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일어나면 그 회복의 과정에서 가장 필효한 것이 믿음이다. 금융시장의 위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1907년 미국 주식시장에 공황이 찾아왔을 때 당시 금융권력의 화신(*이 때는 아직 연방준비은행이 설립되지 않았음, 1907년 금융공황이 1913년 연방준비은행의 설립을 촉진한 측면이 있음)이었던 피어몬트 모건은 몇 시에 주식시장이 마감되는지 물어보고는 마감시간인 3시에서 단 1분이라도 일찍 끝내지 말라고 했다.
이번 금융위기에 정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민간 모기지 상품도 자금 공급의 담보로 인정했다. 앞으로 또 무엇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할지는 버낸키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 그는 2002년의 한 강연에서 디플레이션이 오면 그 무엇이라도 중앙은행 자금 공급의 담보로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부는 적자가 확대되더라도 어려움에 빠져있는 가계에 세금을 되돌려 준다는 이름으로 돈을 나누어 주고 민간 금융기관들 사이에는 자발적(?)으로 자본금을 충당하고, 부실 금융기관은 인수합병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이 잘 안정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까지의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시도 그리고 민간 금융기관의 생존 전략이 아직 금융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믿음을 잘 주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일반적인 위기에 붙어다니는 손실의 공포도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가 갖는 특성도 있다. 그것은 이번 금융위기 또는 과잉부채가 민간 주택을 매개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아직도 여전히 민간 주택부문에서 부도율이 계속 높아지고, 주택 재고율은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비록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도 위험보상율이 올라가서 모기지 금리는 잘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이런 상품과 관련된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손실 측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예상보다 분기 영업실적에서 적자가 적게 나왔다고 발표해도 이것으로 시장에 믿음을 주기는 어렵다. 오히려 거짓말의 연속이 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나 중앙은행이 손실 규모를 축소 예상해도 그것이 시장에 확신을 주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정부나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과연 금융시장에 확신을 주고 나아가서 믿음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있다. 그것은 정직이다. 그러나 이 정직이 드러나기에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어쩌면 끝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 형태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언제나 이익과 손해가 붙어다니기 때문이다.
1907년 금융위기를 구원한 것으로 알려진 모건은 이 위기를 이용해서 철강산업을 키워나갔다. 그 당시에는 독점금지법이 있어 같은 업종의 인수합병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는 11월 4일 월요일 주식시장이 열리기 직전인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의 아침 식사 시간에 독점금지법을 발동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얻어내고는 주식시장의 붕괴를 막았다. 1907년 10월 21일에 시작된 주식시장 붕괴는 이렇게 하여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모건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유 에스 스틸에다 테네시 석탄철강회사를 합병했다. 과연 이번 위기가 마무리 되고 나면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일까? 이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른가?
글쓴이 : 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하상주 l http://www.hacla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