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부(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작성자
서기수
등록일
2005/05/04
조회수
11392

“실타래 잡는다. 그래그래 그거 얼른 잡아서 오래오래 살아라.”

“무슨 소리, 쌀을 집어야지 굶지를 않지?

“에이, 아버님은 요즘 굶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돈을 잡아야지요. 돈을.”

“그래, 며느리 네 말이 맞다. 그저 돈이 최고야. 돈을 잡아라. 어서~~”


돌잔치 풍경이다.

 

첫돌을 맞아 돌상을 차려놓고 가까운 친인척이나 지인들을 초대해서 조촐한 행사를 하고 사진도 찍고 하는데, 이날 행사의 백미는 에서 아기가 무엇을 집어드느냐다. 집는 물건에 따라 아기의 인생의 길할 덕목을 예상하곤 한다.

 

보통 돌날에는 흰밥, 미역국, 푸른나물 등을 차리고 돌상에는 백설기, 송편, 찰수수경단, 생실과 함께 쌀, 국수, 대추, 흰색타래실, 청홍 타래실, 붓, 먹, 벼루, 책, 활, 돈 등을 놓는다.

아이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조상님들은 백일상에 백설기를 올렸다고 하는데, 백일상에 올라온 떡은 백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 명을 사서 백수(百壽)한다고 한다. 그리고 붉은 팥고물을 묻힌 찰 수수경단은 아기로 하여금 액을 면하게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그동안 산신의 보호아래 두었던 아기를, 이 날을 기점으로 속계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오색 송편은 평상시의 송편보다 작은 모양으로 예쁘게 5가지 색을 물들여 만드는데, 오색은 오행, 오덕, 오미와 같은 관념으로 '만물의 조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대추는 자손의 번영을 의미하고, 쌀은 식복을, 국수와 실타래는 장수를 의미하며 붓, 먹, 벼루는 재주가 많으라는 의미이다. 활은 남자아기의 경우 무운과 용맹을 의미하고, 자의 경우 여자아기에게 해당되는데 바느질 솜씨를 의미한다.

 

그럼 돈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당연히 부자로 잘 살라는 ‘부(富)’를 의미한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아기가 물건을 집으려고 할 때 실타래나 국수, 붓, 먹, 벼루 등을 많이 권했다고 한다. 오래오래 사는 것과 학문을 많이 익혀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손재주가 많음을 중시 여긴 것이다. 최근에는 돈을 가장 많이 권하고 잡았으면 바란다고 한다. 그만큼 부자되기와 돈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진 것이다.

어쩌겠는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경제가 어려우지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만 나오는 요즘의 부모들의 입장에서 자기 자식이 가난하게 남들 눈치나 보면서 사는 걸 바라지는 않으리라는 것쯤은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누구나 갈망하는 부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부란 그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인생을 편안하게 잘 살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척도가 된다.

즉 내가 만약 오늘 당장 일을 그만둔다면 과연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나 혼자 또는 배우자와 자녀들과 함께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나의 부의 규모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며, 피부로 확 와서 닿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는 수입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많은 수입이 있어도 지출이 많고 낭비가 심하다면 그 부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즉 진정한 부의 의미는 매월 얼마나 버는가, 얼마의 수입이 있는가라는 유동성측면에서의 의미보다는 현재 얼마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산을 얼마나 남은 인생동안 유지하거나 부풀릴 수 있느냐를 의미하는 정적인 개념에서 생각해야 한다. 즉 유동성을 중시하는 손익계산서적인 사고방식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재산상태를 알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대차대조표적인 사고방식을 중시하자.

 

졸부귀불상(猝富貴不祥) 이라는 얘기가 있다. 벼락 부귀는 상서롭지 못해 재액이 따르기 쉽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은 그만큼 나가게 되는 돈도 많고 하루아침에 망하기도 쉽다는 얘기이다. 도깨비 방망이를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금덩어리를 방안 가득 주세요”라든지 “지금 제 통장에 얼마를 넣어주세요” 등 한번에 부자가 되는 결과만 소원으로 빌 것이다.

반면 “제게 부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주세요”라든지 “부자가 될 수 있는 혜안을 주세요”라는 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소원을 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어서 하루아침에 엄청난 부자가 된 사람들의 후일담관련 소식 중에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폐인이 되었다든지 파산신청을 했다는 뉴스를 가끔 듣곤 한다.

이는 진정한 부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 중에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졸부귀불상이 의미하는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첫돌을 맞은 아기에게 덜컥 돈을 잡게 해서 조급함을 보이는 부모보다는 붓, 먹, 벼루, 책, 활 등을 잡더라도 크게 기뻐할 수 있는 진정한 부의 의미와 가치를 알고 있는 그런 부모가 되어보도록 하자. 통장에 돈을 입금해주는 부모보다는 그 통장에 입금할 돈을 벌어서 모을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모가 더 훌륭한 부모가 아닐까?

 

이 시대의 진정한 부(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재테크와 부자되기에서만큼은 단거리 선수보다는 중장거리, 더 나아가서는 마라톤 선수가 되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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