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런 집에 사는 건 어때요?

작성자
박상언
등록일
2005/05/18
조회수
16100

“각자 사시는 집을 여기에 놓여 있는 하얀 도화지에 한번  그려보세요”

 우리들 누구라도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참을 머뭇거린다

아파트라는 일률적인 공동공간에 사는 게 익숙해졌기 때문에 집에 대한 구체적인 형상이 떠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말 대신

“앞으로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세요”

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들 대부분은 넓은 정원이 달린 빨간 지붕이 얹혀져 있는   아담한 단독주택을 그리게 마련이다.

 

현대인들은 비슷비슷하게 사각으로 지어진 벽안에서 컴퓨터와 전화기 등,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전부인 양 지내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 방에까지 별도로 이 모든 기기들이 설치되어 있어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인 거실에는 아예 나올 생각도 안하고 있다.

 

편리함이란 ‘문명의 이기’들이 가족들을 서로 격리시키고 정서를 더욱 메마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70~80년도만 해도 TV가 있는 집이 동네에 몇 집이 안되었다.  국경일에 맞추어 ‘박치기 왕 김일 선수’가 나오는 레슬링이라도 하는 날이면 TV가 있는 먼 윗동네 집에 몰려가서 아랫동네, 윗동네 할 것 없이 목청껏 응원하곤 했다.

 

또한 하교 길에 친구들과 무리 지어 어른 흉내 내며 영화관을 들락날락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와 게임기,심지어 휴대폰 등의 개인 멀티미디어 (DMB(Digital Media Broadcasting) 가 되어 모일 이유가 별로 없다.

 

1. 아랫목 같은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거실에 살고 싶어요 

 

예전에는 거실이 아닌 누룩을 앉히는 안방 아랫목에 온 식구들이 자주 모였다. 안방에서 온 식구들이 모여 밥도 먹고 그 당시에는 전화나 TV 같은 제품은 하나밖에 없어 모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70년대 말 초등학교 시절, 신학기만 되면 선생님들은 가정방문도 겸해 가구 조사차 프린트 물을 미리 나눠 주곤 했는데 냉장고, 전화기 등의 재산보유 현황 체크상황이 있었다.

 

과거의 어린 얘들은 오늘날 아이들이 PC 방 출입 하듯 할머니 방에 들어가기를 좋아했다, 왜냐면 추위를 잘 타는 할머니 옆에는 화로가 있고 그 안에는 항상 군밤과 고구마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그림책이나 소설책을 봐도, 산업혁명 이전에 가족들이 벽난로 주위에 모여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사람을 모으게 하는 동양과 서양의 공통분모는 바로 불이다.

 

최초의 집이 불을 피움으로써 시작했고 사람을 모이게 하고 가족들을 화합하게 한 것이다.

최근의 아파트 평면구조를 보면 아이들의 방이 넓어졌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독립된 자기 방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엔 유치원만 들어가면 각자의 방이 있고 각종 전자장비 심지어 아이들 보호차원에서 핸드폰까지 채워준다.

 

보통 3LDK의 방3개가 갖춰진 집을 분양 받게 되면 큰방은 부부용,적은 방은 아이용, 또 나머지 한 개의 방은 아이들 공부방으로 쓴다. 아이들 방은 각종 기구들로 어지럽혀 있어서 공부방만이라도    깨끗하게 마련한다는 취지이다.

 

2.가족간 / 이웃간 정을 느낄 수 있는 찜질방 같은 집에 살고 싶어요 

 

건설업체 사장님! 동네 찜찔방 가보셨나요…

 

편리한 유비쿼터스도 좋지만  이웃간 정을 느낄 수 있는  주택을  설계해 주세요

 

지나치게 편리하고 화려한 방은 오히려 가족들과의 대화소통을 막아버린다.

 

‘막둥아, 다른데 돌려라’

’텔레비 한대 쳐봐라’

‘옥상에 가서 안테나 한번 흔들어 봐라’

 

필자가 어렸을 때는 위로 형님들이 많은 탓에 한 마디로 손이 10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시중을 도맡아 했다.  찌찌덕 거리던  달랑 흑백 TV 밖에 없고  리모콘도 없었기 때문에  

TV를 보고 있더라도 30분 간격으로 가족간의 대화(?)가 있었다.

하지만 손끝으로 움직이는 디지털화된 지금은 말 없이 3~4시간씩 TV를 볼 수 있다.

 

채널이 수십 개인 위성 TV뿐만 인터넷까지 가세해 더 이상 사람들을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게 만들어 사람들간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방에 전화와 컴퓨터가 없어야  가족들이 머무는 곳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동네 찜찔방을 즐기는 편이다.예전 목욕탕이나 사우나 하면 부부끼리 계산대 앞에까지 손잡고 들어갔다가 따로따로 일을 본 뒤 적당한 시간을 봐서 한쪽이 밖에서  다른 쪽을 기다리다가 같이 손잡고 가는 꼴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가족과 함께 동네 찜찔방에 가면 아랫동네 김씨, 윗동네 박씨까지 만나 잘 익혀진 맥반석 계란을 도란도란 같이 까먹을 수 있다.        

 

3. 예전 모 건설회사 광고 컨셉이다.

띠리리리리 ~

‘엄마 빨리 내려오세요’

“아참! 가스 불을 켜  놨네 ”/ “걱정 마세요” 홈 네트워크 시스템 ~핸드폰만 있으면 밖에서도

 

요즘 집 밖에 나가지 않고도 안에서 생활이 가능한 원스톱(one-stop) 리빙이 가능

한 최첨단 아파트가 등장하는 이때..

난 차라리 이런  광고를 듣고 싶다.

 

“어머 가스불도 켜놓고 뽀삐(애완견)도 안 데리고  왔네”/ “걱정 마세요 ”윗집 순돌이 엄마

가 알아서 할거에요” 뽀삐도 오늘은 둘(윗집 뽀순이)만의 시간을 달래요

 

RG 아파트에 살면 뽀삐의 속마음도 알 수  있거든요   

남들에겐 윗집은 부담(아이들 쿵꽝거리는 소리에)이지만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남들에겐 꿈이지만~ 이웃과 동물까지 하나되는 인텔리젼트 라이프~

다소 부족하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아파트 한 채라도 더 팔기 위해 생활의 편리함과 개성만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우리는 그보

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5월 19일 목요일 저녁 7시 무료공개강좌(문의-563-5517, 한국 부동산 개발 연구원) 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사전 전화접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