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좋은 회사와 좋은 종목

작성자
김중근
등록일
2007/12/20
조회수
6837

미선은 조용하고 학구적이며 사회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녀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환경학을 전공했다. 위의 정보에 기초하여 생각해 볼 때, 다음 세 가지 보기 가운데 정답일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을 골라라.

 

(1) 미선의 직업은 도서관 사서다.
(2) 미선의 직업은 도서관 사서이면서 그린피스(지구 생태계와 환경보호 운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인 환경운동 단체) 회원이다.
(3) 미선의 직업은 은행원이다.

 

당신은 위의 보기 가운데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필자가 접한 많은 사람들은 (2)번을 선택했다. 미선이 학구적이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 그녀의 직업이 사서이면서 동시에 그린피스 회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럴듯한 추론이다. 하지만 (2)번은 정답이 아니다. 이 문제는 ‘미선에게 어떤 직업이 가장 적합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그러니 일단 (2)번보다는 (1)번의 정답 확률이 높다. 당연한 이야기다. 단순한 사서보다는 ‘사서이면서 그린피스 회원인’ 사람의 숫자는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분명 (2)번은 정답이 아니다. 그리고 (1)번과 (3)번을 비교해 보면 확률은 당연히 (3)번이 더 높다. 사서 숫자보다 은행원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으므로 정답일 확률이 가장 높은 번호는 (3)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처럼 간단하고 쉬운 문제에서 하필이면 엉뚱한 답, 그것도 가장 확률이 낮은 답을 고른다.


비단 주식시장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뇌는 하루에도 수백만, 수천만 개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또 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이럴 때 뇌는 처리를 빠르게 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종종 오류를 범한다. 앞의 문제에서 (2)번을 고른 것도 대표적인 오류 가운데 하나다. 뇌는 성질이 비슷한 것이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오류를 범하는 원인이다.


문제에서 필자는 분명 당신에게 ‘확률이 높은 것’을 물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오래 생각해 보지도 않고 문제의 본질이 ‘미선의 직업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일 거라고 쉽게 추정한다. 둘 다 비슷해 보이기 때문인데, 여기서 오류가 발생한다. 위의 문제는 존 노프싱어 워싱턴 주립대학교 교수의 책 《미친 투자(Investment Madness : How Psychology Affects Your Investing)》에 나오는 이야기를 조금 각색한 것이다.


주식투자도 이와 같다. 사람들은 종종 ‘좋은 회사’가 ‘좋은 종목’이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회사와 좋은 종목을 같은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수익도 좋고 재무구조도 튼튼하며, 배당도 잘해주는 회사인데도 그 회사의 주가상승률이 도무지 신통치 못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회사는 분명히 좋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그 주식은 좋은 종목이 아니다. 대체 왜 그럴까? 이유가 무엇일까?

 

명백하다. 잘 알다시피 이미 현재 시장의 주가는 그 회사의 막강한 수익성과 재무구조, 그리고 배당 능력까지 일찌감치 반영하여 오를 만큼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주식을 아무리 보유하고 있어 봐야 주가상승률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결국 주식투자에서 성공의 요체는 ‘좋은 주식’과 ‘좋은 종목’을 구분하는 눈을 기르는 데 있다. 비슷해 보인다고 덜컥 같은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일이 아니다.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성공적인 주식투자의 왕도다.


다시 문제를 하나 더 낸다. 그렇다면 좋은 주식과 좋은 투자처는 어떻게 다를까?


좋은 회사란 ‘과거에’ 빵빵한 수익을 거둔 회사, 현재의 재무구조가 매우 튼튼한 회사를 일컫는다. 반면에 좋은 종목, 즉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란 과거가 어떻든 ‘미래’의 수익 전망이 좋은 회사,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말한다. 어차피 주식시장이란 꿈을 먹고 사는 동네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전망이 밝은 회사일수록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은 법이다.

 

<7일만에 끝내는 실전매매> 中 칼럼 '김중근의 시장 천천히 걷기' 발췌

http://book.moneta.co.kr/html/book7trad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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