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DNA를 이루고 있는 3개의 나선구조 가운데 두 번째는 ‘체질’이다. 체질은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바꾸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 체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살펴보고 이를 벤치마킹한다면 부족한 투자 DNA를 보완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혈액형은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각의 혈액형은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 그렇다면 혈액형은 주식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식 전문 포털 사이트인 팍스넷(paxnet.moneta.co.kr)에서 2006년 8월 20일부터 9월 8일까지 개인투자자 1126명을 대상으로 이와 관계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필자도 실제로 주식투자로 성공한 고객들에게 혈액형을 물어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혈액형은 대체적으로 A형과 AB형이 많다. 팍스넷의 설문조사한 결과, A형과 AB형 주식투자자는 안정적 투자성향으로 비교적 좋은 수익률을 거둔 반면, B형과 O형은 공격적 투자성향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형의 특성으로는 신중함, 성실함, 꼼꼼함, 소심함, 우유부단함 등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분석적인 일에 잘 맞는다. A형의 성실한 성격과 신중하고 분석적인 성향은 좋은 주식을 고르는 데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AB형은 냉철함, 침착함, 사교성, 논리력, 관찰력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AB형이 주식투자에서 유리한 결과를 나타낸 것은 AB형이 가진 인자 중 A형의 성격이 반영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B형은 수익은 가장 덜 내고 손해는 막심한 혈액형이다. B형의 기복이 심한 성격 때문에 투자자의 성과가 가장 안 좋다. 주식투자는 냉정해야 한다. 감정 변화가 심하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성격은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수 없다.
O형은 미수투자에서 1등을 했다. 물론 투자성과도 하위권이다.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O형 투자자들은 투자도 화끈하다. 일단 질렀다 하면 ‘따블’이나 ‘따따블’을 목표로 한다. 그러려면 자기 돈만으로는 부족하게 마련이다.
#머리가 좋을수록 투자를 잘한다?
피델리티의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천재와 둔재는 주식투자에서 손을 떼라.”라고 말한다. 천재는 고집이 세니 시장을 이기려 하고 둔재에게 주식시장은 너무 어려운 곳이라는 것이다. 주식투자가 상당 수준의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고난도 머니게임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능지수(IQ)가 높을수록 주식투자를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천재들에게서는 우월한 두뇌 이외에 고도의 집중력과 승부 근성도 함께 발견된다. 일단 한 분야에 빠지면 포기하지 않고 끝장을 본다. 보통사람들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잘 아는 선배 중에 알아주는 기타리스트가 있다. 그는 대중음악과 기타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다. 그러던 그가 한동안 소식이 끊기더니 어느 날 프로 골퍼가 되어 나타났다. 그냥 취미 삼아 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라서 깊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 어렵다는 골프 프로테스트를 3년 만에 통과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야 마는 천재적 소양에서 나온 것임에 분명했다. 그러던 그가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의 집중력과 승부근성은 주식시장에서도 발휘되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주식시장의 패턴은 물론이고 웬만한 종목들은 대주주의 가족관계까지 꿰뚫을 정도로 투자의 달인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정작 실전투자만 하면 번번이 실패했던 것이다. 좋은 주식을 고르면 타이밍이 안 좋았고, 좋은 타이밍에 산 주식도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고 매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는 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책은 모두 독파했다. 그러나 정작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나름대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내 조언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도 주식으로 돈을 버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결과는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감정 없는 시장은 감정에 지배되는 어떤 투자자보다 우월하다. 시장을 이기려 하는 투자자들의 행위는 무모하다.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은 시장에 맞서기보다 같이 흘러가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선배의 경우처럼, 그동안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큰 사람도 있다.
#도박 중독은 주식 중독으로 이어진다
10년을 알고 지낸 투자자 중 타짜가 있다. 속임수를 썼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주로 따는 입장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때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 의지로 안 되던 ‘단斷도박’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그가 소유한 건물에 증권사가 입주하면서 주식을 알게 된 것이다. 화투의 달인인 그는 상대방과의 심리전, 판세를 읽는 판단력, 화투판 전체의 패를 모조리 암기하는 기억력 등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2001년 처음 주식계좌를 열어 2억 원을 투자해서 서너 달 만에 4억 원을 만들었다. 그는 곧 투자금을 5억 원으로 늘렸다. 20억 원을 만들어 빌딩을 하나 더 사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다행히 그해 여름까지는 꾸준히 수익이 났다.
그러다 9·11테러가 일어나면서 그는 주식시장이 무서운 곳인 줄 처음 알았다. 게다가 그의 투자성향이 문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도박에 중독된 경험이 있던 그는 시장과 관계없이 모니터 앞에 앉아 매일 주식을 사고팔아야 직성이 풀렸다. 매매주기가 짧아지면서 선호 종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량주 중심의 투자에서 단타 위주의 기민한 종목들, 코스닥 급변동주에만 관심을 두고 하루하루 수십 번을 매매했다. 미수와 반대매매를 반복할 결과 투자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초 투자한 5억 원을 날리면 주식에 손을 끊겠다던 그의 다짐은 공수표가 되었다. 한 번에 큰 자금을 넣지는 않았지만 계좌가 줄면 1~2억 원을 지속적으로 메워 투자를 이어갔다. 도박 중독 성향이 주식시장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한 2007년, 그의 전 재산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시장에 “도박꾼은 투자도 잘할 것이다.”라는 가설이 있다. 베팅의 과단성, 판세를 읽는 직감력, 물러설 때를 아는 냉정함이 ‘타짜’의 특징이다. 성공 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췄으니 주식투자도 당연히 잘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라며 도박꾼들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주식투자는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한 무모한 게임이 아니다. 도박과는 출발부터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