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의 하나는 노후대비가 아닐까 생각된다. 평균 수명은 늘어난데 비해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시기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인들의 노후설계에 대한 관심사를 보면, 대부분이 노후자금마련에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노후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무리하게 부동산이나 주식?선물 등에 투자했다가 실패를 하는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노후설계를 할 때 자산운용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정년 후의 30년 넘는 후반인생을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낼 것인가에 대한 생애설계(Life Planning)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인생에 세 번의 정년을 맞게 된다. 제1의 정년은 타인이 정년을 결정하는 고용정년, 제2의 정년은 자기 스스로가 정하는 일의 정년, 제3의 정년은 하느님의 결정에 따라 세상을 떠나는 인생정년이다.
종신고용제가 유지되고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절의 직장인들은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무사히 근무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 여성들 또한 안정된 직장에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남성을 훌륭한 결혼상대자로 생각했다. 정년퇴직 후의 남은 인생 또한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만으로도 어느 정도 노후자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 자녀들도 교육만 받으면 부모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 이후 종신고용제가 급격하게 붕괴되면서 직장인이 행복했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회사를 몇 군데 옮겨서 근무한다 해도 50세가 넘으면 고용정년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런 경험을 한 미국이나 일본의 직장인들은 젊은 시절부터 후반인생 설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한다. 노후자금마련을 위한 자산운용설계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생애설계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고용 정년 후의 30년 이상의 기간을, 좀 더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을 살 것인가, 자기 실현을 위한 인생을 살 것인가, 사회 환원적인 인생을 살 것인가, 아니면 이 세가지를 병행해가며 살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노후생활자금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자리라도 찾는다. 직장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기 위해 소규모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일의 정년이라고 판단되는 나이까지는 무언가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노후자금에 큰 걱정이 없는 사람들 중에는 젊은 시절에 못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대학원에 가거나 해외유학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자기 실현을 위한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NPO(Non Profit Organization) 단체에 들어가 사회봉사활동으로 보람있는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도 있다. 사회 환원적인 인생설계이다.
퇴직 후에 하루 10시간만 자유시간(남는 14시간을 수면, 식사 등에 쓰는 시간으로 가정)을 갖는다고 해도, 60세에서 80세까지 20년을 계산하면 7만 시간 이상이 된다. 이것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총 수업시간의 3배가 넘고, 22세에서 60세까지 일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기간의 생애근무시간과 맞먹는 시간이다. 이 기간을 결코 헛되이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장인들도 이제는 인생에서 세 번 맞는 정년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현재의 직장에서 고용정년이 가까워졌다고 생각되면 또 다른 직장을 찾아 고용정년을 연장시킬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기회에 창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의 정년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실현을 위한 인생이나 사회 환원적인 인생을 살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모든 직장인이 획일적인 노후를 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으로 각자에게 맞는 후반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