인 영업시간 안내문구를 보면, 『개점시간 : pm 10 : 00, 폐점시간 : pm 06 : 00』로 나와있다.
바로 밤에 본격적으로 태어나는 동대문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동대문하면 대개 두타나, 밀리오레를 생각하는데 사실 사실상 도매로 물건을 가져가거나, 연예인들이나 코디네이터들이 이용하는 동대문의 알짜베기는 제일평화나 그 뒤쪽 시장들이다.
껌을 씹으면서, “언니 이거 얼마야~ 얼마에 줄래~” 하면 도매하시는 사람인줄알고 알아서 싸게 주는 동대문의 밤 모습 속에서 돈의 흐름이 조금이라도 엿보이지 않을까?
③ 싱싱한 젊음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강남역의 밤거리 속에서
추운 겨울에는 코엑스로 분산되나, 아직까지는 강남에서 가장 싱싱한 젊음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강남역이다.
밤이 되면 강남대로에 바로 인접한 강남역 거리는 도로쪽에 노점상들이 기다랗게 진을 치면서,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무리로 좁아진 거리를 좁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노점상이 싫지 않은 것은 바로 좁은 거리에 많은 젊은 인파를 바로 옆에 스칠 듯 말 듯 헤집고 걸어가는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을 데리고 최근 강남역의 주말거리를 자주 걸어다녔던 필자는 강남역 주변의 돈 흐름 중 다음과 같은 면을 주목하고 싶다.
첫째는 테크아웃(Take-Out) 전문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점포의 일정부분을 테크아웃(Take-Out) 형태로 겸비한 점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강남역 주변의 가장 큰 매력인 싱싱한 젊음은 길거리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길거리에서 스스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자기를 더 노출하느냐가 강남역 주변 영업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두번째는 강남역 밤거리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바로 싱싱한 젊음인 만큼,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지향하는 곳이 인상에 더 남는다는 점이다.
강남역 지하상가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잡으면서도 사람들을 끄는 3300원 화장품샵이나, 1년 내내 점포정리라는 플래카드를 버젓이 걸고 영업하는 CD /속옷/신발샵 등이 고급매장을 지향하는 다른 샵보다 실질적으로 더 현명한지 모른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차도 주차하기 싶지 않은 강남역 상권에서 주로 대중교통을 통해 찾아오는 길거리의 젊음을 상대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은 철저한 박리다매(薄利多賣)인 듯하다.
어떤 점에서는 강남역의 밤거리에서 싱싱한 돈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영업컨셉을「길거리化」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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