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개인과 기업과 나라까지도 좌우하는 직업윤리

작성자
김현정
등록일
2005/12/29
조회수
15523

요즘처럼 우리나라가 ‘윤리’논란에 휩싸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윤리’보다는 ‘성과’를, 한쪽에서는 그래도 ‘윤리’를 먼저 내세우곤 합니다. 솔직히 이번 줄기세포 논란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가슴이 매우 아픕니다.  

 

어떤 기사에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괴롭다’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음모설과, 배후 세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한번 엄청나게 속고 난 이마당에 누구 말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겠냐는 게 제 심정입니다. 정치인들에 속은 것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과학자에게 속고 나니… 정신적 공황상태가 실제로 오더라구요..

 

 MBC 의 취재윤리 논란도 그렇습니다. 그전에는 협박취재나, 유도하는 방식의 취재가 없었겠습니까? 사실 저도 신문이나 TV 에 나온 인터뷰 내용이 제가 의도한 대로 나온 적인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보는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말한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지만, 뭐 나쁜 내용도 아니고, 적응하고 살기로 했었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 직업 윤리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조작이야 누구나 하는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 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세계에 나간다면, 그리고 우리 직장인들도 Global Standard를 따라가려면 영어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윤리의식도 세계적 수준으로 갖춰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애들은 이미 중고등학교 때, 대부분 술, 담배, 마리화나를 합니다. 미국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감히 학내 금연을 강요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문 닫아야 할 학교가 많다고 합니다. 저희 교포 컨설턴트는 고등학교 3년을 개근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파서 죽고만 싶던 날도 학교 간 사람은 자기밖에 없더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대~충’ 다니는거죠.

 

 性的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섹스 산업을 보면 정말 ‘더럽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그리고 도덕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 가서 ‘Jerry Springer 쇼’라는 걸 보는데, 온갖 패륜아들이 나와서 서로 잘했다고 관중들 보는 앞에서 상스런 욕하면서 머리 잡고 싸웁니다. 그걸 보면서 좋다고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고, 그걸 미국 전지역에, 그리고 세계로 내보냅니다. 이게 ‘세계 제1의 나라 맞나?’라는 회의가 들더군요.

 

게다가 미국이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합니까? 대통령도 인정했죠. 명분 없는 전쟁으로 그렇게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 일본이 추월하려고 한다고 아시아 경제시장을 폭삭 주저 앉히고(이건 전에 제 미국인 룸메이트가 한 말입니다. “미국이 일본 괘씸해서 아시아를 그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괜히 한국 같은 나라에 니가 피해를 입는구나”라구요. 사실 관계를 떠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괘씸한가요?) 등등등..

 

하지만 이런 나라가 세계 일등 국가 라고 합니다. 경쟁국도 없습니다. 단순히 말세라고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고요… 따라서 이렇게 골이 깊으면 굉장히 높은 산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요인이 있지만, 제가 미국에서 길지는 않지만 생활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들의 엄격한 ‘윤리 의식’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유학생들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여학생이었습니다. 인터넷이 확산되던 초기에 이 여학생은 인터넷에 있는 글을 일부 인용해서 자신의 레포트에 적어 넣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 인용했다는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죠. 학교는 그녀에게 경위도 묻지 않고, 바로 퇴학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정보를 적어 넣은 것뿐이라고 항변을 했고, 전공수업도 아니고, 학부생이고, 미국 사정도 잘 모르는 상황이기에 저희 오피스는 학교측에 강력하게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특히 퇴학을 당하면 미국을 당장 떠나야 하는 유학생 신분을 고려해서, 그리고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달라고 하자 학교에서는 “외국인 이란 이유로 특별 대우를 할 수는 없다. 규정대로 처리하겠다”고 하고, 퇴학을 시켰습니다.

 

다른 학교에라도 보내서 학생신분을 유지시켜야 해야겠어서, 저희 오피스는 제가 있던 주에 모든 대학에 문의를 했습니다. 모든 곳에서, 그런 사유로는 아무리 훌륭한 학생이라도 받아줄 수 없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영리를 최고로 하는 미국 소규모 사립학교에서 조차 거부를 당했습니다.  이런 ‘misconduct(부정행위)’는 결코 용납이 될 수 없는 게 미국입니다. 레포트나 숙제를 사고 파는 것이 사업 모델이 되고, 이런 사이트가 버젓이 TV광고까지 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토픽감일 것입니다. 

