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부에 대한 칼럼을 쓰고 난 뒤 그 글에서 빠진 것이 있어서 추가하려고 한다. 다름 아니라 부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다.
다음의 일을 가정해 보자. 만약 중앙은행에게서 돈을 빌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금액의 돈을 나주어 주었다고 하자. 그 이름은 무엇이라고 붙여도 좋다. 보통은 낸 세금을 되돌려준다고 그럴 듯하게 포장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만큼 더 부자가 된 것일까? 즉 돈을 새로 찍어내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사람들은 부자가 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만약 이렇게 하여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면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다가 돈이 떨어질 때쯤 정부가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된다. 이 세상에 극락이 온 것이다. 사실은 이런 세상이 있다면 이것은 죽음의 세계이겠지만 말이다.
왜 이런 식으로는 사회 구성원들이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명목으로는 부가 늘어난다. 그러나 실질로는 아무런 부도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명목으로 예를 들어 10%만큼 늘어난 부를 가지고 시장에 가서 소비를 하면 물건의 가격도 10% 올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방식으로 어떤 사람들은 실질로도 부자가 된다. 누가 그런 사람들일까?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가야 할 명목상의 부를 빼앗아서 더 많이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빼앗는다는 표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이 겉으로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인플레이션-통화량이 늘어나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일어나면 돈을 빌린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한다. 돈의 값이 그만큼 떨어지고 자산의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거에 100을 빌린 돈으로 100의 자산을 샀다. 그런데 돈의 양이 늘어난 결과로 자산의 가격이 110으로 올랐다. 그러나 빚의 크기는 늘어나지 않는다. 즉 그 사람은 자산을 팔아서 빚을 갚고 나면 10만큼의 이익을 본다. 그럼 이 명목상의 10은 어디서 온 것일까? 다른 누군가 이 자산을 새로 산 사람에게서 온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돈을 빌린 사람에게 사회적 부가 이전된다고 말하면 얼른 생각하기에 가난한 사람이 빚을 많이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들이 비록 빚을 지고 있다고 하나 자산은 없다. 자산이 있어야 자산의 가격이 올라서 빚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오히려 물가가 올라서 생활비만 더 늘어난다. 빚과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보통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자들이다. 빚으로 자산을 산 사람들은 자산의 가격이 올라서 혜택을 본다. 지금까지 자산이 없었던 사람들은 그 자산을 사기 위해서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부자들은 이렇게 자산의 명목 가격 상승을 통해 부를 이전받는다.
지난 번 칼럼에서도 밝힌 것처럼 자산의 명목 가격 상승이 가치의 창조를 동반하는 것이라면 이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산 가격의 상승은 부의 이전이며, 또한 잘못 매겨진 가격 상승은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것을 막아버린다.
물론 부자들 중에서도 빚은 싫어하고 정기적인 수입이 나오는 금융자산에 자신의 저축을 넣어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도 인플레이션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다.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집단들이 돈을 빌려서 자산에 크게 투자를 했다. 그런데 이 투자가 잘못되어서 이들이 부도를 내게 되었다고 하자. 정부는 이들이 부도를 내면 나라 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것을 걱정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을 구원하기로 한다. 이들에게 바로 시장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사회에서 불평불만이 터져나오므로 전반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린다. 그 결과로 그 집단들이 투자한 자산의 가격도 올라가지만 물가도 올라간다.
정부의 이런 정책의 결과로 자산에는 투자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물가가 올라서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면 그 사회는 그만큼 소득불균등이 확대되고, 부의 정당성이 사라지고 성실한 노력이 핍박을 받는다. 누구를 살리기 위해서 누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경제 내부에 일어나는 이런 일은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사실은 많은 중요한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글쓴이 : 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하상주 l http://www.hacla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