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2030세대에 숨어있는 그림자

작성자
김광주
등록일
2005/03/23
조회수
11099

빛은 항상 그림자를 숨기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림자가 없으면 빛은 존재하지 못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가 더욱 그렇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있기에 타워팰리스가 가능했다.  돈의 집중. 부자는 그 결과 탄생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돈이 부자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첫째는 절약이다.

두번 째는 절약을 통해 모은 종자돈을 잘 굴려 불리는 것이다.

세번 째는 그렇게 불린 돈으로 부동산을 사는 것이다. 10억을 꿈꾸는 2030세대들의 희망사항이다. 그 과정에서 보험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저는 보험에 ‘투자’하는 것 보다 펀드에 투자하여 종자돈을 빨리 모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만난 30대 초반의 미혼 직장인)

 

보험은 ‘투자’가 아니다. 액면 그대로 ‘지출’이다. 당신의 ‘절약’을 훼방놓고 종자돈 형성에 딴지걸며 부동산의 꿈을 조금 뒤로 물릴 수 있는 암초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데 보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빛만 쫓아 다닐 때 그 곁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림자가 질투하면 그땐 어쩔까?

겸허한 사람이 부자 산다.

 

최근에 장기적립식 펀드에 대한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투자’에 대한 대박환상을 버리고 겸허한 자세로 장기적인 부를 일구어 나가는 사람이 최종적인 승자임을 은연 중 암시하는 대목이다.  겸허한 사람은 자신의 자랑에 앞서 먼저 스스로를 낮춘다. 그림자를 데려오면 빛 역시 그저 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사람은 겸손해진다. 책임져야할 가족들이 불어 날수록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그래서 보험을 찾는다. 반면에 아직 젊고 건강하며 책임져야할 가족이 없을 땐 당연히 두려움도 없다. 그러니 보험은 그들에게 백해무익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보험이나 하나 들어 둬야지…나이들어 아파 봐…보험도 없으면 자식보기 민망해서 안돼…”

내게 이렇게 말했던 50대의 그가 끝끝내 보험에 들 수 없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이미 건강을 잃어버린 뒤였다.

 

보험은 지금 당장 필요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지금 당장 필요없는, 어쩌면 앞으로도 필요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찾아다닌다. 그러니 가입이 쉽지않고 보험영업을 시작한 10명 중 7명은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다.

 

“나중에 무슨 일 생길 때 쓸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되지요 뭐…괜히 설계사와 보험회사에게 내 돈 빼앗길 필요가 있나요?”   어느 30대 초반의 가장은 내게 대놓고 빈정대듯 그런 말을 했다.

정답이다. 무슨 일 생겼을 때 쓸 수 있는 돈만 있음 딱이다. 그러나 돈이란 건 기본적으로 좋은 일 있을 때 쓰려고 모은다.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뭔가를 배우는데 쓰려고 모으고 여행을 하기위해 모으며 결혼을 하기위해 모으고 집을 사기위해 모은다. 그리고 자식들을 유학보내기 위해 모으며 좀더 넉넉한 노후를 편안히 살아가기 위해 모은다.

 

즉, 나쁜 일 생겼을 때 쓰야할 돈을 알토란 같은 내 지갑에서 뽑아낼 필요는 없다. 또한 좋은 일 때문에 지출하는 돈은 내가 통제할 수 있지만 나쁜 일 때문에 쓰야하는 돈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여행경비를 줄이고도 좋은 여행을 할 순 있지만 치료비를 줄이면서 좋은 치료를 한다는 것은 쉽지않다. 즐겁지도 않고 대책도 없는 그런 지출을 아웃소싱하는 것, 그것이 보험이다.

 

얼마전 암 진단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친척에게 문병을 갔다. 그에겐 보험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만한 치료비를 감당할 만큼 돈은 있다. 누군가 그에게 보험은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동안 모았던 돈을 병원에 퍼주어야하는 것도 물론 속상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인생의 밝은 빛만 쫓아 당연한 그림자를 등한시해 온 지난 삶의 지혜롭지 못했던 시간이 친척들 앞에서 그를 부끄럽게 했던 것이다.

 

2030. 그에겐 그림자가 숨어있다. 설사 앞에 있더라도 자세히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이 부족하다. 태산을 ?길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을 지녔으니 부정에 대한 준비보다 긍정에 대한 투자가 앞설 수 밖에 없다.

 

인생이라는 짧지만 긴 사이클에서 겪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그림자가 생각보다 일찍 느닷없이 닥쳤을 때 종자돈을 위한 적금통장이 박살날 뿐더러 그들의 부모와 형제조차 또다시 그들의 비용으로 어른이 된 그를 ‘양육’해야 한다.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자기의 소득으로 먼저 보험을 준비하자. 그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또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이자 공동체를 살아가는 ‘Ethics’ 다. 물론 합리적이면서도 저렴하게 가입하는 지혜는 빌려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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