 

 유학 수속 상담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재직 증명서’나 자신의 성과에 대한 ‘증명’을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절대로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입학원서에 쓰는 것만 가지고 다 믿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삼성 사장’이라고 말해도 일단은 받아줍니다. 그리고 그것을 믿고 사정을 하고, 그리고 정 의심스러우면 자기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합니다. 이 과정이나, 아니면 나중에라도 이것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당장 퇴학이고, 그 바닥에서 매장입니다.  이들에게 ‘거짓말’은 단순히 거짓말 정도가 아니라 믿어준 데 대한 배신 행위라고 생각하지요.

 

 미국도 입시에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 ETS 라는 기관에서 집행을 합니다. 거기에서 하지 말라는 짓, 예를 들면 한달에 시험을 한번밖에 못 보는데, 2번을 봤다거나 (알건 모르건), 컨닝을 했다 하면 5년간 ETS의 모든 시험을 응시 못합니다. 여기에는 TOEFL, TOEIC 같은 시험부터 운전면허 시험 빼고 거의 모든 미국의 모든 시험을 관장합니다. 핸드폰 갖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어이 가지고 들어간 사람들 1년 시험 응시자격 박탈가지고 과도하다고 하는 사람들 있지만, 그와는 비교가 안되죠.

 

 제가 상담가로 교육을 받으면서도 아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 이 ‘윤리코드’ 입니다. 2년 동안 거의 모든 레포트나 시험을 보면서 꼭 들어가는 것이 이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의 사례에 대해서 레포트를 쓸 때에도,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문제와 대처방안에 대해서 쓰게 합니다. 졸업할 때까지 제일 많이, 그리고 오래, 그리고 자주 보는 책이 이 윤리코드입니다. 이 윤리코드는 많은 교과서 및 학과 오리엔테이션 자료등에 줄기차게 붙어서 다닙니다. 이는 어떤 기술과 지식보다 우선시 되었습니다.

 

 과학자도 마찬가지이고, 기자도, 의사도 마찬가지이고, 기업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용무를 자주 본다거나, 회사 물건을 집에 가지고 간다거나, 동료에게 원치 않는 야릇한 시선을 보낸다거나, 하여간 회사일과 회사에 충실하지 않으면 ‘큰일’을 당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그래도 희망을 본다라고 말한 분은 미국의 최고 경제 부흥기를 이끌고, 재선까지 되었던 빌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터진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건 우리나라에서는 문제도 안되겠지요. 현역 대통령, 그것도 지지도가 굉장히 좋은 상태에서 나온 섹스 스캔들을 가지고 미국 의회는 엄청난 나랏돈을 가지고 특검을 실시합니다. 그 문란한 나라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논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특검의 쟁점은 둘이 실제로 관계를 했느냐가 아니라,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냐는 것입니다. “It’s not about sex. It’s about lie” 라는 말이 그 해의 유행어였습니다. 즉, 줄기세포가 있느냐가 아니라, 논문에 거짓이 있느냐의 문제이죠.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은 정도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회계 부정을 한 엔론사는 당시 CEO 가 거의 종신형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태원 회장은 APEC 때도 가셔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취재원으로부터 뇌물 받았어도, 큰 건 하나 터뜨리면, 시민들도 잘했다고 상까지 줍니다.

 

인재가 별로 없어서 적당히 가르쳐서 재활용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미국만이 Global standard 라고 할 수는 없죠. 클린턴 섹스스캔들을 보고 프랑스에서는 “Grow up America!(미국아, 어른이 되어라)”라고 말했으니까요. 덮어둘 건 덮어둘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죠.

 

이런 윤리의식은 우리에게 서서히 요구되기도 하고, 갑자기 난데없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저 관행대로, 논문 좀 부풀리고, 취재할 때 겁 좀 주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엄청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회사 돈 좀 사적으로 쓰고, 접대 및 뒷돈 좀 받고, 성적 농담 좀 하고, 근무시간에 사우나 좀 가고, 시키는 일이라고 생각 없이 나쁜 일 좀 하다가 나중에 더 크게 그 빚을 갚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런 일들은 내가 잘나갈 때보다, 뭔가 좀 불리할 때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조조정을 할 때,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실력보다, 그간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 것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좀 기우뚱 할 때, 경쟁자들이 나를 무너뜨리는 마지막 카드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다 함께 몸조심 합시다. 요즘 우리 세태를 보면 ‘윤리’는 아닌, 하여간 그  비슷한 어떤 잣대가, 좀 성공했다는 사람들한테는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성공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네티즌의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아이고.. 생각만 해도 무섭지 않습니까? 지하철에서 방구도 시원하게 못 뀌겠죠? 그만큼 긴장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해 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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