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통화유통속도의 하락이 의미하는 것

작성자
하상주
등록일
2008/06/25
조회수
5489

요즈음은 통화유통속도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통화유통속도가 장기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 이전에 먼저 통화유통속도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보자.

 

갑은 고구마를 생산하고, 을은 옷을 만든다고 하자. 갑의 손에 500원의 돈이 있다. 갑이 을에게 500원을 주고 옷을 샀다. 을은 500원을 주고 고무마를 샀다. 이 거래로 만들어진 생산액은 1000원이다. 즉 500원이라는 돈이 1000원이라는 생산물을 만든 것이다. 이때 생산물을 통화량으로 나눈 것을 바로 통화의 유통속도라고 부른다.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한 단위의 통화량이 얼마나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갑과 을만으로 된 나라에서 통화유통속도는 1000/500=2가 된다. 즉 한 단위의 통화량이 2단위의 생산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통화량이 늘어나면 반드시 생산량이 늘어나는가? 만약 그렇다면 세상 살기가 너무 편해진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하게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

 

통화의 유통속도란 확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계산해보니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내년의 경제성장 속도를 10%로 하기 위해서 내년에는 통화량은 5% 늘려야겠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통화유통속도가 장기적으로 어떤 추세를 그린다면 이를 이용해 볼 수도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한국의 통화유통속도를 1971년부터 2007년까지 살펴보자. 아래 그림을 보면 70년대 중반 4에 가까웠던 유통속도가 그 뒤 계속 낮아져서 2007년에는 0.7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장기로 유통속도가 떨어지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본원통화(*한국은행이 발간한 현금 지폐와 동전 중에서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고, 또는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준비금으로 맡겨둔 현금의 합계액)의 양과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m2와의 관계를 보자.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한 단위의 본원통화가 늘어나면 m2는 점점 높은 속도로 여러 단위가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본위통화의 증가율보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m2의 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돈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낮아진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현금을 지갑에 넣어다녔다면 지금은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다 필요하면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기업 사이의 자금 결재에도 현금이 아니라 거래은행들 사이의 대체결재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중앙은행이 만들어낸 소액의 현금을 기초로 은행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게 신용창조를 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이제 다시 유통속도로 돌아가자. 왜 통화의 유통속도가 장기로 내려가는 것일까? 한 단위의 통화량이 만들어내는 생산량의 단위가 자꾸 낮아지는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통화가 국민소득의 생산 활동과 상관없는 곳에서 많이 놀고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많은 돈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고 하자.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간접적으로는 국민소득을 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부동산 개발, 주택관련 상품 수요의 증가, 고용의 증가 등으로 국민소득이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곳으로 가면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낼 돈이 이곳으로 시세차익을 보고 너무 많이 몰린다면 이것은 잠재 성장률을 까먹는 것이 된다.

 

금융시장의 발달 또는 확대 또한 유통속도의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상품이 자꾸 새로 만들어지고 이 시장에 물이 고이듯이 통화가 채워지면 이 또한 통화의 유통속도는 낮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금융선진국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되새겨보아야 한다. 금융이 실물 경제에서 독립해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통화의 유통속도는 낮아질 것이다.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금융이 실물을 잡아먹는 꼴이 될 것이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인플레이션이 닥쳐오고 있다. 그래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어려움에 빠져 있는 미국마저도 올릴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을 정도다. 그러면 자연히 통화량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유통속도에 변화가 없다면 국민소득은 늘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면서도 통화량이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어떤 묘수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유통속도가 낮아지고, 통화량도 줄어든다면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단, 통화의 유통속도가 높아지면 된다. 한 단위의 통화에서 과거보다 더 많은 국민소득을 만들어내면 된다. 이 말은 결국 생산성을 더 높인다. 즉 더 열심히 그리고 창조적으로 일한다는 말이 아닐까?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글쓴이 : 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하상주  l    http://www.hacla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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