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재테크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작성자
최성준
등록일
2006/11/22
조회수
10516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목돈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을까', '앞으로 어떻게 저축을 해야 할까'라는 문제이다.

펀드, CMA/MMF와 같은 금융상품과 부동산 쪽으로 투자를 해볼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지만 정말 말처럼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괜히 원금을 손해보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도 함께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형태의 투자는 변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를 수 있는 만큼 떨어질 수도 있다.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짜는 이유도 이러한 위험을 줄여보고자 함이겠지만 정작 사람들은 위험의 본질을 이해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펀드들을 여러 개 골라 저축여력을 5만원, 10만원 단위로 최대한 잘게 나눠 가입을 하면 분산투자가 되고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포트폴리오 안에는 월 100만원을 저축하기 위해 십 여 개에 달하는 펀드 목록이 들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조건 금액을 나눈다고 해서 투자의 위험이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위험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손실폭의 편차만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아래의 여섯 가지 펀드에 저축여력을 나누어 투자를 하는 경우 급작스러운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과연 몇 가지나 단기적인 손실폭을 보충해줄 수 있을까?

- 한투 삼성그룹적립식
- 삼성 우량주장기
- 차이나 디스커버리
- 피델리티 일본
- 슈로더 브릭스주식형
- SH Tops국공채


결과는 모든 펀드가 단기적으로 (-)수익률을 보이게 될 것이다. 기대처럼 3개가 무너지더라도 3개는 버텨주는 이상적인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형이든 채권형이든 해외형이든 펀드의 특성은 단기적 변동성에 약하다. 최근처럼 금리, 유가 등 글로벌 지수의 악재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는 거의 모든 나라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마련이다. 채권 역시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 같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단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내려가고 단지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은만큼 반대의 경우에도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 것뿐이다.

반대로 여러 개의 펀드로 나누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률은 제자리를 찾게 된다. 펀드 투자를 할 때 긴 약정기간 동안 꾸준히 납입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여러 개의 펀드를 나열하여 얻는 위험 분산의 효과는 실질적으로는 별로 없다. 안타깝게도 적절한 펀드 하나에 투자를 하는 사람의 위험과 수익률은 열 개의 펀드에 똑같은 금액을 나누어 투자를 하는 사람의 그것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잘 고른 펀드 하나가 10개의 펀드 목록보다 안정적이고 수익이 높은 경우도 흔하다.

이 외에도 무조건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투자의 효율이 높고 복리효과 때문에 수익도 무조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상품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회사별로 유사한 상품들의 차이점을 꼼꼼히 비교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요리 조리 피해나가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마치 복잡한 것이 더 안전하고 보다 효율적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 직접 투자를 하겠다, 무조건 집을 사고 보자 라는 식의 무모함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더 안전하거나 커다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각종 매체나 금융 종사자들이 얘기하는 지극히 원론적인 내용들을 듣고 투자자가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했을 때 실제로는 다른 결과들을 가져다 주기 쉽다. 그 이유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본인의 상황, 즉 경제적?사회적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투자수단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찾을 수 있지만 막상 큰 방향을 정하는 데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론과 실전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은 얻을 수 있겠지만 멀리 보이는 큰 이익은 모두 놓치고 부의 레벨은 올라가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펀드 투자나 복잡한 포트폴리오가 개인의 재무상태을 개선하거나 경제적 여유를 얻는데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문제점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항상 제자리일 수 밖에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부자들의 돈이 잘 불어나는 이유는 복잡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가 아니다. 통상 그들이 까탈스럽고 요구사항이 많은 것은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투자수단과 투자방법을 고르기 위함이다. 단기적 변동성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유동성 문제나 시야가 좁아 발생하는 기회비용 손실의 규모가 훨씬 크고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작년에 묻어둔 주식 때문에 올해 좋은 부동산 투자 건을 놓치게 되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3~4년 전 어떤 재개발 지구의 주택을 미리 사두지 못한 것을 애석해한다. 하지만 묻어둔 주식의 가격이 단기간 요동치거나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런 경우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부자들도 적절한 투자수단을 찾게 되면 그 이후의 실행 단계에서는 아주 명쾌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복잡하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진리는 항상 단순하고 지극히 당연하다 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들에게는 이미 부동산, 주식, 채권, 사업체 등 다양한 형태의 많은 자산들이 존재하고 실질적인 위험의 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동산을 제외한 개인의 현금 또는 금융자산이 최소한 10억원 규모 이상 되지 않는다면 위험의 분산은 사실상 그 의미가 퇴색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의 상황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오히려 적절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가 많다. 지키는 것보다 자산을 더 빨리 모으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문제들이 더 큰 위험인 셈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무조건적인 위험의 분산보다는 적절한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산 증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집중을 해야 한다. 가진 것이 없으므로 이미 더 이상 분산할 수 있는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목돈을 운용하든, 저축을 하든 항상 자신이 처한 상황부터 정확히 이해하고 결혼부터 주택 구입, 노후 준비, 자녀 교육 등 앞으로 닥칠 현실적인 문제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인식하여 그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라. 그리고 현재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여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전체적인 재테크의 방향을 먼저 정해야 한다. 집을 사야 하고 노후를 준비하면서 저축 대신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누구나 똑같지만 무엇이 우선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아파트가 무엇이고 괜찮은 펀드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자신이 그 아파트를 사야 하는지, 그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이 맞는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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