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필자가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을 무렵, 일본의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국채 투자 붐이 일고 있었다.
일본의 증권사들이 설명하는 미국국채 투자의 메리트는 미·일 금리차였다. 1980년대 전반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는 수익율이 7~9%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같은 10년짜리 미국의 국채는 수익율이 10~16%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국채에 투자하게 되면 일본국채보다 5% 안팎의 수익율을 더 낼 수 있다. 물론 미국국채 투자에 위험이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차손 위험이다. 달러를 사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기간 후 미국 국채를 팔아 다시 엔화로 바꾸려 할 때 엔화 값이 올라있으면, 환차손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래의 경험으로 볼 때, 설령 엔고(円高)가 된다 해도 연 2~3% 수준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환차손을 감안하더라도 2~3%의 금리차는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증권사의 이런 설명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당시 일본의 기관투자가는 물론 시골의 주부들까지도 거액의 자금을 미국국채에 투자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나타났다. 1985년 9월의 프라자 합의를 계기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엔화 값이 2~3% 정도가 아니라 무려 70%에 가까운 상승을 보인 것이다. 미국국채에 투자했던 투자가들이 거액의 환차손을 입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무렵 일본의 4대 생보사가 투자한 미국국채의 평가손실 합계가 4조엔에 이른다는 내용의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 일도 있었다.
일본투자가의 해외투자실패사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해외투자 붐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엔고(円高)를 만나 실패를 하곤했다.
왜 그런 실패를 반복해왔는가? 주가가 오를 때는 많은 투자가들이 더욱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당시의 일본투자가들은 엔화 값이 더욱 더 내려갈 것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답이었다.
해외주식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한국주식에 투자하는 「코리아펀드」를 구미의 투자가들은,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84년경부터 투자를 하여 커다란 투자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투자가들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위상이 대대적으로 메스컴에 소개되기 시작한, 1988년경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결과는 물론 손실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해외투자는, 국내에 없는 투자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 또는 경기사이클이나 발전단계가 다른 지역에 분산투자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해외투자는 또한 환차손 위험을 포함한 투자위험이 국내투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하지 않고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여러 번에 걸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인지, 최근 들어 일본투자자들의 해외투자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노년층 투자자 사이에 「매월분배형 해외채권투자펀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그 한 사례이다. 이 펀드는 금리가 높은 해외채권에 투자하여, 일본의 1년분 정기예금금리보다 훨씬 높은 율의 분배금을 매월 지급하는 펀드이다.
금리 수입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 노년층 투자자에게 맞는 특수목적용 펀드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환차손 리스크이다. 과거처럼 엔고가 되면 원본이 크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 투자자들은 어차피 자녀에게 상속할 자금이기 때문에 환율위험은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이다.
중국이나 인도의 주식투자도 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과거처럼 단순한 수익율만이 아닌 해외분산투자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였을 때 해외주식에 분산투자해두었더라면 그 후 일본주식이 하락한 부분을 해외주식투자 수익으로 보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성에서 나온 발상인 것이다
금년 7월말 현재 국내투자가의 해외펀드투자 잔고는 4조 700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그중에는 해외 고금리 채권에 투자했다가 환차손을 입기도 하고, 신흥시장의 주식형펀드가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투자했다가 단기적으로 원금손실을 본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면에서 이제부터 해외투자를 시작하려는 국내투자가들에게 일본투자가들의 실패사례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 생각된다. 해외투자는 단순한 투자수익율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국제분산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