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부자 유전자는 ‘경험과 환경’이다. 부자들은 직간접적으로 남다른 경험과 환경의 영행을 받아 돈을 다루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됐다. 이 부분은 투자 DNA가 부족한 사람일지라도 후천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스스로의 노력과 훈련을 통해서 이를 발달시켜야 할 것이다.
#피터 린치가 내 집 마련을 강조한 이유
바둑 해설을 보면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자기 집을 만들어둔 다음에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는 뜻으로, 주로 대마를 잡으러 갈 때 거점을 먼저 마련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바둑에서는 살기 위해 집을 만들어야 한다.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살벌한 분위기다. 투자의 세계는 돈을 놓고 벌이는 생사의 격투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잃는 것은 생활의 기반을 잃는 것이다. 패배할 경우 경제적 사망이라는 극단적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바둑에서 살기 위해 집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집은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최우선의 투자처다.
피터 린치도 투자 실패로 삶이 몰락하는 것을 우려하여 투자자에게 반드시 집을 마련한 다음 주식투자에 나서라고 충고했다. 그가 생각하는 집은 물질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지대다. 집 없는 사람의 투자는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과 다를 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집 없는 사람이 투자할 때 실패하기 쉬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실질 투자수익률의 문제고 또 하나는 심리적인 문제다. 우선 주가상승률이 부동산 가격 상승률보다 수치상으로 월등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집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가격이 오르지만 주식은 그렇지 않다.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고 몇 번씩 폭락장을 경험하다 보면 주가지수가 수십 배 올라도 원금을 유지하기 힘들다.
집값이 요동을 치면 무주택자의 생활은 매우 불안정해진다. 평정되지 않은 마음으로 투자하는 것은 돈을 날려버리겠다는 의미와 같다. 집값이 뛰는 것과 비교해 투자수익률이 쫓아가지 못하면 집 없는 투자자들은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려 무리한다. 빠른 승부를 원하는 사람일수록 재기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무조건 집부터 구입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남은 돈으로 투자하면 몇 년 후에 집을 또 한 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더 크게 불리겠다는 욕심으로 당장 집 살 돈으로 주식투자를 한다면 몇 년 후에는 집 한 채 없이 빈털털이가 될 수 있다.
#투자세계의 가족력
학계에서는 사람의 특수한 자질도 혈통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명석한 두뇌를 지닌 석학들,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 뛰어난 기량을 가진 스포츠 스타, 유능한 CEO 등 부모의 대를 이어 활약하는 사람들은 그 방면의 혈통을 그대로 물려받은 경우가 많다. 유전인자가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의 기회는 다를 수밖에 없다.
30~40대로 구성된 2세 경영인들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 유학을 다녀와서 부모가 창업한 기업을 경영하는 전형적인 대물림 기업인들이었다. 나의 선입견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부모 잘 만나 어려운 것 없이 자란,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그들을 만나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그들에게서 어린 나이에도 남다른 생각과 행동이 엿보였다. 큰 그림을 구상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탁월했다.
사람의 여러 가지 능력 가운데 주식투자 능력도 역시 상당 부분 선천적으로 대물림된다. 그리고 후천적으로 다듬어진다. 워렌 버핏의 아버지는 월가에서 유명한 주식중개인을 지낸 하원의원이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어머니는 돈에 관한 독특한 철학으로 오늘날의 박현주 회장을 만들었다. 증권 예술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아버지는 주류상이자 국회의원이었고, 피터 린치의 아버지는 수학교수, 조지 소로스의 아버지는 헝가리의 유명한 변호사, 존 템플턴의 아버지는 대농장주였다. 이렇듯 투자 대가들은 그들의 부모도 대부분 돈에 관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만약에 부모가 많은 재산이 있었는데 1970년대 건설주 파동에 다 날렸다거나, 1980년대 후반 깡통계좌 정리 사태 때 한 푼도 못 건졌다면 투자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로 올라가는 동안 주식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집안도 주식투자는 멀리 하는 게 좋다. 의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가족력은 투자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다.
#전업투자자의 위험한 생각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월급이 무의미해진다. 투자에 성공하고 자신감이 붙는 순간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직장에 시간을 뺏길 때마다 몇 푼 받는 월급 때문에 투자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업투자자나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주식시장에 시간을 많이 쏟으면 쏟을수록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 대가들은 오히려 주식을 멀리하면 할수록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피터 린치는 주식투자를 취미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르게 생각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정작 필요한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코스톨라니의 생각이다. 그 자신만의 투자원칙과 판단력이 있다면 산책을 하면서, 버스 안에서, 식사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하는 것으로도 투자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피터 린치의 주장은 더욱 강하다. 그는 아예 전문가의 말을 듣지 말라고 했다. 보통사람이라도 두뇌의 3퍼센트만 사용하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활동시간의 3퍼센트만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 약 30분만 주식투자에 신경 써도 얼마든지 직접투자할 수 있다. 자기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잠깐 쉬는 시간에, 아니면 일과 후 시세만 훑어봐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간혹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 중에도 거듭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15세 때 일식집 주방 보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주식으로 수백억을 번 슈퍼개미 박성득 씨, 일성신약 소액주주운동을 벌였던 표형식 씨 등이 대표적인데, 모두 시세와 관계없이 장기투자와 가치투자를 제일주의로 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업투자자이지만 시세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투자 대가들이 왜 시세를 멀리 하는지 고민해보고 그들의 철학을 몸소 실천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