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홍길동이 된 건설업체

작성자
안명숙
등록일
2004/11/12
조회수
5111

홍길동전의 가장 유명하고 의미심장한 구절은 홍길동이 아버지앞에서 “아버지의 서출로 태어나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하지 못하거늘, 어찌 이곳에 머무르고 싶겠냐”며 당시 사회의 그릇된 가족제도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은 당시의 신분제도에 의해 철저하게 차별된 서자들의 모델인 셈이다. 결국 아버지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호부호형을 허락, 당시 폐쇄된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를 정곡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요즘 건설업체를 보면서 호부호형을 못하는 홍길동을 연상하게 된다.  침체된 주택시장과 위축된 수요자들로 인해 미분양에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미분양을 미분양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   미분양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해당 아파트에 대한 평가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분양권 전매도 안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은 한번 청약하면 입주때까지 보유해야 하고 2~3년후의 입주시점에도 금융비용 이상 올라주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나름대로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아파트를 고르고 또 고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분양 아파트는 실제 기대가치와는 무관하게 ‘뭐가 안좋아도 안좋은 곳’으로 낙인찍혀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1월초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D건설사는 은행에 아파트 청약을 대행하는 관행을 깨고 견본주택에서 직접 청약접수를 받는다. 가까운 은행에서 간편하게 청약하면 건설사나 수요자 모두 편한 일이지만 직접 청약을 받는 수고를 자청하고 나선 이유는 왜일까?  

 

은행을 통해 청약신청을 받게 되면 금융결제원을 통해 청약결과가 한치의 오차없이 공개된다. 만약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기 신청한 분양자의 계약도 장담하기 어렵고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아파트 청약때는 경쟁률이 높아도 계약률은 형편없는 현장도 있고 청약당시에는 저조했지만 오히려 계약률은 높은 곳도 있다. 어느 쪽이나 한번에 초기계약률 100%를 채우고 가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모든 사업이 대부분 미분양을 안고 가기 마련이다.

 

실정이 이렇다면 미분양을 드러내는 것이 치부가 아니어야 하는데, 여전히 수요자는 미분양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건설업체 역시 미분양을 미분양이라 공개적으로 팔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미분양아파트는 건설업체들이 공개적으로 팔지 못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장기회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어 건설업체의 경영난 악화를 부추기는 격이 되지만 건설업체도 미분양을 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득보다 실이 많다고 여기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실제 계약된 호수에 꽃을 붙여 팔린 곳과 아직 남아있는 곳을 수요자들이 확인하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쩌면 몇백세대에서 많게는 몇천세대의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하면서 신문에 공고 내고 계약까지 불과 한달도 채안되는 기간에 다 팔아치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동안 양호한 환경에서 사업을 해온 건설업체의 허약한 체질 문제도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자성을 요구하면서도 그 책임을 건설업체만의 문제로 돌릴 수 없는 것은 그동안의 토양이 과연 건설업체들이 탄탄하게 준비하고 사업을 펼 칠 수 있도록 제공되었는지에 대한 책임을 건설업체에게만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원칙하게 자주 바뀌는 정책, 부실하기 짝이 없는 금융환경속에서 건설업체들은 장기적 투자를 하기엔 너무 버거운 일이 아닐까 싶다.

 

최근 분양 물량이 속출하면서 분양대금의 절반을 입주 2년뒤 납부토록 하거나 프리미엄을 보장하는 등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을 털어내는 건설업체의 안간힘이 수요자을 현혹하기 위한 빚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진심으로 수요자와 시장 상황을 고려한 분양가 정책이 선행되길 바란다.

미분양(未分讓)이라는 용어가 거슬린다면 ‘지금 계약할 수 있는 아파트’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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