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돈의 종류와 변화 과정

작성자
하상주
등록일
2008/05/07
조회수
6115

* 이 글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새 책(*가칭 돈이란 무엇인가?)에 올릴 글을 정리하는 중에 나온 것입니다. 앞으로도 가끔 책에 실릴 글이 칼럼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지금 돈으로 사용되고 있는 그것은 대부분이 종이 돈이다. 그러나 종이 돈이 나오기 이전에 여러 가지가 돈으로 사용되었다. 예들 들면 조개껍질이라든가, 담배라든가, 금이나 은이라든가 등등 말이다. 일반적으로 책에서는 돈의 모양이 변해온 과정을 상품 화폐-금속 화폐-종이 화폐 그리고 전자 화폐로 정리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보면 돈의 모양이 이렇게 순서대로 변해온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이중 삼중으로 동시에 사용되었다. 다시 말하면 돈이 하나의 물체로서 형태가 어떻게 변해왔는가가 아니라 사회 관계 속에서 돈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 돈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다.

 

돈의 사용은 아무래도 시장의 형성, 도시의 생성, 대외교역의 시작 등과 관련이 깊을 것이다. 그 이전에도 당연히 돈이 사용되었지만 이는 정리하기가 매우 복잡하다. 돈의 사용이 퍼져나간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와 윤리가 무너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특히 기독교의 질서말이다. 기독교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돈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너무 강해서 기독교도 어쩔 수 없이 돈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웃지 못할 일이 유대인은 어차피 죄인이므로 고리대금업을 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오늘날 전 세계 대형 금융기관의 주인이 유대인이 되었지만 말이다.

 

돈의 형태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돈의 주류가 금속화폐가 된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예를 들어 금괴나 금화를 가진 사람들은 그 당시의 금 세공업자에게 보관료를 주고 금을 맡아서 보관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세공업자(*일종의 은행)는 보관증을 써주었다. 얼마 지나자 사람들은 굳이 금을 갖고 다닐 것이 아니라 이 보관증을 금 대신 화폐로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금 세공업자 역시 일정한 양의 금이 항상 창고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남아 있는 금을 이용해서 돈을 벌 길을 찾았다. 실제로 금을 맡기지 않은 사람이라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금 보관증을 써주고 대신 일정한 양의 이자를 받았다. 신용 창조가 일어난 것이다. 신용 창조, 즉 통화량의 증가와 축소는 중앙은행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간 금융기관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통화량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다른 한 가지는 금속화폐 또는 금속본위화폐에서 그 뒤에 아무것도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 종이 화폐(fiat money)로 넘어오는 험난한 과정이다. 금속화폐 본위 시대에는 보관증을 가지고 가면 금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러나 종이 화폐 시대로 오면 종이 화폐를 가지고 은행에 가서 종이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바꿀 수가 없다. 은행이 바꾸어 주고 싶어도 바꾸어 줄 무엇이 없다. 기껏 해줄 수 있다면 헌 종이를 새 종이로 바꾸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화폐의 형태가 금속에서 종이로 바뀌는 과정은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 도대체 누가 종이를 돈으로 인정하려고 하겠는가? 그래서 정부는 법으로 이제는 이 종이가 돈이다 라고 선포했다. 그리고 세금을 낼 때 이 종이돈으로 내야 하고, 남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때 종이 돈을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했다. 나아가서 예를 들면 금을 돈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금 자체를 일정한 양 이상 가지고 있으면 처벌하겠으며, 누가 집에 많은 양의 금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주면 상금을 주겠다고도 했다.

 

그러면 정부는 왜 이토록 금본위제에서 벗어나서 종이를 화폐로 사용하려고 했을까? 이는 과거 역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가끔 전쟁이 나면 정부는 금본위제를 중단했다. 전쟁을 하는 데 필요한 많은 돈을 찍어내기 위해서였다. 금 본위제 아래서는 아무래도 발행할 수 있는 돈의 양이 제한되었다. 즉 정부는 금이 주는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종이돈을 찍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금이 주는 구속에서 벗어나 종이 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이 자유는 매우 위험한 짐승이다. 이 자유를 방탕하게 사용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즉 물가가 올라간다. 우리는 이 자유를 방탕하게 사용한 예를 뒷 장에서 다시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돈의 사용 형태에 일어난 변화는 이미 주류 형태는 종이 돈이 아니라 전자 화폐로 넘어갔다. 기술의 발달로 종이 돈을 손으로 침 찍어 세어보는 맛을 느낄 수가 없게 되었다. 대신에 월급은 자동으로 은행으로 들어가고, 물건을 사거나 빌린 돈을 갚거나 이 은행에 있는 돈을 저 은행으로 옮길 때 플라스틱 카드를 사용한다. 또는 전화로 또는 인터넷으로 또는 핸드폰으로도 한다.  

 

 

*종이 돈 자유의 한계와 달러의 힘

 

금의 구속에서 벗어나 종이 돈이 주는 자유를 얻었다. 그러면 과연 이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교과서 대답은 종이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종이 돈을 많이 찍어내어도 그 돈이 가치를 잃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달러를 많이 찍어내었는데도 여전히 달러에 대한 수요가 강해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이렇게 질문을 만들어 보자. 달러를 많이 찍어내면서도 달러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1) 달러에 대한 수요를 미국만이 아니라 미국 밖, 즉 전 세계로 확대하라.

2) 국제거래에서 다른 통화가 아니라 미국 달러를 사용하게 하라.

3) 필수품은 반드시 가격을 달러로 표시하고 달러로 결재하도록 하라.

4) 달러가 한꺼번에 어느 나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여 달러 보유량이 적은 나라를 위험하게 만들어라.

5) 물건의 생산이 한계에 다다르면 금융상품이라도 많이 만들어내어 달러 표시로 거래하도록 하라.

 

종합하면 세계 각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라 .

 

달러가 중요해지면 질수록 각국은 수출에 목을 매달게 된다. 수출 경쟁에서 이기려면 가격을 낮추어야 하는데 이 부담을 지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생산자의 임금이다. 그래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노사 갈등을 풀어낼 여유가 별로 없다. 이 결과 내수는 부족해지고 다시 수출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주제와 너무 멀어지려고 하여 나머지는 다음 기회로 미루려고 합니다.) 

 

 

글쓴이 : 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하상주  l    http://www.hacla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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