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땅도 수입해올 수 있는 시대

작성자
강창희
등록일
2005/05/18
조회수
6652

18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전국의 땅값이 계속 상승을 하고 있었다. 영국은 섬나라이다. 바다를 메워서 약간 땅을 넓힐 수는 있지만 땅 자체를 해외에서 사올 수는 없다. 땅은 수입해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 이것이 땅값이 장기 상승을 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오르던 땅값이 어느 날 영국 정부가 내린 조치 하나로 급락세로 돌아선다. 그 조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쓰는 세무조사도 아니고 자금출처조사도 아니었다. 바로 유럽대륙으로부터 밀수입을 자유화하는 조치였다. 영국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영국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 밖에 먹을 수 없을 때에는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을 하여 밀 값이 오르게 되면 밀 생산을 하는 영국의 땅값도 따라서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밀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해외에서 국내가격의 절반 또는 1/3 가격으로 밀을 수입해온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땅을 싼값이 수입해오는 것과 똑 같은 효과가 있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영국의 땅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시기에 들어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한 땅은 약 9만㎦의 좁은 면적이다. 휴전선이 가로막혀있고 삼면이 바다이다. 과거 60년 동안 우리나라는 섬나라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런데다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의 농산물을 마음대로 수입해올 수 없었고 국내기업이 마음대로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해외 농산물을 국내가격의 절반 가격 또는 1/10 가격으로 얼마든지 수입해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기업 또한 얼마든지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국내 땅값은 기업이 사서 올려놓은 측면이 매우 컸었는데 이제는 땅을 사려고 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더 놀라운 사례가 또 있다. 지난해 공동체 운동을 하는 국내 어느 종교단체는 러시아의 우라디보스톡에서 집단농장 하던 자리를 빌려 농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반듯하고 비옥한 땅 13만평을 49년 계약으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빌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13만평에 대한 1년간의 임차료는 단돈 100달러였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할 근로자들은 북한으로부터 200명을 데려왔다. 북한 당국이 200명을 보내주면서 내건 조건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농장장은 남한 사람으로 하지 말 것, 또 하나는 근로자 200명에 대해 1인당 월급을 50달러씩 지급하라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그 종교단체는 미국 국적을 가진 재미동포를 농장장으로 하기로 하고, 1인당 한화 5만원 정도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200명을 데려다 농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또 많다. 만주 흑룡강성에 1억평을 거의 무상으로 빌렸다는 등등의…

 

우리나라도 이제 땅은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토지가 수용되어 땅값을 보상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또 땅을 산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땅에 대한 지나친 집착,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봄 필자는 어느 시중 은행의 부탁을 받고 서울근교 판교에서 땅값을 보상 받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일이 있었다.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는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자산의 비중을 높여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내용의 강의였다.

 

그러나 강의를 듣는 분들의 반응은 필자의 강의에 수긍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땅값을 보상 받은 돈으로 또 땅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개방화 시대에도 이와 같은 부동산 불패신화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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