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험하다! 노후대비용 APT투자

작성자
강창희
등록일
2005/06/20
조회수
18356

지난 회에 「남의 돈으로 내 집을 갖는 위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만 질책(?)에 가까운 댓글이 많이 올라온 것을 보고 몇 가지 반성을 했습니다.

 

첫째는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면서 안이하게 선진국 사례를 갖고 국내의 경우에 적용시키려 한게 아닌가 하는 점이고,

 

두번째는 부동산문제는 경제적 합리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은데 그런 점을 간과한게 아닌가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그런 반성을 하면서도, 또 질책을 받을 각오를 하고, 아파트 투자와 관련된 글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올립니다.

 

이렇게 제가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부동산이 투자대상으로 적절치 않으니 주식이나 펀드투자를 하라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모든 재산을 부동산 한 곳에 집중시키거나, 돈을 빌려서 무리하게 자기집을 마련할 경우, 그에 따르는 위험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투기의 종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자산운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대상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점만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의견이 다른 분은, ‘아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정을 섞어서 그건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공격해오시면 토론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여유자금으로 아파트를 사두었다가 노후에 세를 받아 생활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작년 봄 용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이 과열현상을 보인 것도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청약과열현상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을 무렵 서울특파원으로 와있는 일본인 신문기자와 저녁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일본인 기자로부터 들은 말이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요즘 한국의 신문을 보고 있으면 1980년대 말 일본의 신문 보도를 보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일본도 그랬거든요.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갈까요? 제 생각에는 말기증상 같기도 한데…”

 

물론 80년대 말의 일본과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단순비교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더더구나 말기증상이라는 말을 함부로 쓸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일본인 기자가 본국에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상승, 하락해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우려를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80년대 중반에 동경 근교에 28평짜리 아파트를,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억 2000만원에 샀다고 합니다. 이것이 버블의 절정기에 3배 수준인 3억 6000만원까지 오르더니 그 후 10년 이상 하락을 계속하여 지금은 7,000만원 수준에 와있다는 것입니다. 최고 수준의 1/5 정도입니다. 자기 집은 그래도 덜 떨어진 편이고, 그보다 더 떨어진 아파트들도 수두룩하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도 있었습니다.

 

수년 전 굿모닝증권의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티모시 메카시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당시 미국의 대도시에 사는 셀러리맨들 사이에서는 임대아파트 투자가 붐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주택 건설업자들이 그림과 같이 예쁜 임대아파트를 지은 뒤 사진을 찍어 셀러리맨들에게 보냈습니다. 금리도 낮은데 노후생활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임대아파트에 투자해서 노후대비를 하라,는 내용의 팜플렛도 동봉했습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노후대비를 걱정하고 있던 다수의 셀러리맨들이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 여기에 투자를 했습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10년, 20년 지난 후에 발생했습니다. 이들이 막상 월세를 받아 생활하려고 보니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좀 여유 있는 사람들은 교외로 빠져나가고 그 일대는 점차 슬럼화 되어갔습니다. 남아있는 것은 낡은 아파트와 이것을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노인들 뿐이었습니다. 임대도 안되고 아파트 가격도 떨어져 노후대비가 전혀 되지 못한 것입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간단한 원리입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나라마다 사회간접자본투자가 끝나면서 주택공급이 크게 느는 시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1970년대, 일본의 경우에는 1980년대 후반이 이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마도 지금부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국내 건설회사의 경영자들로부터 앞으로 자기회사의 중점사업은 임대아파트, 임대주택 건설로 할 방침이라는 말을 자주 듣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늘어나는 주택을 누가 사줄 것인가 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출산율은 1.3~1.4명의 시대가 오래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들 세대가 결혼할 때는 세 쌍 중에서 두 쌍이 양쪽 부모로부터 집을 한 채씩 물려받는다는 계산이 됩니다. 이런 통계가 일본의 주택가격하락에 영향을 준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는 더 급격합니다. 2003년의 경우 1.13명이었습니다. 이들 세대가 결혼할 때는 거의 모든 쌍이 집을 두채씩 물려받는다는 계산이 되는 것입니다. 장기주택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임을 나타내주는 통계인 것입니다. 또한 이런 통계가 알려지면 가격은 미리 떨어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주택 임대료를 받아 생활하려 할 경우 관리상의 어려움 또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주위에서 보면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데 세입자가 속을 썩혀서 고민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정을 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입주자가 월세도 안내고, 나가지도 않을 경우 대응을 하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소송을 해서 내보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개인들은 대부분 부동산을 실물로 직접투자를 하기보다는 부동산 투자신탁(Reits)과 같은 간접투자방법을 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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